| 주민참여예산, 구조와 시행방안 변화 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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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성시, ‘주민참여 예산학교’ 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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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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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안성시립중앙도서관 다목적홀에서는 ‘2012 주민참여 예산학교’가 열렸다. 내년 본예산 편성에 앞서 시민들에게 참여예산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예산편성 방향과 구체적으로 예산에 반영해야 할 주민들의 직접적인 요구를 수렴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앞서 지난해에는 지방재정법이 개정되면서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시행이 의무화되었고, 이에 따라 안성시도 관련 시행규칙을 마련하면서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구성, 민관 공동의 협치((協治)체계를 구현해가는 과정에 있다.
내년도 살림살이도 팍팍… 가용예산 670억 추산
이날 보고된 자료에 의하면 안성시의 내년도 예산(일반회계 기준) 규모는 올해와 비슷한 3,854억 원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가용예산은 670억 원 정도로, 올해보다 100억 원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가용예산의 감소추세는 해마다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시는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에 따른 비용의 급증, 국·도비 보조사업에 대한 시비 부담의 증가, 계속되는 경기침체 속에 취·등록세 등 도세 증가율이 둔화 양상을 보이는 것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그만큼 탄력적인 재정운영이 어려워지는 등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기초해 안성시는 내년도 예산편성과 관련, 재정의 투명성 제고와 자원배분의 공정성 확보, 예산절약 및 낭비요소 근절이라는 주요방향을 제시했다. 주민참여예산제의 운영을 통해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중점을 둔 우선사업의 적정성 등을 검증받고, 사업의 효율성과 평가분석 등에 따라 적정 규모의 사업비만 편성하는 등 예산의 건전운용에 힘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내년도에 예정된 주요 투자사업은 ▲안성종합아트센터 건립(100억 원) ▲축구장·야구장 건립(20억 원) ▲보훈회관 건립(28억 원) ▲장애인종합복지관 건립(35억 원) ▲제2산업단지 폐수종말처리장 건립(85억 원) ▲공도보건지소 신축(24억 원) ▲진사리 공공도서관 건립(30억 원) ▲방신-문기 간 외 도로 확·포장 4개소(136억 원) ▲안성당왕도로 개설공사 외 8건(135억 원) 등이다.
| ▲ 5일, 시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안성시 주민참여 예산학교’에서 오관영 좋은예산센터 상임이사가 ‘주민참여예산의 이해’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안성신문 | |
주민을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변화시킨 ‘참여예산’
안성시의 재정여건 및 예산편성 방향에 대한 설명에 앞서서는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의 참여예산, 무엇을 말하는가’라는 주제의 영상물 시청과, 주민참여예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오관영(함께하는시민행동 좋은예산센터 상임이사) 씨의 초청강연회가 진행되었다.
오관영 씨는 이날 강연을 통해 “참여예산은 주민들이 예산편성 과정에 직접 참여하여 그 내용을 제안하고 결정하는 것”으로, “이는 행정적으로 과거에는 단순 소비자에 머물렀던 주민들이 생산자로 변화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행정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큰 흐름 속에서 주민참여예산제가 탄생됐음을 전제하고, 일례로 민선4기 ‘행복한 도시 ○○’에서 민선5기로 넘어오며 ‘소통과 참여’를 강조하는 전국 지자체의 양상은 획기적인 주민의 위치변화를 일깨우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즉 ‘행복한 도시 ○○’라는 지역의 비전 제시는 지자체가 좋은 행정상품을 만들어 제공하겠다는, 시민을 소비자 입장으로 만들어버리는 인식태도이지만, 소통과 참여를 강조하며 주민참여예산제를 시행한다는 것은 사업의 기획에서 예산편성에 이르기까지 민관이 ‘같이’ 공동 생산한다는 의미로, 행정의 핵심적인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오관영 상임이사는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시행에 있어서는 사전홍보와 주민의견 수렴, 우선순위 결정과 조정, 사후 평가 및 환류가 원활히 이뤄지는 시스템의 안착을 주문했다. 그는 비록 시행기간은 짧지만 타 지역의 모범이 될 만한 사례도 소개했는데, 부천시와 인천 연수구의 경우에는 ‘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조를 구성해 각 마을을 방문하며 예산편성과 관련한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동네 한바퀴’와 ‘찾아가는 예산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는 ‘강사 양성과정’을 개설해 이곳에서 교육과 훈련을 거친 시민들이 직접 지역 단위로 내려가 참여예산제를 알리고 주민들의 요구사항도 직접 수렴하고 있었다. 주제별, 혹은 계층별 의견수렴을 위한 활동도 눈에 띄었는데 수원시는 공개모집을 통해 방학 중 3일 동안 ‘청소년 예산학교’를 진행해 시장이 직접 청소년들의 요구사항을 수렴한 후 예산편성에 직접 반영하기도 했다.
| ▲ 예산학교에 참석한 한 시민은 관내 경로당 운영비와 영·유아 보육비의 증액, 국·공립 어린이집의 확충 등을 요구했다. © 안성신문 | |
각 지자체마다 한정된 재원을 갖고 진행되는 참여예산에서는 밑으로부터 제안된 수많은 사업들 중에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과정 또한 중요한데, 수원시와 인천 연수구는 ‘주민총회’, 천안시는 ‘참여예산 원탁회의’ 등의 형식과 절차를 두고 있었다. 이밖에 성북구에서는 참여예산에 대한 사후 평가와 이후 개선사항 등을 종합한 ‘주민참여예산 길라잡이’를 발간하고 있기도 했다.
오관영 상임대표는 참여예산을 실현하기 위한 구조와 방법은 각 지자체마다의 특성을 고려한 선택이 필요하다면서도, 특히 수많은 제안 가운데서 채택 여부를 결정하는 데는 개인이나 집단 또는 특정 지역의 이해보다는 전체의 이해를 충족하는 공익적 타당성과 개방성의 기준이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업제안에서 평가까지 체계개선 필요
한편 이날 예산학교에 참석한 주민들은 ▲읍·면·동별로 예산학교를 운영할 것 ▲특정인의 이해관계에 따른 우선순위의 사업결정을 막기 위해 마을별로 충분한 사전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것 ▲주민참여예산위원회의 구성은 읍·면·동별 배분의 균형을 맞출 것 등을 주문했다. 또 예산편성과 관련해서는 경로당 냉·난방비 등의 운영비 지원과 맞벌이부부들을 위한 영·유아 보육비의 증액 및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등의 요구가 있었다.
| ▲ 시민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안성시 관계자들과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위원. © 안성신문 | |
이에 대해 안성시는 현재의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위원들 임기가 내년에 마무리되는 만큼 새롭게 2기를 구성할 때는 읍·면·동별 지역적 안배를 고려하고, 선출방법에서도 공개모집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매해 연초에 시행하는 안성시장의 읍·면·동별 주민들과의 대화에서 수렴되는 사항을 일차적인 자료로 활용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보다 효율적인 참여예산 교육과 시민들의 제안을 폭넓게 수렴하기 위한 체계를 재정비하겠다는 방침이다.
결국 참여예산의 기본틀과 운영방식은 지난해의 기조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시는 현재까지 내년도 주민참여예산의 확정금액이 어느 수준에서 조정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예측자료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관계자는 “읍·면·동 시민과의 대화와 예산학교에서 제기된 사업,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설문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목록을 재구성해 위원회에서 우선순위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이후 주민설명회를 1회 정도 더 갖고, 지난해에 지적되기도 했던 우선순위를 결정하기 전에 위원회 위원들의 현장답사는 꼭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상순 기자 36519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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