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오는 24일은 안성의료생활협동조합(이하 안성의료생협, 현재의 공식 명칭은 안성의료복지사회적 협동조합이지만 편의상 안성의료생협으로 칭한다) 창립 20주년 기념일이다.
안성의료생협의 창립은 단순한 한 개 단체의 창립이라는 의미를 넘어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자 희망을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만들어가는 새로운 발걸음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발걸음을 떼었다는 측면에서 안성뿐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에 있어서도 결코 작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지난 호에 안성의료생협에서 제공한 자료를 중심으로 안성의료생협의 설립과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소개한데 이어 이번호에는 이기범 이사장의 인터뷰와 의료생협의 의미와 미래에 대한 간담회를 소개한다.
간담회는 지난 14일 의료생협 이사장실에서 이루어졌으며 이기범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17일 같은 장소에서 이루어졌다.
▶의료생협과의 인연과 의료생협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해 달라
▲ 강병권 안성시민연대 대표.
= 강병권 안성시민연대 공동대표(이하 강병권 대표) : 의료생협이 만들어지던 1994년에 안성에 없었다. 다만 이후 활동하는 모습을 지켜봐왔는데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참여를 통해 즐겁고 만족해야 하는데, 의료생협은 조합원이 스스로 열정과 애정을 가지고 자원봉사를 통해 소모임을 만들고 운영하며 만족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의미와 가치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조합원이 늘어나면서 그런 만족과 참여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 홍두선 안성시 사회복지사협회 회장(이하 홍두선 회장) : 의료생협 창립 20주년은 특별히 축하할 의미가 있고 안성시민들이 응원해야 할 일이다. 당시 일부에서는 오해도 있었지만 농민과 대학생들이 만나서 열정을 통해 모범적인 의료생협으로 자리 잡은 것은 의미 있는 일이고 평가되어야 할 일이다. 그렇지만 조직이 커지면 조직이 조직원을 지배하려 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연구기획실을 만들어 조합원 중심의 사업을 어떻게 펼쳐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 김보라 안성의료복지사회적 협동조합 전무(이하 김보라 전무) : 돌이켜 보면 초창기 조합원들이 가졌던 생각은 병원 문턱이 높은 현실에서 내 가족이 병원을 개업했다는 분위기였다. 조합원과 의료인들이 한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는 농민회와 농업경영인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었던 것, 정치적인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건강’을 중심으로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이 의미 있었던 것, 처음 300명중 안성사람은 120명,
▲ 김보라 안성의료생협 전무.
= 송창호 안성신용협동조합 이사장(이하 송창호 이사장) : 의료생협 2대 이사장을 역임하기도 했지만, 1993년경 처음 농민의원(의료생협) 만든다고 했을 때 현실성에 회의적이었다. 대부분 그랬을 것인데 그런 우려를 불식하고 자리를 잡게 된 것은 당시 높기만 했던 병원문턱을 낮추려고 했다는 점, 특히 의사가 특권의식을 버리고 농민과 함께 하려고 한 것이 폭발적 성장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 의료생협의 20년 역사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의료생협이 지역주민들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의 장이었다는 점이며 그러한 교육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고 성장해 결과적으로 안성의 인적자원이 풍부해진 것은 의미 있고 평가받아야 한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합원의 참여율이 떨어진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앞에서 일부 언급되었고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질문인데 의료생협의 현재모습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 송창호 안성신협 이사장.
= 홍두선 회장 : 앞에서 이야기 했지만 조합원의 증가와 대규모화, 그리고 여러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사업을 연구 개발해야 한다. 그러한 연구개발을 위한 부서가 따로 있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하드웨어가 문제가 아니라 인력을 키우고 변화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할 연구와 기획이 절실하다. 복지 분야의 경우를 보았을 때 대형화로 인한 관료화를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 규모가 커질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의료생협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낮아졌기 때문이다. 의사가 낮아짐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 송창호 이사장 : 이사장을 했을 때가 전환기가 아니었나 싶다, 당시 조합원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분위기였다. 당시 의료생협에서 주관한 건강박람회 행사했을 때 도시락을 천개를 준비했다. 그만큼 조합원 참여가 많았다는 것인데, 이번 20주년 행사에는 조합원은 늘었지만 그만큼 참가할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결국 규모가 커지면서 조합원이 주인이 아닌 단순한 손님이 되고 활동가가 월급 받는 직원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안성의료생협에서 그동안 그러한 경향을 우려하고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한 것은 인정하지만, 현실 속에서 그러한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강병권 대표 : 비슷한 생각인데, 의료생협이 규모가 커지면서 조합원의 참여가 부족해진 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나름대로 생각한 것들이 실제로는 의료생협에서 이미 실천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분권을 위한 노력과 재가 간병사업 등 다양한 사업은 의미가 있고 큰 성과를 거두었지만 미흡한 부분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결국 어떻게 분권화를 이룰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면 인력을 고민하는데, 일단 시작하면 해결된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필요하다.
▲ 홍두선 사회복지사협회 회장.
= 김보라 전무 : 의료생협의 성과중 중요한 것은 국가도 하지 못한 것을 의료생협이 앞서서 선구적으로 해왔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조합원 건강검진, 가정방문 간호, 뇌졸중 모임 등은 국가에서 하기 전에 의료생협에서 먼저 시행했던 사업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지역에서 협의하고 협동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전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것이 두레생협이나 아름다운 가게 등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이렇게 지역 주민들이 모여서 필요한 비용을 만들고 사업을 만드는 것을 놀라워한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경영의 어려움극복과 조합원이 늘어난 것에 맞는 형태의 조합원 참여 즉 조직 내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만들고 실천할 것인가의 문제다.
▶오늘 모인 분들은 복지, 협동조합, 의료,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하는 각계 전문가다. 의료생협은 그러한 각 분야와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기도 한데, 각 분야 전문가로서 의료생협의 미래와 관련된 과제를 이야기해 달라
= 송창호 이사장 : 현재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 한 가지 덧붙인다면 안성의료생협이 현재 웃자란 것이 아닌가 반성해야한다. 웃자랐다는 것은 역량에 비해 규모가 비대해진 것 아닌가 반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권리를 나누는 것이 참여를 촉진시키는 일이다. 조합 임원의 권리를 자꾸 조합원에게 나눠주고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고 가치에 중심을 두고 특화사업은 유지해야 한다.
협동조합으로서 의료생협의 미래와 관련해서는 의료생협이 협동조합운영의 기본원칙 중 하나인 협동조합간의 협동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 안성신용협동조합과 의료생협, 두레생협이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함께 한다면 인력운영이나 비용뿐만 아니라 성과에 있어서도 큰 시너지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 강병권 대표 : 크게 여섯 가지를 제시하고 싶다. 첫째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할 연구모임구성과 역할강화, 둘째 지역현안 중 노인문제 해결을 위한 요양병원 설립 등의 문제에 대한 접근 셋째로는 정신건강상담센터, 물리치료, 재활치료 등 새로운 분야 사업 실시, 넷째로는 조합원 교육 강화, 다섯 번째로는 환경문제 등 지역 공익사업 참여, 마지막으로는 정기출자제도 도입, 공익성과 수익성이 함께 되는 사업에 대한 고민을 하고 경영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홍두선 회장 : 백화점식 사업으로는 명품을 만들지 못한다, 특화된 사업이 필요하다. 의료생협에서 하는 복지와 관련된 일은 돈이 안 되더라도 열정과 사랑을 가지고 해야 하는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명품사업으로 호스피스 사업과 정신보건관련 사업을 제안하고 싶다. 인생의 마지막을 잘 마무리 하도록 도와주는 호스피스 사업은 그런 측면에서 꼭 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하고 장래성도 밝다. 또 우리나라가 자살률이 세계 1위인만큼 정신보건과 관련해서도 관에만 맡기지 말고 의료생협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 김보라 전무 : 여러분들이 제안해 준 것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의료생협이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맞이하는 건강과 관련된 관리체계를 확립해야 하는데 의료생협 혼자 할 수는 없다. 마을 등 지역사회와 의료원 등 공공의료와 함께 해야 한다. 의료생협에서 현재 고민하고 있는 것은 첫 번째로는 노인 돌봄과 관련해 단순히 수용하는 것이 아닌 입소와 퇴소가 자유로운 새로운 형태의 요양시설을 고민 중이다. 또 안성에 사는 시민이 자신이 사는 지역에 관심을 갖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시민으로서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훈련하고 교육하는데 일정하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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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기범 이사장 인터뷰
= 1987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동아리에서 고삼면 가유리로 주말 진료를 온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농민을 비롯한 주민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의료기관을 만들자고 해서 시작된 것이다. 의료생협은 한마디로 건강하게 살고 싶은 지역 주민들이 모여 건강하게 평생을 살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협동조합이다. 이를 통해 조합원이 건강해 지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전체가 건강해지는데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의료생협과의 인연은? = 의료생협을 만들기 위한 추진위원회가 1993년 결성되어 활동을 했는데 당시 추진위원장이 당시 안성농업경영인회 부회장이었던 현재 고삼농협 조현선 조합장이었다. 저도 당시 안성농업경영인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조현선 조합장의 권유로 참가하게 되었다. ▶이사장까지 하고 있는데, 열심히 참여한 이유는? = 의료생협이 만들어지던 1990년대 초만 해도 의사들은 사적으로는 얼굴보기도 힘든 사람들이었다. 한마디로 농민과는 신분이 다른 사람이었다. 그런데 당시 인턴이기도 했지만 현재도 있는 이인동 의사가 농민들과 어울려 함께 배식 받고, 자신이 먹은 식기를 설거지 하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 그런 조직이기에 조합원으로 가입한 후 한 번도 떠나지 않았고 300명가량의 조합원을 가입시키며 열심히 활동했다(비공식이지만 이기범 이사장이 가입시킨 300명은 개인이 가입시킨 가장 많은 조합원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기범 이사장은 3기 이사, 1기와 4기 감사도 역임했다) ▶의료생협과 관련해 기억에 남는 것은? = 여러 가지가 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으로 조기에 위암을 발견해 치료받거나 조합원의 출자로 치과를 개원한 일, 조합원들이 서로 이해하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 등이다. 특히 의료생협 활동을 통해 평범한 사람이 민주주의 훈련을 통해 의사결정과정을 배우고 표현방법을 배우며 대의원되고 이사되는 모습을 보면서 협동조합의 참된 의미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체험할 수 있었다. ▶앞으로의 과제와 비전은? = 누구나가 느끼는 문제이지만 초창기에 비해 규모가 커졌다. 처음 300여명의 조합원이었던 것이 지금은 5,000가구가 넘는다. 그런 만큼 초창기 조합원들의 열정과 참여를 다시 끌어내 내실을 기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앞으로의 비전은 노인인구가 늘고 있어 노년을 어떻게 보내는가가 사회적 과제중 하나다. 그런 면에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조합원이나 시민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할 수 있으면 이사장으로 있는 동안 노후요양시설 사업을 시작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조합원과 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조합원의 열정이 오늘날의 의료생협이 있게 했다. 앞으로도 의료생협이 제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조합원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20주년 행사에는 많은 조합원들이 참여했으면 한다. 특히 26일 오전 진행하는 건강시민걷기대회는 건강을 위해 걸으면서 장애아동을 위해 기부도 할 수 있는 행사다. 많은 시민과 조합원이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의료생협 이사장은 무보수 명예직이며, 작은 규모의 이사장실은 조합관련 각종 회의나 외부 방문객 접대 등으로 인해 비워줘야 하기 일쑤이지만 이기범 이사장은 없어도 부자로 산다며 행복해 했다.) |
봉원학 기자 bwh5722@kg21.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