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1일, 내혜홀광장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2014 안성시 사회적경제한마당’이 열렸다. 안성에 소재하는 사회적경제조직 15개 업체가 참여하고, 회원사 임직원 및 시민 300여명이 준비해 1천명의 안성시민이 함께 즐긴 행사였다. 사회적경제가 활성화되어 있는 다른 시군의 경우 이미 3회, 4회를 맞이한 행사지만, 안성은 이제 첫발을 내디뎠다. 그런데 행사를 진행하며 느낀 것은 대부분의 시민들이 ‘사회적경제’에 대해서 여전히 생소하게 여기고 어려워 한다는 것이었다.
‘사회적경제’는 일반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활동’을 일컬으며 주주나 소유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보다는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며 이윤을 사업 또는 지역공동체에 재투자하는 경제를 말한다. 지역사회에 지속가능한 일자리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 이러한 사회적경제는 우리가 모를 뿐 이미 우리 가까이에 많이 존재하고 있다. 시민 누구나 가입되어 있는 협동조합이 가장 쉬운 예이다. 농협이나 신협, 그리고 두레생협, 의료협동조합의 조합원이거나 조합을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사회적경제’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협동조합뿐 아니라 새로운 경제조직으로 떠오르고 있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이 사회적 경제조직에 해당한다.
경기도 대표 사회적기업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의료협동조합인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을 예로 들어보자. 안성의료협동조합은 믿을 수 있는 의료활동을 통해 조합원과 지역시민들의 건강증진에 노력하는 한편 거기에서 얻은 수익을 취약계층 의료비 지원 및 보건예방사업에 재투자한다. 또한 100명에 달하는 지역주민을 채용해 일자리도 제공하고 있다. 이렇듯 사회적 가치와 사회서비스, 좋은 일자리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경제가 바로 사회적경제이다.
작년은 유엔이 정한 ‘협동조합의 해’였으며, 때마침 국회에서 ‘협동조합 기본법’이 제정돼 누구나 가치를 공유하는 5명만 있으면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해졌다. 이를 기화로 전국적으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덩달아 사회적경제가 주목을 받았다. 특히 세계적으로는 사회양극화와 경제불황을 극복할 대안경제로서 이 사회적경제를 연구하고, 실험하고, 확산해나가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때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주도권을 경쟁적으로 가져가기 위해 여러 당이 정책을 쏟아냈으며, 지금은 국회 차원에서 ‘사회적경제 기본법’을 제정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경기도 또한 남경필 지사의 핵심공약인 ‘따복(따뜻하고 복된)공동체’사업을 통해 ‘사회적경제’와 ‘마을 만들기’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바야흐로 ‘사회적경제’의 시대이다. 하지만 안성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안성은 작년에서야 관내 사회적 경제조직들이 함께 모여 ‘안성사회적경제협의회’를 출범시켰다. 협의회에는 16개 회원사가 가입돼 있다. 아직 회원으로 가입되지 못한 사회적 경제조직도 많이 있고, 다른 시군에 비해 뒤처진 감이 있다. 인근의 화성시나 수원시는 ‘사회적경제지원센터’라는 중간지원조직을 두고 이미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지역에서 사회적경제의 확산과 사회적 가치의 실현, 좋은 일자리 창출에 나서고 있다.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마을기업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찾아가면 설립절차에서부터 각종 지원제도까지 아낌없이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우량기업을 안성으로 유치하는 것도 좋지만, 안성시민이 직접 좋은 기업을 만들 수 있는 물적, 제도적 기반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안성에서의 경제활동 이익이 다시 안성 지역사회로 순환되는 선순환경제를 만들 수 있다. 돈은 안성서 벌지만 이익금은 서울로 가는 대형마트나 일은 안성서 하지만 생활은 인근 평택, 천안에서 하는 지금의 지역경제 환경은 변화가 필요하다. 안성을 대표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적 경제조직과 기업들이 튼튼하게 많이 만들어질수록 지역경제는 튼튼해진다. 조금 늦었지만, 사회적경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안성시의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이성빈(안성사회적경제협의회 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