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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낙빈 한일타운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
[기고]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들의 인격모독이 이어지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아파트는 흔히 말하는 강남의 부자 아파트로 경비원을 집안 종 부리듯 했다 한다. 이 일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자 해당 아파트는 경비원이 소속되어 있는 파견업체와 계약을 파기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춥디추운 겨울이 경비원들 앞에 놓여 있다.
내년 최저임금이 올랐다. 그리고 아파트 경비원과 같은 단순노동자의 임금도 최저임금의 100%에 맞춰야 한다. 월급이 올라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오히려 경비원들의 얼굴은 근심으로 가득 차 있다. 해고의 위기감에 싸여 뼈마디가 시린 겨울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며 가장 내세운 것이 함께 사는 아파트였다.
그 한 가운데에는 경비청소 노동자 처우개선도 있었다. 하지만 내게 처음 닥친 시련(?)이 바로 경비원 월급 인상논란이었다. 당시 법적으로 최저임금의 80%를 주게 되어 있었고, 전임 동대표 회의에서 결정한 사항이었지만 일부 주민이 ‘대표회장 혼자서 왜 경비원 월급을 인상했냐’며 진정서를 각지에 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한 달여에 이르는 당시 해프닝은 해당 주민의 대표직 사퇴와 사과로 마무리되었지만, 경비청소노동자에 대한 일부 주민의 시각을 알기에는 충분한 사건이었다.
말 그대로 경비청소노동자는 사회적으로 가장 약한 ‘계급’이다. 청소노동자는 논외로 치더라도, 경비노동자의 경우 대부분 24시간 근무한 후 교대하는 방식으로 근무를 한다. 법적으로 6시간의 휴게시간이 주어지지만 실제로 경비실내에서 쪽잠을 자기도 어렵고, 밤늦게 택배를 찾아가는 주민이라도 있으면 일일이 응대를 해야 한다.
이런 경비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100%를 적용한다하니 안성의 각 아파트들은 아닌 말로 비상사태이다. 법에 따르자니 인상되는 관리비가 아깝고, 법을 어길 수는 없고 해서 나온 편법이 잔인하다.
가장 ‘애용’하는 방법이 휴게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경비노동자는 근무시간에 따라 월급이 책정되는 것이기에 최저임금 인상분만큼 휴게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이 경우 6시간이던 휴게시간을 8시간으로 늘리면, 늘어난 2시간의 휴게시간에 대해서는 월급을 주지 않아도 된다. 최저임금이 올라도 영향이 없게끔 하는 것이다. 하지만 6시간 휴게시간도 유명무실한 상태에서 2시간 휴게시간 더 준다고 쉴 수 있을까? 돈 아끼기 위해 허울 좋은 핑계만 대는 것 아닐까?
이보다 더한 것이 경비노동자 인원 감축이다. 10명이 근무하던 아파트에서 8명으로 인원을 줄여버리는 것이다. 주민 입장에서는 최고 가구당 만원을 아끼기 위해 엄동설한에 한 가정의 가장을 길거리로 내모는 처사이다. 실제로 안성의 일부 아파트에서는 이미 경비노동자의 감축을 결정한 곳도 있다고 한다.
우리 아파트도 가구당 3,000원정도의 관리비 인상요인이 발생한다. 하지만 관리비절감 노력 등을 통해 충분히 상쇄할 수 있고, 그렇게 진행할 예정이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노력해야 한다. 관리비 인상폭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함께 살자고 주민을 설득해야 하지 않을까. 추워만 가는 한 겨울에 경비노동자들에게 따스한 경비실을 보장해 주는 아파트가 많아지기를 소원해본다.
김낙빈 한일타운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