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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교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기획부장 |
[기고] 맹추위가 다가오기 전 시민모임 사무실이 부산해졌다. 안성시민연대와 동거(?)를 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 겪는 겨울이고 새로운 간사가 들어오는 등 인원이 많아짐에 따라 사무국의 난방에 신경을 쓸 무렵이었다.
우연히 사무실에 온 우편물을 보는 순간 혹시 잘 못 오지 않았나 싶은 청첩장이 하나 있었다. 황은성 안성시장님의 청첩장......
20년 가까운 우리 시민모임 역사에 이런 공직자의 청첩장이 온 것은 아마 처음일 것 같다.
한편으로 시정 파트너로서 우리를 인정해주는 것 같아 반가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우리모임까지 청첩장이 온 것을 보아 ‘정말 많은 곳에 청첩장이 보내졌겠구나!’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어느 선배에게 전 안성시장님의 자제분 결혼식이 있었을 때 시청이 있는 봉산로터리까지 차량이 밀렸다는 소문을 들었던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눈도장 찍으려고 갔을 것인가!
청첩(請牒)이란 경사가 있을 때 남을 청하는 일의 준말로 국어사전에 기록되어 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에게는 집안에 경사가 있을 때 이웃을 초청하여 마음껏 음식을 대접하고 함께 기쁨을 나누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러한 풍습에 이어 오늘날의 청첩장은 곳곳에 떨어져 살고 있는 친척이나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 경사롭고 기쁜 결혼식을 알리고 초청하여 함께 기쁨을 나누고자 하는 의미에서 보내지는 것이다.
또한 결혼 날짜와 예식장이 정해지면 청첩장을 만들게 되는데 청첩장을 만들기 전에는 미리 알릴 사람들을 적어보고 부수를 선정해야 하며, 청첩장 부수를 선정할 때는 두 사람 뿐 아니라 가족들과 관련된 사람들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 폐해가 심해져 1969년 국민생활의 합리화를 기한다는 명분으로 가정의례준칙이 선포되었던 적이 있었다. 이것에 따르면 청첩장을 돌리는 행위를 하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이에 따른 처벌규정까지 있었다고 한다.
공공기관은 지역에서 ‘슈퍼 갑’이다. 특히 시장은 지자체 공무원의 수장이므로 대단한 권력을 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그가 청첩장을 돌리면 ‘준조세’나 마찬가지이다.
과장급이상 공무원들의 경조사가 있을 때 하위 공무원들이 접수받고 손님 접대하는 것까지는 같은 조직원으로서 상부상조한다고 하더라도 이 경우는 좀 다르다.
요즘 웬만한 위치에 있는 공직자들은 조용히 친지들과 경조사를 치르는 것이 미풍양속으로 굳어가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진정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사람. 적어도 자제분 얼굴이라도 한 번보고 인사라도 나눈 사람까지 만이라면 모를까.
좌우지간 그건 그거고… 시장님! 개인적으로는 자제분의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진심입니다.
정인교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기획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