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시 가로수 행정 문제점이 수년간 지적돼왔지만 별다른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행정감사에서도 반복되는 진단과 개선요구가 이어졌지만, 시는 관리가 쉽지 않아 문제의 가로수는 보식하겠다는 답을 내놨다. 대책치고는 너무 안일하다.

7월 5일 열린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위원장 이영찬) 행감에서는 안성시 가로수 행정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행감 자료에 따르면 시는 지난 한해 가로수 식재 및 이·보식 비용으로 3억9218만원을 집행했다. 올해도 지금까지 쓴 예산만 보식비 1억418만원 등 총 3억3583만원이다.

행감에서 조성숙 시의원은 “가로수 관리면적이 확대된 이유도 있겠지만 해마다 보식이 늘어나고 있다”며, “근본적인 대책 없이 예산만 쓰고 있는 형국이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가로수 사업을 금지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가로수 식재 전 농업기술센터 등을 통해서라도 구간별 토질의 특성을 살피고 적정한 수종을 선정”해야 하지만, 체계적인 조성·관리계획이나 최소한의 지침조차 마련하지 않아 시민 세금만 허투루 쓰고 있다는 비판이다.

조 의원은 또 “중앙로와 장기로 등 도심지는 데크형 시설에 가로수를 심으며 고사가 이어지고 있다”며, “기존에 잘 자란 나무에 쉼터를 조성해야지, 이는 살아 있는 나무에 대한 배려도 아니”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토양의 특성을 설계에 반영해 조치 중”이라며, “도로변은 관리가 쉽지 않고 가뭄 등의 영향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앙로 등에 대해서는 “가을에 다시 보식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황진택 시의원도 “안성시 가로수 식재에 대한 중장기 계획이 없어 빚어지는 문제가 아니냐”며, 특히 “시목은 은행나무인데 식재수종은 계속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계획 따로 행정 따로 움직이고 있다”며, “시목을 바꾸든지, 조례를 개정하든지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로수의 조성 및 관리 기준에 대한 사항을 규정해놓은 ‘안성시 가로수 조성 및 관리 조례’는 2005년 제정돼 2007년 전문개정이 이뤄진 뒤 지금까지 단 한번 손질되지 않았다. 이 조례에서는 은행나무, 왕벚나무, 단풍나무, 이팝나무를 안성시의 주요 가로수로 정하고, 주요 도로별 식재수종도 선정해놨다. 하지만 조례 별표규정 어디에서도 확인되지 않는 메타세쿼이야가 38국도변 등에 식재되기 시작했고, 그나마 장기로에 조성됐던 은행나무 가로수도 모두 뽑혀져 지금은 가로수 기능을 상실한 경관용 나무 몇 그루가 서 있을 뿐이다. 임야만 절반을 차지하는 지역에서, 부실한 안성시 가로수 행정계획이 시민의 호주머니만 털어가고 있는 셈이다.

박상순 기자 365193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