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성시민연대 ::::::::::::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 PC에서 40여개에 달하는 대통령 연설문이 나와 파장이 커진 가운데 최 씨가 박 대통령의 개인일정과 사회관계망(SNS)까지 관리했다는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최씨 컴퓨터 바탕화면에 연설문 외에 박대통령 휴가일정과 사진, 취임기념우표 시안까지 무더기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25일 매일경제가 전날 JTBC가 영상으로 보도한 ‘최순실 PC 화면’에 깔린 파일들을 분석한 결과 이런 정황들이 대거 포착됐다.

전날 JTBC 뉴스룸은 “최 씨의 사무실 컴퓨터에 저장된 200여 개의 파일 대부분이 청와대와 관련된 내용”이라며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취임 후 연설문을 비롯한 대통령 발언을 모두 보관했다”고 보도했다.

우선 최씨 PC에는 ‘130728-휴가’라는 사진 파일이 있다. 이 파일 속 날짜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저도에서 여름 휴가를 보냈던 시기와 일치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같은 해 페이스북에 여름 휴가 사진을 올린 날짜는 7월30일. JTBC가 해당 폴더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히 폴더 안에 들어 있는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폴더명 뒤 붙은 이름들이 28~29일 촬영날짜로 만들어진 것이다. 또 사진 폴더와는 별도로 페이스북이라는 한글파일도 저장돼 있다.

네티즌들은 이를 보고 “최씨가 박대통령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까지 관여한 정황”이라고 지적했다. 박대통령의 공식적인 페이스북은 청와대에서 직접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앞서 보도된 연설문처럼 미리 최씨가 사진선정, 배치 등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나만의 우표_사진교체’ ‘우표시안’ ‘우표제안(1)’ ‘우표제안(4)’라는 파일도 있다. 파일들 생성날짜는 다른 폴더의 생성 날짜가 주로 2012~2013년에 집중된 것으로 볼 때 비슷한 시기 생성된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되는 것은 박 대통령의 ‘제 18대 대통령 취임 기념 우표’가 지난 2013년 2월25일 취임식 날 맞춰서 발행됐다는 것. 해당 파일명들의 생성시기를 확인할수는 없지만 ‘사진교체’ ‘우표시안’ ‘우표제안’ 등 사전에 제작에 관련된 이름들이어서 우표 발행 전에 직·간접적으로 최씨가 관여한 것 아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또다른 온라인커뮤니티 한 회원은 “처음 박대통령 기념우표를 봤을 대 디자인의 ‘디’자도 모르는 아마추어가 사진첩 뒤져서 대충 만든 듯 했는 데 오늘에서야 그 이유를 알겠다”고 적어놨다.

박대통령 취임식 행사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은 이 뿐만이 아니다. 최씨 PC에는 ‘오방낭’이라는 제목의 또다른 파일이 있다. 오방낭은 ‘청·황·적·백·흑’ 오색비단을 모아 만든 복주머니를 말한다. 취임식 날 박대통령은 서울 세종로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희망이 열리는 나무’ 제막식에서 국민의 희망메시지가 담긴 365개의 복주머니를 ‘희망이 열리는 나무’에서 꺼내 개봉하고 직접 읽는 행사를 가졌다.

당시 김진선 대통령 취임준비위원장은 언론에 “박 대통령이 취임식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챙겼고, 특히 희망 복주머니 행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박 대통령의 아이디어”라고 말했는데 최씨가 개입한 대목이 있다면 이런 설명이 무색해지는 것이다.

최씨와 박대통령의 관계가 취임 전부터 지속돼왔다는 것을 뒷받침해 주는 파일도 있다.

바로 ‘난곡 사랑의 밥집’이라는 이름의 파일이다. 지난 2012년 12월19일 대통령에 당선된 박 대통령은 약 일주일 뒤 당선인 신분의 민생행보 첫 행사로 서울 관악구 난향동에 위치한 ‘난곡 사랑의 밥집’ 행사에 참석했다.

이 행사에서 박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와 독거노인에게 도시락을 만든 뒤 직접 배달까지 했다. 이런 파일이 행사전에 미리 만들어진 것인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하지만 ‘비선의 비선’으로 일컬어지는 최씨의 최 측근인 고영태 더블루케이(최순실 유령회사) 전 이사가 “회장님은 연설문 고치는 것을 제일 잘했다”고 말했고, 최씨 PC에서 상당 분량의 대통령 연설문이 나왔다는 점에서 근거 없는 의혹으로 치부하기만은 어렵다.

특히 18대 대선 당시 처음으로 열린 대통령 후보자 토론회의 박대통령 원고를 사전에 최씨가 받은 정황도 있다.

JTBC는 25일 “최씨가 토론회가 열린 지난 2012년 12월4일보다 닷새 전에 ‘TV토론 관련’이란 파일을 받았고, 해당 파일 안에는 ‘네거티브를 포함한 정치 분야에 대해 주로 준비하고 실제처럼 연습해야 한다’는 조언이 담겨있다”고 후속보도했다.

또 박근혜 후보 캠프가 2012년 12월 2일에 공개한 TV광고 ‘위기에 강한 글로벌 리더십’ 편 역시 최 씨가 공개 시점보다 사흘 전에 받아 봤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최 씨가 확인한 이후 최종 광고 영상에는 ‘탁월한 정상외교 역량’, ‘검증된 글로벌 리더십’이라는 자막이 추가됐다. 또 최 씨는 박근혜 당시 후보자의 전단형 선거 홍보 시안을 실제 발송일보다 11일 먼저 받기도 했다

인터넷 사이트 ‘오늘의 유머’ 한 회원은 “과거 환관·십상시들은 신분상 공무원이기라도 했지 않느냐”며 “일개 개인이 이렇게 국정에 깊게 개입한 것은 봉건 시대가 아니라 단군이래 처음”이라고 꼬집었다.

[이지용 기자]

[단독] 박대통령 SNS에서부터 취임식·당선 첫 행보까지..곳곳에 최순실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