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털이 ‘꼼수 증세’ 말고, 먼저 ‘부자 증세’를
정부 ‘증세 없는 복지’ 고집하다 간접세만 줄줄이 인상
복지 위한 증세 불가피…법인·소득세 등 직접세 올려야 지난 11~12일 담뱃값 인상과 주민세·자동차세 등 지방세 인상 방안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증세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이후에도 계속 내세워왔던 ‘증세 없는 복지’ 약속을 아무런 대국민 사과나 설득 과정 없이 사실상 파기한데다, 증세 방법 역시 서민에게 더 부담을 지울 소지가 큰 ‘간접세’ 증세인 탓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우리나라의 복지지출 수준을 끌어올리고, 급속한 노령화에 따른 복지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증세를 통한 재원 확보는 피해 갈 수 없는 흐름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 소득 재분배 효과와 세수 규모도 큰 소득세·법인세 중심 증세, 즉 ‘직접세 증세’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담뱃값 인상과 지방세 인상을 잇달아 발표한 배경에는 박 대통령이 제시한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낮은 조세부담률 수준을 그대로 둔 채 복지 확대만 계속한 결과, 여전히 복지 수준은 미흡한데도 지방정부의 재정 상태가 ‘복지 디폴트’를 선언할 만큼 나빠지고 있고, 중앙정부의 재정적자 규모 역시 불어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복지 공약 수준을 대폭 낮춘 상황에서 정부가 복지 공약을 또다시 파기하기도 어렵다. 증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이상이(제주대 교수)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현 단계에서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여권의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지난달 20일 한 토론회에서 “세금 없는 복지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이제 증세를 논의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의 한계를 고백하고 지금이라도 증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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