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에마저 청와대발 낙하산이 내려왔다. 지난 대선 기간에 박근혜 후보를 공개 지지했던 박상증 목사가 5대 이사장으로 임명된 것.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2002년 1월 출범한 기념사업회에 낙하산이 투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이사회가 제청한 인물을 안전행정부가 임명해왔다. 이번 5대 이사장도 이사회에서 추천한 인물이 있었지만 안전행정부가 기념사업회의 정관과 규정에 명시된 절차를 무시하고 박 목사를 선정한 것이다.
친박·뉴라이트 인사인 박 목사가 이사장으로 임명되자 기념사업회의 설립위원과 전·현직 임직원 등은 2월17일부터 임명 철회를 요구하며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기념사업회 이사장실에서 점거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박 목사가 2월17∼18일 이틀 동안 출근을 시도했지만 전·현직 관계자들에 의해 제지당했다.
이처럼 기념사업회의 낙하산 인사가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음에도 ‘윗분’의 입장은 확고한 듯하다. 2월20일 안전행정부 사회통합지원과의 한 인사가 기념사업회를 찾아와 “윗분께서 임명을 철회할 뜻이 전혀 없다”라고 밝히며 농성을 풀 것을 요구하고 돌아갔단다.
기획재정부가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낙하산 인사 방지 대책을 발표한 20일 한국전기안전공사에도 낙하산 사장이 임명된 것을 보면 ‘윗분’은 낙하산의 뜻을 모르는 게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