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성시민연대 ::::::::::::

▲ 류연복 민예총 경기지회장.

보개면 남풍리 하남마을에 사는 판화가 류연복씨가 지난 2월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하 민예총) 경기지회장이 되었다.

1980년대를 누구보다 치열하게 앞장서 스스로의 믿음대로 실천했던 사람.

스스로를 ‘공동체주의자’였다고 이야기하며, 지난 1993년 안성에 내려와 19년째 안성시민으로 살며, ‘자연’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이야기 하는 판화가이자 민예총 경기지회장인 류연복씨.

결국 예술은 소외된 것과 낮은 것과의 연대라며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류연복회장을 만나 삶과 예술, 그리고 민예총에 대한 생각을 들어 보았다.

예민한 감수성으로 개인과 사회의 실존 고민

1958년생으로 올해 55살인 류연복씨의 고향은 경기도 가평. 6살 때부터 서울에 살기 시작했고, 서울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니고 1977년에 홍익대 미대에 입학했다.

축구와 야구 등 운동을 좋아하는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다소 내성적이고 감수성 예민한 소년이었다는 류연복 지회장.

“대학가서는 1학년 때와 2학년 때는 술 마시는 게 일이었어, 유신독재라는 시대 상황 속에서 내 개인의 실존과 사회적 실존에 대한 고민들이었지”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갈 때 머리를 삭발하고 시대의 증인이 되기 위해 군대에 간다는 내용의 자작시를 읊은 퍼포먼스를 했단다.

그렇게 간 군대에서는 자작시의 내용 그대로 시대의 증인이 되었다.

10.26때는 고려대학교로 출동했고, 5.18때는 한양대로 출동했었다.

제대한 후에는 집안에서 유일한 대학생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공부하고 그림만 그렸다고 한다.

아름다움은 대중과 소통해야, 최초로 걸개그림 그려

▲ 류연복. 서운산 여름
졸업하고 예술은 대중들과 소통하고, 아름다움은 자유롭게 소통되고 유통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1985년에는 ‘서울 미술 공동체’를 결성하고 1986년에 집 담벼락에 그림을 그렸다. 그게 김일성을 찬양하는 친북 이적물이라는 혐의로 당국에서 지웠다고 한다.

이 일에 대해 “지금 생각하면 한편의 코미디지, 지금은 벽화 그리라고 정부나 지자체에서 예산을 지원해 주잖아”하며 웃는다. 당시 작품의 제목은 ‘상생도’였는데 그 내용은 당시 시대상황과 관련해 농촌을 떠나 도시로 내려온 도시사람들, 그리고 남남북녀 사람들이 어울려 춤추는 대동 세상을 표현한 것이었다고 한다.

‘상생도’는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 어울린 대동 세상에 대한 관심, 분단이라는 민족 현실에 대한 인식 등 예술가 류연복의 관심과 1980년대를 관통한 실천과 관심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그림이라는 생각이다.

또 그런 상생도를 자신의 담벼락에 그린 것은 예술은 대중과 소통해야 한다는 예술가 류연복의 예술관의 반영일 것이다.

화가 류연복의 실천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담벼락에 못 그리게 하니까, 이동식으로 그리자 해서 불교의 괘화, 거는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서 만든 게 걸개그림이야, 그걸 1986년 이른바 5.3사태 때 최초로 내 걸었지”

이런 현실인식과 예술관은 이후 당시 각종 집회에 참여해 걸개그림을 거는 것은 물론이고, 1988년 창간된 한겨레신문 제호와 배경을 디자인 하고, 1989년에는 미국 평화 대행진에 참여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1990년대 초반 민예총이 결성되는데, 이때 대외협력국장으로 일했다.

민예총, 소외된 것들에 대한 연대의 정신이 살아 있어야

“민예총은 민족 예술인 총연합의 준 말인데, 만들 때도 민족 예술인이냐, 민중 예술인이냐 논란이 있었지, 결국 명칭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당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예술가의 역할이 민족문제와 민중문제에 대해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었지”

최근 민예총 경기지회장을 하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그동안 경기 민예총과는 활발하게 활동하지는 않았는데, 미국에 가 있는 동안, 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해 놨어”

현재의 민예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시대상황이 많이 바뀌었지만 지금도 유효한 민예총이 다른 예술인 단체와 차별되는 최소한의 근거는 소외된 것들, 낮은 것들과의 연대의식을 가졌느냐고 생각해”

내내 웃는 얼굴이던 류연복씨의 안색이 조금 굳어진다. 그만큼 고민의 흔적이 깊다는 것이리라.

“여러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있고, 여러 생각을 하고 있어, 개혁해야 할 과제도 많고, 그렇지만 앞에서도 말했지만, 소외된 것들, 낮은 것들과의 연대의 정신이 아직 살아 있다면 희망이 있고, 거기서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

인터뷰하는 당일(19일)도 류연복 선생의 작업실에서는 민예총 경기지회 모임이 있다고 했다.

작업실 마당에 있는 가마솥에 닭 백숙을 하고, 텃밭에서 뜯은 ‘신선초’로 나물을 해 술안주 삼을 생각이란다.

난 원래 공동체 주의자, 안성에서 사람뿐 아니라 소외된 자연과의 연대 깨달아

▲ 텃 밭에 자란 채소를 거두고 있는 류연복 화백.
1993년 부인과 함께 안성으로 내려와 1995년 현재의 위치에 작업실을 지었다.

“난 원래 무슨 이념을 신봉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공동체주의자라고 할 수 있지. 그래서 1990년대 초반 이른바 현실사회주의의 몰락으로 다들 혼란스러워할 때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환고향’하자고 이야기했어” 예술하는 사람들은 말하자면 사회로부터 혜택을 받았으니, 그 받은 혜택을 농촌과 고향으로 돌아가 문화와 예술로부터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주민들과 함께 예술을 나누고 살아가자는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안성에 내려와 지역 주민과 함께 예술로 소통하면서 또 다른 방식으로 주민과 소통하기 위해 시민단체 공동대표를 맡기도 하고, 화장장 반대 투쟁에 앞장서기도 했다.

“안성에 내려와 생전 처음 내손으로 텃밭을 가꾸는데, 텃밭에 새싹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자연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지그재그로 느리게 자라 결국 마지막에 호박 한 덩이 열리게 하는 느린 것 같지만 결국 결실을 맺은 모습을 보면서 큰 감동을 느꼈어”

사람중심의 사고에서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인식, 사람이 자연을 착취하고 이용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반성, 너무나도 평범하지만 자연이 없으면 인간도 없다는 깨달음이 안성에 내려온 후의 예술가 류연복의 작품세계에 짙게 배여 있다는 평가다.

포기할 수 없는 소외된 것들과의 연대 “버티는 게 이기는 것”

2000년대 들어와서는 ‘내면의 소리를 듣겠다’는 생각으로 지역 단체 활동을 줄이고 작품 활동에 몰두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평택 대추리에서 최근의 제주 강정마을, 반핵운동에 이르기까지 소외되고 낮은 사람이나 자연과의 연대활동에 게을리 하지는 않는다.

예술가에게는 치명적 질문인 생활은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웃으면서 “마이너스 통장으로 생활하다가, 작품 팔리면 갚는 생활의 반복이지”하면서 “누가 날 좀 먹여 살렸으면 좋겠어”라고 농담을 한다.

안성의 희망은 그래도 새로운 사람이 유입되어, 기존에 살던 사람과 어울려 살며 희망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버티는 게 이기는 것”이라며 지나온 삶과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한, 인간으로부터 소외된 자연을 포함해 소외된 것들과 연대해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의지를 밝힌다.

봉원학 차장 bwh5722@kg21.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