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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균회원(안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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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우주적 고민을 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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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우주적 고민을 하며
작은 것부터 실천해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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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공동대표 장호균 (하나정신건강의학과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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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희 기자 |
| ▲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공동대표 장호균. © 안성신문 |
지난 달 죽산면에 들어서려 했던 고형연료 소각발전소가 업체 측의 사업취소로 전면 백지화됐다. 만약 발전소가 들어섰다면 연간 17만 톤에 달하는 폐타이어, 폐플라스틱 등을 태우는 과정에서 다이옥신 등의 유해물질이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중에 떠돌게 될 마당이었다. 시민들은 건립계획을 알게 된 시점부터 반대운동에 나섰다. 죽산면, 삼죽면 대책위원들은 자비를 걷으며 반대운동에 열의를 보였고, 여기에 시의회와 새정연이 가세했다. 또 안성신문은 언론으로서 적극적인 보도를 이어갔고, 여기에 시민사회단체가 힘을 보탰다. 특히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은 다른 시민단체와 함께 공동성명서를 냈다. ‘왜 소각발전소가 부당한지’를 국가의 기형적인 에너지 정책까지 그 근본을 세세히 언급하며 싸움에 논리와 정당성을 보탠 것이다. 그 명문의 공동성명서를 쓴 사람이 장호균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공동대표다.
그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나온 인재, 지식인이다. 석정동의 하나정신건강의학과 원장으로 있다. 의사이면서 시민단체 대표인 셈인데, 그가 쓴 한 장의 성명서는 반대운동에서 소중했다. 싸움에 임할 때 정당한 논리가 서면 그것은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하여 이번 싸움은 우리 모두의 승리로 끝났다. 각자의 자리에서 모두가 역할을 하며 똘똘 뭉쳐 싸운 결과였다. 장호균은 밤 깊은 시각, 홀로 앉아 문제를 연구하고 구상하며 자판을 두들겨나갔다. 그것으로 정당성이란 무기를 시민의 손에 쥐어주었던 셈이다. 지식인 역할이란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다. 시민의 편에서 사안을 총체적으로 바라보며, 틈입을 허용하지 않는 논리와 철학으로 그들을 무장시켜주는 것. 좋지 않은가? 그런 역할을 해줄 지식인이 이즈음 우리는 얼마나 그리운가?
안성이 열심히 활용 중인 인재, 장호균
장호균(50세) 대표는 2003년 안성에 정착했다. 연고라고는 없는 안성으로 온 데는 서울 같은 대도시를 싫어하는 그의 취향이 개입되었다. 당시 안성에는 정신과가 한 군데밖에 없었고 고삼면에서 일하던 후배의 추천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아울러 장 대표는 수도권에 속하나 규모가 작은 이 안성이라는 도시에서 뭔가 해볼 수 있으리란 생각을 한다. 지역공동체가 살아 있는 곳이라면 나름 의미 있는 일도 실천할 수 있으리란 판단이었다. 그런 그의 지향은 2004년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과 인연을 맺게 했다. 물론 당시에 환경문제에 관한 깊은 인식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장호균이라는 인물의 됨됨이와 실천력은 그를 2007년부터 시민모임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게 했고, 또 2008년부터는 기획부장 일을 하게 한다. 공동대표를 맡은 것은 이미 2012년부터다. 10년 사이 그는 제대로 된 환경운동가가 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지금은 안성이 고향이나 다름없는 세 자녀를 키우며 안성사람으로 살아가는 중이다. 물론 처음에 안성을 올 때는 이전의 번잡한 삶에서 좀 벗어나자는 생각이 있었다. 그동안 저녁이 없는 삶을 살았다면 이젠 좀 조용히 여유를 누리며 살자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지역은 그를 가만 놔둘 생각이 없었다. 천주교 신자인 그에겐 성당에서도 이런저런 역할이 주어졌다. 주일학교를 맡아 운영하게 됐고 청년분과장, 상임위원 등을 맡아 사목활동까지 해야 했다. 세례 받은 지 몇 년 되지 않는 신자에게 주어진 역할로서는 대단한 것이었다. 덕분에 번잡한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그의 의도는 물 건너 간 것이 되었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고, 성당에서 역할을 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지역사람을 만나는 등의 공적인 삶을 이어가면서 그는 어쩜 이전보다 더 저녁이 없는 생활을 하는 중이다. 그러니 누가 그에게 호젓한 저녁을 허할 것인가? 장호균은 사람 사이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안성이란 지역이 그를 제대로 써먹고 있다는 느낌이다. 처음에 안성을 택한 것은 그였을지 모르지만 그를 제대로 붙잡아 뿌리내리게 한 것은 오히려 안성일지도 모르겠다.
| ▲ 시민모임 월례회, 서운산 꽃길 산행에 나섰다. © 시민모임 제공 | |
20주년 맞은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이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강산이 두 번 변할 동안 시민모임은 지역의 독보적인 진보 시민운동단체로서 수많은 역할을 해왔다. 하천습지의 중요성을 최초로 인식하고 안성천 생태탐사를 이어갔으며, 서운산자연학교, 시민생태학교 등을 통해 폭넓은 계층을 대상으로 환경교육을 실시해왔다. 10여 년 전에 있었던 쓰레기소각장 설치 반대운동에서는 11일간 단식농성을 하며 지역과 함께했고, 그 과정에서 소각장의 대안시설인 ‘생활폐기물 전처리시설’의 도입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여기에 타 지역과의 활발한 연대활동, 생활 속의 생태실천운동, 아울러 회원들의 다양한 자치소모임 활동까지, 그 20년의 성과를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문제나 활동가 재생산 문제 등 시민단체들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를 시민모임도 함께 가지고 있다. 새로운 비전을 세우고 새로운 동력을 찾아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가 시민모임에도 있는 것이다. 이에 장호균 대표는 20주년을 재창립의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 그런 변화를 위해 그는 현재 여러 가지를 구상 중이다. ‘생태도시 안성’이라는 비전을 생각하고, 지역 대안 경제모델에 대한 구상을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시민사회의 공동협력을 위한 NPO(민간 비영리단체) 센터 및 지역재단 설립, 지역의 씽크탱크 조성 등이 그와 시민모임의 머릿속에서 골똘히 설계되고 있는 새로운 목표들이다. 생태도시 안성이라는 비전이 갖는 함의가 참으로 크다. 그것은 근본에 대한 고민이다. 돌아앉아 다시 근본을 고민하고 커다란 비전을 세우는 것, 그런 것을 우리는 ‘창조’라 불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비전들은 환경의 달인 6월, 비전컨퍼런스 개최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근본을 고민하는 귀한 재능을 가진 장 대표는 오늘날이 문명사적 차원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여기고 있다. “현재는 물도, 에너지도, 식량생산도 중대한 위기를 앞두고 있는 시기입니다.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모든 생명 자원이 한계에 이른 것이죠. 이는 천천히, 차근차근 개선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정신적 위기의 수준이 아니라, 문명의 위기, 생명의 위기의 차원인 것이죠. 그러하니 환경운동 차원의 변화가 아니라, 문명사적 차원의 변화를 얘기해야 합니다. 거대문명, 뭐든지 대량으로 과하게 소비하는 문명을 적정수준의 소비로, 지속가능한 소비의 문명으로 바꿔가야 합니다.”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 큰 변화가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 심란하다. “환경운동, 생명운동하면 다들 공감은 합니다. 하지만 그래서 바꿀 수 있는 게 뭔가 하는 회의적인 질문이 돌아오죠. 바꿔야 하는 세상이 너무 거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리라는 비관론이 지배적인 셈이죠.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당장의 앞일만 고민하는 가벼움에서 벗어나 철학적, 우주적 고민을 해야 합니다. 또한 변화가 아무리 요원해보여도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철학적, 우주적 고민을 하며 작은 것부터 실천해나가는 것. 그랬다. 그것 말고 생명을 얻어 태어난 한 인간으로서의 내가 이 우주에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어 있겠는가? 장 대표가 ‘Think globally, Act locally’를 말했다. 그는 여러 가지 대안의 한 가운데 ‘지역’이라는 단어를 위치시킨다. 위기의 급박함을 볼 때 실천의 기본단위는 지역사회이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로컬푸드, 로컬에너지 등이 그 출발선에 있었다. 아울러 국가적 차원의 경제구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경제구조에서 변화는 지역의 자립구조를 확대하는 방향, 협동의 경제, 공동체의 경제를 늘여가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했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안성이 생산한 먹거리와 생산물, 에너지를 안성이 소비하고 그것으로 자립된 하나의 지역공동체가 만들어진다면 수많은 문제들이 해소될 수 있을 터였다. 지역분산형 재생에너지시스템이란 말이 떠오른다. 쪼개서 여기서부터 변화시켜 나가는 것, 그보다 더한 정답이 있을까?
| ▲ 2014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3주기 탈핵문화제에 참여한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시민모임 제공 | |
분리를 극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장호균 대표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 그는 혼자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지만 그런 길을 택하지 않았다. 욕심도 없이 사람과 지역사회와 어울려 그 안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키우고 의미를 찾는 사람이다. 게다가 의사인데도 참으로 소탈해서 식물 같다. 차도 가지고 다니지 않고 장수하기 위해 건강을 챙기기보다는 저녁마다 사람들과 어울려 술 마시는 일에 바쁘다. 그동안 관찰한 결과 머리가 되는 엘리트들이 소탈하기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어렵다. 하지만 장호균 대표는 그런 티 안내고 씩씩하게 제 갈 길을 간다. 모든 세상의 부귀영화에 초연한 제대로 된 선비 하나 발견한 느낌이다.
장 대표는 이 세상의 많은 문제들이 ‘분리’에서 기원한다고 했다. 자연과 인간의 분리가 환경문제를 만들어내고, 인간과 인간의 분리가 사회문제를 발생시킨다고 했다. 농업과 음식의 분리가 기형적인 식량구조를 만들어내는 것도 같은 선상에 있었다. “세상의 어떤 것도 나 홀로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못합니다. 온 우주가 다 연관되어 있지요. 한 그릇의 밥에도 해와 달, 바람, 비라는 온 우주가 관여하고 거기에 인간의 노동이 개입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우주의 이치, 인간사의 이치를 깨달아야 하는 거죠. 저는 먹거리 소비를 잘하는 것으로도 변화의 첫걸음을 뗄 수 있다고 여깁니다. 밥 한 그릇이 내 앞에 오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제대로 아는 것은 생명의 소중함을 체험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죠. 그것으로 세상의 모든 것들에 감사를 전해야 함을 깨닫는다면, 또 나아가 세상의 모든 것들과 공존공생해야 함을 깨닫는다면 많은 것이 변화할 것입니다.”
가만히 듣기만 해도 참 기분 좋아지는 말이다. 세상에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고 결국 그런 사람들 덕분에 이 세상은 좀 더 평화를 향해 기울어진다. 장호균 대표가 할 일이 앞으로도 참 많을 듯하다.
황윤희 기자 9486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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