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성시민연대 ::::::::::::

▲ 공도읍 승두리 한천 둑방 넘어 폐가와 묵정밭이 <가시박>에 묻혀있다.

최근 안성에서는 크고 작은 하천을 가득 뒤덮고 있는 생경한 녹색 덩굴 식물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멀리서 보면 칡덩굴 같고, 가까이 가서 보면 오이, 호박, 조롱박 덩굴과 비슷하지만 이는 생태계교란외래식물인 <가시박> 덩굴로 크고 작은 하천은 물론 저수지 등 수변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해 가며 이미 안성생태계가 위협을 넘어 재앙이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환경부가 고려대 산학협력단에 연구용역 의뢰한<생태계 교란식물 가시박의 친환경 방제기술 최종보고서(2014.10)>(이하 보고서)를 통해 생태교란식물인 <가시박>의 심각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덩굴식물인 <가시박>은 북아메리카 원산의 1년생 박과 초본식물로 우리나라에 알려진 것은 1990년대부터이고, 1994년 <가시박>이라는 국명이 명명되었으며, 1995년 한국귀화식물원색도감‘에 최초로 수록됐다.

우리나라 유입은 곡물 수입과정에서 섞여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했고, 이후 1991년 안동농촌지도소에서 박과 식물의 대목으로 개발돼 덩굴쪼김병 내성으로 42억 원의 수입 대체효과, 당시 국가나 농민을 위한 최고의 연구 성과로 꼽히기도 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곡물 등 수입농산물에 의해 국내로 유입됐고, 이후 특히 같은 밭에 계속해서 심으면 성장장애를 일으키는 연작피해(連作被害)로 줄기가 갈라지는 ‘덩굴쪼김병’을 예방하기 위해 호박 대목으로 접을 붙여 사용하던 박과 원예작물인 오이, 수박, 참외 등의 대목으로 <가시박>이 활용되며 확산의 토대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 <가시박>으로 둘러싸인 한천 하천부지 작은 밭떼기에서 할머니가 호미질을 하고 있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시박>은 일년생으로 하루 30cm 이상 생육가능하며, 길이 20m이상, 한 개체 당 생체 중 80kg 이상, 8만개에 달하는 종자생산력을 가진 식물계 공룡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생산된 종자의 전파방법이 다양(물, 동물, 사람, 바람 등)하여 전파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가시박>의 발아는 4월 하순부터 9월 중순까지 연속적이며, 8월말부터 10월 중순까지 꽃이 피고 열매가 결실을 맺게 되어 9월 초순 및 10월 중순 2회에 걸친 제거가 가장 효과적이다,

주로 하천변(40%)을 따라 대 발생하고, 도로변(27%), 공한지(21%, 농경지(12%) 등에 분포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가시박> 종자는 ‘장명종자(長命種字)’로 한번 땅에 떨어지면 수년에 걸쳐 발아력을 유지하고, 700~1300립/㎡ 정도 분포하며 약 9년에 걸쳐 소멸되나 토양 내 수명은 2~6년 정도로 한번 발생 시 최대 6년 정도의 지속적인 방제가 이뤄져야한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한 개체 당 8만개의 종자 생산력이 있고, ㎡당 700~1300립이 분포하며 장명종자로 토양 내에서 계속해서 6년 동안 발아할 수 있는 괴식물체로 물에 떠내려가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방치하면 하천 등 수계뿐만 아니라 자연생태계를 초토화 시킬 수 있는 무서운 식물이란 것이다.

이런 <가시박>의 무서운 점은 발아해 자라면서 덩굴손으로 발생지의 다른 식물을 잡고 올라가며 덮어버리기 때문에 우리나라 고유 식물 종들의 광합성을 억제하여 고사시켜 토종 생물다양성 및 경관을 해친다.

“손가락이 닿고 잠시 후 휘감고 올라왔다” “무서웠다”
조롱박인지 호박인지 아직 시민들은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런 <가시박>이 안성의 대표적인 하천인 안성천과 이 하천의 지류인 한천, 안성 곳곳을 흐르는 소하천은 물론 금광 저수지 등 저수지에도 심각하게 분포되어 무섭게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안성의 대표적인 하천인 안성천과 한천이 합류 지점부터 인근 미양면 후평리와 공도읍 신두리를 연결하는 302번 지방도 안성천교와 한천교 일대에는 천지가 <가시박>에 덮여 있는 것을 24일 확인할 수 있었다.

폐가가 <가시박> 묻혀 있었고, 전봇대를 휘감아 버렸으며, 아카시아나무는 휘감긴 채 죽어가고 있었고, 묵정밭은 물론 하천둑은 <가시박>에 초토화돼 가고 있었다.

대림동산 인근 대덕면과 공도읍 사이를 흐르는 한천, 안양교부터 안성천에 합류되는 미양 후평리와 공도 신두리 일대가 그랬고, 대덕면 죽리 방향 하천변 가로수로 심겨진 모과나무가 습격당해 심음하고 있었으며, 그 아래 사방(四方)이 <가시박>에 둘러싸인 하천부지 작은 밭떼기에서는 할머니가 웅크리고 앉아 호미질을 하고 있었다.

안성천 안성경찰서 인근 옥산대교까지 천변 수계에서 만연된 <가시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4일에는 보개면 복평리 안성맞춤랜드 앞 작은 소하천에서 만난 안산시민이 개울가에 가득 찬 <가시박>을 보며 “조롱박이 여기에 … 호박인가”라며 고개를 갸웃거렸고 <가시박>이고 북미에서 도입된 생태교란 식물이라는 얘기에 근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가시박>의 안성시 분포실태와 현황은 5-6년 전부터 꾸준하게 모니터링하며 제거작업을 해 오고 있는 환경단체인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대표 정인교. 이하 시민모임)과 안성시 환경과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최근 계속 확산되는 <가시박>에 대해 시민모임이 안성시에 문제제기했고, 이에 안성시가 올해 처음으로 1,750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모니터링과 퇴치사업을 실시했다. 안성시는 내년에도 모니터링 사업과 제거작업을 위해 2,000만 원의 예산을 배정할 예정이다.

안성시관계자는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에 의뢰해 143개소 소하천 모니터를 실시한 결과 많이 확산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올해부터 일부 소하천 상류부터 제거작업을 시작했다”며 “내년에 2천만 원 정도의 예산을 들여 지방하천 등의 모니터와 함께 제거작업 할 예정이다. 그리고 진행되는 모니터 결과를 책자로 만들어 이를 바탕으로 제거작업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직 모니터가 진행 중이고, 모니터가 끝나면 이를 근거로 제거작업을 계속해 나간다는 것이지만 현재 안성의 하천을 뒤덮고 토종식물의 초토화가 진행 중임을 누구나 현장을 가보면 알 수 있는 현실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안성에서 처음 <가시박>에 대해 자체 모니터를 하고, 안성천 등에서 제거작업을 했으며, 안성시에 문제제기를 해 시 차원의 모니터와 제거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환경단체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김선희 사무차장은 “올해 소하천 모니터를 한 결과 <가시박>이 없는 곳을 발견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김선희 차장은 “소하천뿐만 아니라 저수지 그리고 아직 안성시 차원에서 공식 모니터를 하지 않았지만 한천 같은 경우 <가시박>으로 다 덮여 있다”며 “여기에 더해 미양 등 일부 지역 농민들은 뽑아도, 뽑아도 나오는 풀 <가시박>에 대해 하소연해 오기도 하다. 하천을 중심으로 퍼지던 것이 농경지로 점점 확대되고 있는 얘기”라며 걱정스런 속내를 비췄다.

그리고 “8월에 <가시박> 덩굴손을 손가락에 대고 조금 있으니 손가락을 감기고 있었다”며 “정말 성장속도가 굉장히 빠른 식물임을 알 수 있었다. 무서웠다”고 밝혔다.

시간 갈수록 확산은 배가 …
동시다발 모니터·제거작업 필요

다행히 시민모임의 문제제기와 이를 수용한 안성시가 모니터와 제거작업을 병행하고 있지만 한천 등 일부하천은 뒤덮인 생태교란외래식물 <가시박>으로 토종식물이 초토화되고 있고, 하천을 넘어 농경지와 도로변 등지로 무섭게 확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개체 당 8만개에 달하는 종자생산력을 가졌고, 한번 땅에 씨앗이 떨어지면, 땅 속에서만 최대 6년간 계속 발아하는 장명종자(長命種子)이며, 물·사람·동물·바람 등에 의해 전파가 가능할 뿐 아니라 현재 안성의 하천을 뒤덮고 있는 <가시박> 대책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사실상 모니터 위주의 2,000만 원 예산으로 안성 전체 하천을 뒤덮으며 초토화가 진행 중인 <가시박>을 제거하기엔 역부족이고, 모니터를 끝나고 얼마나 어떻게 할지 모르지만 그사이 더욱 급격하게 퍼져 나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와 불도저로도 못 막는 상황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다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주민과 안성시가 <가시박>의 위해성을 알리고, 제거를 위해 민·관 협력체계 구축은 물론 동시다발적인 대책을 실천하지 않으면, 생태교란외래식물 <가시박>은 안성의 토종식물뿐 아니라 농작물까지도 초토화시키기는 대재앙을 불러와더 많은 예산과 시간 그리고 노력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식물계의 공룡, <가시박>이 안성의 토종식물과 농작물을 초토화시키기 위해 무섭게 안성을 점령해 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