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순 기자

하수도요금 인상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주민세, 담뱃세에 이어 공공요금 인상이 결정되자 대중목욕탕 등 관련업종 요금까지 덩달아 치솟으며 빚에 눌린 서민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이번 하수도요금 인상근거 중 하나로 안성시가 제시했던 정부의 현실화율 권고기준이 거짓말이었다는 게 들통이 나면서 조례개정 절차의 무효화와 일련의 사태에 대한 황은성 시장의 공식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안성시민연대(공동대표 강병권·권용일)가 지난 27일, ‘황은성 시장은 안성시민에게 사과하십시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단체는 이번에 ‘허위자료’에 근거해 결정된 하수도요금 인상은 원인무효에 해당한다며, ▲‘하수도 사용조례’의 재개정을 촉구했다. 시는 지난 9월 말 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10월에 하수도요금 현실화를 명분으로 423%(가정용 기준)를 올리는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11월에는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며 인상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모든 일련의 과정에서 안성시가 제시한 근거는 사실과 달랐다.

안전행정부는 2017년까지 현실화율을 70% 수준으로 달성할 것을 제시하면서 요금 현실화율과 총괄원가를 고려해 각 지자체를 4그룹으로 구분, 적정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 여기에서 안성시가 포함된 4그룹(59개 지자체)의 2017년 하수도요금 현실화율 평균 목표치는 51.1%이다. 그러나 시는 그동안 안행부가 현실화율 70%를 제시했고, 요금 현실화율에 따라 국고를 차등 지원받게 된다며 적자누적과 더 이상의 일반회계 전입이 어려운 상황 등을 들며 75%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온 것이다. 본지가 확인한 결과, 지난 6월 경기도가 보낸 안행부 공기업과의 ‘지방상·하수도의 경영합리화 추진계획’은 총 38쪽짜리로, 3쪽만 넘기면 그룹별 하수도요금 현실화율 목표치가 확인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안성시민연대는 ‘심의위원회, 주민설명회, 조례개정의 모든 과정이 허위자료와 허위사실에 근거해 결정됐다’며, 이는 ‘원인무효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성시와 시의회는 허위자료를 근거로 진행된 모든 행정행위와 조례개정 절차를 무효화하고, (안행부가 제시한 4그룹 평균 현실화율과 최대 권장기준인) 하수도요금 현실화율 51.1~60%를 기준으로 조례의 재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허위자료를 제공한 행위는 고의가 아니더라도 행정상 중대한 실수’임에 틀림없다며, ▲‘하수도사업소 강선환 소장에 대한 엄중 문책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단체는 민간투자사업을 추진하면서 요금인상은 예견된 상황이었는데 안성시가 아무런 예고나 준비 없이 시민에게 부담을 전가했다고 전했다. 사업시행 7년이 지난 올 10월에 들어서 느닷없이 하수도요금 현실화라는 명분으로 423%라는 폭탄을 던진 것은 ‘선거를 앞둔 시기에는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고 선거가 끝났으니 이제 올린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행정행위라는 지적이다. 또 민간투자사업으로 하수도 보급률은 크게 개선됐으나 앞으로 20년 동안 안성시민이 갚아나가야 할 비용만 3,700여억원으로, 이는 엄청난 대가의 지불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총사업비에 이자와 기업의 이윤까지 보장해야 하는 민간투자사업의 특성 때문에 발생한 일’로, 결국 시민들에게 ‘공공요금 폭탄’을 안기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진단인 것이다. 단체는 황은성 시장에게 ▲‘이같은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안성시의 최고 행정책임자로서 안성시민에게 공식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더불어 ▲‘민간투자 SOC사업에 대한 사회적 합의기구 설치와 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를 비롯한 안성시 각종 심의위원회 구성에 공모제 도입’을 제안했다.

안성시민연대 강병권 대표는 “사회 양극화 문제가 극심해지는 데다 농촌경제는 전 세계를 상대로 진행되는 FTA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이런 지경에 “주민세, 담뱃세, 공공요금 인상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시키는 정책기조는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민간자본을 유치해 이자에, 수십 년 간의 기업이윤까지 붙어 사업비가 몇 배로 늘어나 시민에게 공공요금 폭탄을 던지는 것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시의원들에게서는 조례 재개정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일부 나오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이번 의회를 통과한 개정 조례에서는 내년 1월부터 가정용 하수도요금의 경우, 194.3%가 인상돼 톤당 220원에서 610원이 적용되며, 2016년~2018년에는 전년도 요금의 각 20%씩 인상한 요금이 부과된다.

박상순 기자 365193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