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제작소 김해창 부소장의 환영사.

시민참여로 행정을 드래그하라

남양주(이석우 시장)는 2009년 주요시정목표로 시민참여행정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각 분야에서 ‘시민참여행정’에 대한 공무원들의 고민이 시작되었고, 시민참여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필요로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 찬바람 부는 남양주의 곳곳을 찾아 인터뷰하였다. 시민참여의 주체이지만 아직 전면에 나서지 못한 ‘시민’과 지역사회의 핵심역량으로 일하고 있는 ‘지역리더’, 그리고 민원과 행정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솔직한 고민을 들어보았다.

우리는 "문제도 현장에 있고 답도 현장에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현장의 목소리를 공유했다. 시민참여행정을 시정과제의 슬로건이 아닌 ‘자기 스스로의 비전으로 선언’하게 함으로써 시민참여행정에 대한 ‘한발딛기’를 시도해보았다.

이번 시민참여행정교육에는 6급 팀장부터 9급 공무원들까지 총 720여 명의 남양주 공무원이 함께 하였다. 6급 팀장교육은 지역의 현안과 자원, 과제를 엮어보는 자원발굴워크숍을 중심으로 구성하였고, 7급 이하 공무원 교육은 주민의 자발적인 시민참여가 낳은 결과를 직접 눈으로 찾아봄으로써 남양주의 시민참여행정과 비교해보았다.

특강을 하고 있는 희망제작소 원기준 객원연구위원과 박원순 상임이사.

특강을 맡은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는 “공공기관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것은 세상에 변화를 가져오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다는 의미”라며 “지금은 정부, 기업, 비영리민간단체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을 구현하고 있는 남양주 공무원이 바로 소셜디자이너”라고 강조했다.
희망제작소 원기준 객원연구위원은 “시민과 행정이 함께하는 상상력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며 국내와 일본의 다양한 주민참여사례와 시민참여기법을 소개하였다.

시민과 행정이 함께 만드는 거리, 삼청동과 북촌한옥마을 돌아보기

현장을 안내한 이영미 연구원은 투어를 하며 삼청동과 북촌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이유를 설명했다.

“삼청동의 간판은 행정이 먼저 나서서 간판정비사업을 한 것도 아니고, 주민들이 그렇게 약속한 것도 아니지만, 한 집 두 집 간판을 자기 개성에 따라 디자인하면서 조화 속에 다양성이 있는 거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것이 삼청동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힘이 되었습니다”

또한 북촌의 한옥 마을이 중요한 것은 재개발하지 않고도 오래된 동네를 유지보수하면서 경관을 더 생명력 있게, 잘 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초기에 북촌문화센터는 서울시 주택국 산하 ‘북촌가꾸기 추진반’의 담당공무원들이 파견을 나와 북촌사업 관련 현장사무소로 사용하던 공간으로 주민 편의를 위하여 한옥을 등록하거나 개보수 하는 등의 지원업무를 현장에서 직접 제공하여 주민들의 호응이 컸다. 특히 북촌에는 주민단체와 시민단체 등 북촌 가꾸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임이 활성화되어 마을 만들기 또는 거버넌스 방식의 새로운 정책 시도를 하는데 기여했다.

삼청동과 북촌마을 현장 스터디투어.

삼청동과 북촌 거리를 거닐면서 남양주 공무원들은 그들의 시민참여행정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남양주 공무원들은 누구보다 시민참여행정에 대한 필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민참여행정의 ‘주체’가 ‘시민’인 만큼 이들을 어떻게 잘 이끌고 함께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끝없는 고민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고 했다.

희망제작소 김현미 연구원이 '불만합창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민원을 다시 보게 하는 새로운 시민참여 기법, 불만합창단

해가 떨어지면 세상은 칠흙 같은 어둠으로 변한다. 그런데 이 칠흑 같은 어둠에 불평하지 않았다면, 과연 전구가 발명될 수 있었을까? 이처럼 불평?불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놀라운 일이 생긴다. 그 속에는 우리 사회를 조금씩 그리고 즐겁게 변화시킬 수 있는 정책의 싹이 있다. 불만을 드러내는 과정을 노래로 표출하는 것은 훌륭한 주민참여의 방법이자 유쾌한 사회운동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남양주 공무원들은 모둠별로 ‘자기 자신에 대한 불만, 공무원(조직, 선후배 등)에 대한 불만, 남양주에 대한 불만, 시민에 대한 불만’을 적어보고, 발표해 보았다. 쉽게 말하기 어려웠지만 속을 툭 터놓고 분임별로 토의함으로써 불만에 대처하는 긍정적인 방법을 익히게 되었다.

불만을 공유하는 것은 서로를 위로하기도 하고 앞으로 반복되는 실수를 막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더불어 남양주 ‘시민참여행정의 오늘’을 진단해 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남양주 공무원이 모둠별로 토의한 불만을 발표하고 있다. 불만합창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 민원을 제기하는 시민들의 입장이 되어 보기도 하고, 자기 의사를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흥겨운 장을 만들었다.

시민참여행정의 달인이 되기 위한 열 가지 약속

이번 교육에서 남양주 공무원들은 국내외 사례 및 주민참여기법에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특히 현장을 직접 방문하며 보고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서 더 의미 있었다는 교육생의 소감이 많았다.

한 수료생은 “내가 담당하는 일이 지역공동체 사업이라 시민참여가 절실하다. 모든 행정에서 시민참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무원들 의식 속에 항상 시민과 함께한다는 생각이 중요한 것 같다. 시민들에게 강요하는 억지스러운 시민참여행정보다는 우리 스스로 시민의 편에서 다독이고 독려하는 공무원이 되어야겠다”는 교육 소감을 발표하였다.

3월부터 6월까지 우리는 남양주 공무원의 입장에서 남양주를 바라보고 생각하게 되었다. 교육생들은 각 기수별로 스스로 만든 5계명에 제 1의 계명을 뽑았고 이를 엮어 10계명을 만들었다. 한 계명 한계명이 완성될 때마다 이를 낭독하며 시민참여행정의 달인이 될 것을 약속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남양주 시민참여행정의 밝은 빛을 보았다.

교육생 하루의 고민이 모여 20일이 되었고, 한 사람의 고민은 720명의 고민이 되어 향후 남양주 시민참여행정의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남양주의 문제해결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을 남양주 공무원의 변화를 꿈꾸며 머지않아 남양주 행정의 달인들과 함께 ‘ 시민참여 행정, 이렇게 한다’는 페스티벌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남양주 시민참여행정을 위한 공무원 10계명 1계명. 불친절한 민원 친절한 공무원이 이긴다 2계명. 고질적인 민원에 소신 있게 답변해주자 3계명. 작업(행정)의 달인되어 시민꼬시기 4계명. 경청, 시민행정의 시작이다. 5계명. 나도 시민, 너도 시민. 6계명. 길 찾는 시민의 등대가 되자 7계명. 시민의 일촌이 되자 8계명. 시민을 웃게 만드는 공무원이 되자 9계명. 잘 키운 공무원 하나 열 시민 안부럽다 10계명. 내 몸이 편해야 시민에게 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