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성시민연대 ::::::::::::


▲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에 건설 중인 스테이트월셔 골프장. ⓒ시사저널 유장훈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동평리는 마을이 완전히 쑥대밭이 되었다. 부실·특혜 골프장 건설로 인해 마을 이곳저곳이 흉물스럽게 파헤쳐졌다. 주민들은 골프장 반대파와 찬성파로 나뉘어 오랜 기간 반목하는 등 가깝던 이웃이 하루아침에 원수가 되었다. 주민들끼리 폭행 사건까지 벌어졌다. 지난 10월 골프장 반대 대책위원회 이재영 위원장(81)이 골프장 건설에 찬성하는 마을 청년에게 폭행당해 2주간 입원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조용하고 평화롭던 시골 마을이 왜 이렇게 황폐화되고 무법천지가 되었을까.

골프장 건설이 화근이었다. 지난 2004년 4월부터 ㈜스테이트월셔는 동평리 일대 1백36만여 ㎡(41만1천3백98평)에 27홀 규모의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며 부지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2005년 12월과 이듬해 8월 두 차례에 걸쳐 안성시와 경기도, 한강유역환경청과 사전 환경성 검토 협의를 마쳤다. 그리고 2007년 5월 안성시로부터 사업 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사업 승인을 받는 과정이 상식을 초월했다.

골프장 예정 부지 안에 있던 2층 규모의 미술관과 여덟 채의 가옥 등을 누락한 채 승인을 요청했는데도 안성시가 그대로 승인해준 것이다. 만약 이런 건축물들이 포함되어 환경 영향 평가가 이루어졌다면 골프장 사업 승인이 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주민들은 ㈜스테이트월셔가 건축물을 의도적으로 누락시키고, 안성시는 이를 눈감은 채 사업 승인을 내주었다고 믿고 있다. 토지와 건축물 소유자 49명도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며 토지 매각을 거부했다.

하지만 경기도 지방 토지수용위원회는 국토계획법 제95조 1항에 따라 강제 수용 절차를 진행했다. 골프장 사업자가 사업 부지의 80% 이상을 확보하면 나머지 20% 부지를 강제 수용할 수 있도록 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법)’이 문제였다. 주민들은 대항력을 상실한 채 평생 살아온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는 신세가 되었다. 주민들은 국토법이 ‘헌법상 개인 재산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냈다. 반면, 골프장 시행사인 ㈜스테이트월셔는 골프장 건설에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회장인 공 아무개씨(43)는 여당인 한나라당의 서울시당 부위원장과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여권 실세 정치인들과 교류하는 등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했다. 이 회사 관계자들은 안성 지역에서 “(공회장이) 여권 실세들과 가까운 사이이다”라며 은근히 세를 과시하고 다녔다고 한다.

실제 회장인 공씨의 힘은 막강했다. 회사의 자본금이 1백8억원 정도에 불과한데도 이보다 무려 15배나 많은 1천6백억원이라는 거액을 은행에서 빌렸다. 더욱이 이 회사는 공사 실적이 없고, 총 부채가 자산을 1백14억원이나 초과하는 부실 회사였다. 회사 존속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인데도 은행들은 앞다투어 거액을 선뜻 내주었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한 특혜가 아니면 도무지 불가능한 일이었다. 시중 은행들은 왜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스테이트월셔에 거액을 빌려주었을까. 이런 점이 석연치 않았다.

그런데 최근 공 아무개씨가 검찰에 구속되면서 의문점이 점차 풀리고 있다. 공씨는 골프장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이중 계약서를 만든 후 하청업체들과 짜고 1백1억9천여 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부동산을 실제보다 부풀려 매입했다가 다시 돈을 되돌려받는 수법을 썼다. 이렇게 조성된 돈 일부는 골프장의 인·허가를 받는 등의 정·관계 로비 자금으로 사용되었다. 로비 자금은 특히 여당 의원들에게 집중 살포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10월26일 ㈜스테이트월셔의 이 아무개 대표(39)와 김 아무개 전무(39)를 체포한 후 비자금 조성 경위와 사용처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뭉칫돈이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했다. 나중에 검찰에 체포된 공 아무개 회장은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하다가 점차 입을 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의원 중 실명이 드러난 인물은 친이계의 좌장이자 이재오 전 최고위원(현 국민권익위원장)의 최측근인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다. 또한, 공의원과 가깝게 지낸 ㅎ의원, ㄱ의원 등 3~4명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곧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의 소송 대리인인 녹색연합 최재홍 변호사는 “이곳은 원래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곳이었다. 골프장이 생길 경우 골프장에 뿌리는 농약으로 인해 주민들의 피해가 불을 보듯 뻔했다. 더욱이 평생 이루어온 마을 공동체가 파괴되어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이다. 이제 와서 골프장이 중단된다고 해도 공사 부지가 이미 모두 파헤쳐져서 회복할 길이 없다. 이 지경까지 된 것은 돈을 받고 허가를 내준 관공서와 허가가 나도록 압력을 행사한 정치인 등이 원인이다”라고 강조했다.

공성진 의원과 골프장 업주의 ‘이상하고 특별한’ 관계

㈜스테이트월셔 공 아무개 회장이 한나라당 내에 입지를 굳힌 것은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공의원은 공씨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했다. 지난해 초 공씨를 한나라당 서울시당 부위원장 자리에 임명한 것도 당시 위원장인 공성진 의원이었다.

한나라당 정보위원회 부위원장과 상임위원장을 맡게 된 것도 공의원의 후광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공씨는 또 공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 미래위기대응특위의 위원으로 지내면서 여권 인사들과 두루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공의원은 공씨를 한나라당 인사들에게 소개하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았다. 국회 위기관리포럼과 한나라당 미래위기대응특위의 행사에는 대부분 공씨를 동행하게 했다. 여기에는 국가정보원, 국방부, 경찰청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7월14일 포럼과 특위 위원들이 국가정보원 국가사이버안전센터를 방문하는 자리에 공씨가 있었다. 국정원은 이 자리에서 ‘국가 사이버 안전 체계’ 등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의원은 지난 5월18일 서울경찰청 산하 경찰특공대와 특수전사령부 산하 707 특수임무대대를 방문하는 자리에 공씨(모자이크 처리)와 동행했다(큰 사진). 여기에는 공성진 의원 등 한나라당 국회의원 7명이 참석했다. 경찰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특공대 기습 작전 시범을 선보였고, 군 특수부대는 테러범 진압 훈련을 보여주었다(작은 사진). 지난 7월27일부터 8월2일(6박7일간)까지 공성진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과 공씨가 함께 중국과 일본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처럼 공성진 의원은 공 아무개씨를 각별히 챙겼다. 공의원이 공씨를 이렇게 유별나게 챙긴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