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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비판론자’로 꼽히는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는 후쿠시마 방사능 원전 오염수 유출과 일본산 먹을거리에 대한 우려에 대해 “정부가 ‘괴담 유포자를 찾아내라’고 엄포를 놓기 전에 구체적인 정보를 국민들에게 먼저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한겨레가 만난 사람]
원자력 전문가 장정욱 일 마쓰야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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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유출은 왜 발생한 것인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지 2년 반이 지났지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한 일은 후쿠시마 원전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핵폐기물) 보관시설 보강 작업과, 1호기에 특수 플라스틱 패널을 조립한 커버를 씌운 것밖에 없다. 3호기는 방사능 수치가 너무 높아 접근도 못하고 있다. 사실상 손을 못 대고 있는 상황이다.
오염수 유출에 대해 도쿄전력은 그동안 부정하기만 했는데, 원래 원전 부지 자체가 물이 많은 땅으로, 바다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원전 주변 언덕에서 하루 약 1000t의 지하수가 바다로 흐르고 있다. 이 가운데 매일 400t이 건물 지하에 고여 있는 고농도 오염수 7만5000t에 유입돼 고농도 오염수로 바뀌고, 나머지 600t 가운데 300t이 원전 부지 내의 오염된 토양과 배수구의 방사성 물질에 오염되어 바다로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약 39만t의 저장탱크를 설치해 오염수를 담아 왔지만, 벌써 약 33만t(8월6일 기준)이 차 있다. 일본 정부는 내년 70만t, 2015년 80만t으로 탱크의 용량을 확대하겠다고 하지만, 현재 배출되는 물의 양과 저장탱크 건설 부지가 부족한 사정을 고려하면 쉽지 않을 것이다.”
-일본 정부의 대책은 현실성이 있나?
“일본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 사고 발생 뒤 모든 것을 도쿄전력 책임으로 돌렸다. 1차 책임은 민간기업인 도쿄전력이 가지고 있다며 한발 빼고 있었다. 뒤늦게 내년 예산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유출 방지 비용을 반영한다고 한다. 도쿄전력이 사고 수습을 한 것은 주변 잔해물 정리 정도밖에 한 것이 없는데, 정부는 무관심과 방관으로 대응한 것이다. 후쿠시마 1~4호기는 폐로 신청한 상태이지만, (높은 방사능 수치 때문에) 체르노빌 원전처럼 콘크리트 등으로 덮을 가능성이 높다. 오염수 유출 대책의 경우, 물을 막는 동토벽 등을 만든다고 하는데, 중장기 계획인데다 오염수가 벽틈으로 새나갈 수도 있다. 결국 저농도 오염수는 바다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방사능 오염수의 동해 유입과 일본산 수입 먹을거리에 대한 우려가 계속된다.
“후쿠시마 주변 강 지류를 봤을 때 농도는 높지 않지만, 육지의 방사성 물질이 빗물에 씻겨 강을 통해 이미 동해안으로 유입되고 있다. 이 농도가 안전한지 아닌지, 동해로 유입되면 어떻게 되는지가 문제일 텐데….
(농도가) 1이라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고, 섭취량에 따라 암 발생률이 높아지는 비례관계를 가지기 때문에, 학자로서는 저농도 오염수라고 안전하다고 말하긴 힘들다. 하지만 무조건 위험하다고 할 수도 없다.
현재의 방사능 안전 기준은 관리상의 기준치로, 절대적인 안전 기준치는 아니다. 다른 화학약품들처럼 몇 베크럴(Bq) 이하라고 안전하다고 할 수도, 위험하다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일상생활 공간에도 방사능은 존재한다. 국내 역시 과거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방사능 낙진의 영향도 받았다. 식품첨가물, 중금속, 잔류농약 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같이 고려해야 할 것이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물막이벽 세워도 유출 못 막아
인체 치명적인 세슘·스트론튬
오염 측정치 등 터놓고 말해줘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과정
전력 소비량-생산량 비교하면
되레 마이너스 될 수 있어
경제적이지도 안전하지도 않다
-정부는 ‘안전하다’고 계속 강조하는데….
“한국은 방사성 세슘 안전기준을 1㎏당 370베크렐로 유지하고 있다. 이건 체르노빌 사고 뒤에 만들어진 기준이다. 일본은 370베크렐을 100베크렐로 기준을 낮췄는데, 한국은 여전히 그대로다. 국민들의 우려로 일본에서 수입하는 식품만 지난해부터 일본의 안전기준을 적용했다. 하지만 홋카이도 위에서 잡히는 명태와 고등어는 러시아산으로 들어오는 것도 많은데, 여기는 370베크렐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맞는 걸까? 이상한 논리가 통하고 있다. 또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20대의 게르마늄 반도체 측정기는 스트론튬을 측정할 수 없다. 방사능 유출 시 세슘과 스트론튬이 가장 치명적인데, 후자의 측정치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가 “괴담 유포자를 찾아내라”고 엄포를 놨는데, 그 전에 이러한 현실과 구체적인 정보 등을 국민들에게 먼저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방사능과 관련한 정보와 수치를 투명하게 공개할 때 ‘괴담’은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 교수는 2009년을 전후로 한국의 원자력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원자력 학계를 중심으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던 때였다. 원전에서 사용하고 남은 핵연료를 전기분해 방식으로 처리해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추출해 다시 핵연료로 사용하는 ‘건식 재처리’ 기술은 아직 상업적으로 성공한 나라가 없다. 핵무기 전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지난 4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을 앞두고, 외교부와 국내 원자력 학계는 재처리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장 교수는 “경제성도 없고, 안전성도 없는 재처리에 한국만큼은 힘을 쏟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원자력 정책에서 느끼는 문제점은?
“나는 두가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봐도 고리원전 1호기(부산), 월성 1호기(경주) 등 노후 원전을 수명 연장하는 것과,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를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산업회의, 옛 지식경제부를 몇년간 찾아다니며 관련 자료를 달라고 귀찮게 했다. 두가지만 지켜진다면 그분들 귀찮게 안 하려고 한다.(웃음)”
-노후 원전 수명 연장은 무엇이 문제인가?
“수명 연장을 반대하는 이유는 일본 사례를 봐왔기 때문이다. 일본은 80년대 후반까지 매년 2기 이상의 원전을 건설했다. 하지만 인구가 늘지 않고 산업구조도 바뀌면서 에너지 소비가 정체되자 1년에 원전 1기도 짓지 못하게 됐다. 그러자 플랜트 회사 등 원전과 관련된 산업들이 위축되고, 고용불안이 야기됐다.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발전소 건설을 확대해 공급량을 늘리면서 전력을 싸게 파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력소비가 늘어 전력이 모자라면 발전소를 추가로 짓는다. 앞으로 인구가 늘지 않고 산업구조가 바뀌면 에너지 소비가 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원전 건설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점진적으로 지으라고 비판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원자력 산업계의 입장에 휘둘려 원자력 성장 위주의 정책을 폈다. 고리 1호기나 월성 1호기처럼 구형 원전은 수명을 연장할 게 아니라 안전성을 위해 이제 폐로하고, 미래에 대비해 폐로 기술을 연구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재처리는 왜 반대하는가?
“재처리는 원자력의 경제성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연구했다. 근데 이건 경제성도 없고, 안전성도 보장 안 되고, 덕 볼 일이 없는 것이다. 한국은 일본의 20년 실패의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일부 원자력 학자들이 주장하는 ‘자원의 재활용’은 거짓말이다. 사용후 핵연료의 94~96%를 재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재처리 과정에서 투입되는 전력 등의 에너지를 고려하면 발생하는 에너지는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일본 롯카쇼무라 재처리 공장을 봐라. 올해 10월 완공 목표를 세웠지만, 새로운 안전기준에 맞추려면 내년에나 가능할 것이다. 20번째 완공이 연기가 된 것인데, 공정상의 문제, 방사능 유출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미국이 반대하는데도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이야기는 왜 계속 나오는 걸까?
“‘핵마피아’들에게 일거리를 계속 만들어주는 것 아니겠는가.”
-최근 원전 비리의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다. ‘핵마피아’에 대한 생각은?
“체르노빌 사고 당시 일본의 ‘원자력촌’(핵마피아) 사람들은 ‘일본과 러시아의 원자로 유형이 달라 문제가 없다’고 떠들었다.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한 뒤 국내 원전 관계자들은 ‘일본에 비해 우리의 격납용기는 크기도 크고 원자로의 유형이 달라 안전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원자로 사고 발생 시 예상되는 손해 비용을 산정할 때, 일본과 원자로 유형이 다르다는 논리로 후쿠시마 사고를 반영 안 하려 한다고 들었다.
후쿠시마 1~4호기는 2004년 일본 정부 보고서가 사고 확률이 1000만분의 1.3 전후라고 밝혔는데, 사고가 났다. 한국도 일본의 ‘안전신화’에 매달려 있다. 일본의 원자력촌은 도쿄대 공학부 출신들과 원전 담당 부처인 경제산업성 관료들 중심으로, 이를 금융·산업 자본과 언론 등이 둘러싸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5년마다 바뀌는 대통령도 이들(핵마피아)을 어찌하지 못한다. 한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관료-자본-학계가 고구마줄기처럼 얽혀 있다.”
-앞으로 원전 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수요관리 정책 전환의 추진이 계속돼야 한다. (과도한 원전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절전과 민간 자가발전기 확대, 열병합발전소의 확대 등이 필요하다. 원전을 사용한다는 것은 핵폐기물의 처리와 폐로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물어야 한다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이대로 원전을 운영하는 것은 다음 세대에 무책임한 짓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