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주의 상황을 ‘위기’로 진단하는 정치인, 종교인, 시민사회 인사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민주통합시민행동(가칭)’ 발기인대회를 열고 민주개혁세력 대연합의 징검다리가 되겠다고 밝혔다.
민주통합시민행동은 발기 취지문에서 “민주·평화·민생을 위해 헌신하시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며칠 전에 치르면서 민주세력이 이제야말로 뼈를 깎는 자기반성을 바탕으로 하나가 돼야 함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밝혔다.
민주통합시민행동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세력이 반드시 대연합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그 ‘여러분’과 ‘후배’의 일부가 우리 자신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오늘 그 민주대연합의 징검다리가 될 각오로 ‘민주통합시민행동(가칭)’을 창립하기 위해 여기 모였다”고 설명했다. 

	▲ 27일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재단에서 열린 민주통합 시민연대(가칭)의 기자회견. 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차려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 수많은 시민들이 헌화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민주통합시민행동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이은 서거를 경험하면서 70~80년대 민주화운동과 90년대 시민사회운동을 이끌었던 이들이 모여 한국 정치 상황을 극복하려면 분열이 아닌 대연합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이들이 결성했다.
민주통합시민행동은 이날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해찬 전 국무총리, 이해동 목사, 안충석 신부, 효림 스님 등 다양한 공간에서 활동해온 100여 명의 준비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민주통합시민행동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이들이 모였다는 게 특징이다. 이날 발기인대회에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등 야당 대표들도 참석했다. 이날 행사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분열이 아닌 연대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김종철 전 연합뉴스 사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정치결사나 특정한 연대모임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화를 되살리고자 노력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대연합을 이루어서 우리가 바라는 민주정부를 준비하는 첫걸음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해동 목사는 “민주대연합은 선택을 해야 되는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함께 연합하지 않고는 민주정부를 다시 찾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대연합은 거의 민주개혁진영의 당면 과제이고 동시에 안하면 안 되는 숙명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 지난 23일 오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울 광장에 김 전 대통령을 추모하려고 나온 할아버지와 손자가 보인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민주통합시민행동이 큰 그릇이 돼서 시민과 정당까지 다 담아내는 크고 넓은 그릇이었으면 한다. 국민의 건강한 목소리 담아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당 대표로서 진보세력 대통합을 호소한 적이 있다. 작고 크건 간에 그런 차이와 벽을 뛰어넘어 국민에게 권력을 찾아드리는 그런 정치가 이뤄지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은 “민주주의 후퇴, 서민 중산층 경제위기, 남북 갈등과 대립이 우리를 무겁게 짓누른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것은 안 된다고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손에 손을 잡아야 한다. 어깨동무도 해야 한다. 투표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연대가 우리를 굳세게 하고 승리로 이끌 것이다. 보궐선거에서 지방선거에서 자기의 몫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 기여할 것을 주장하고 국민에게 민생민주평화를 가져오는 행동을 기대하고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부산시민추모제가 지난 5월28일 오후 9시께 부산역 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손혁재 한국 NGO 학회장은 이날 ‘민주주의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서 “이명박 정권은 반민주정권, 민생파탄 정권, 한강파괴토건정권, 남북대결정권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면서 “이명박 정부의 성격은 기득권 세력의 연합체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손혁재 학회장은 “2010 지방선거에서 민주평화개혁세력이 국민의 지지를 압도적으로 받아야 현 정부가 정신을 차릴 것”이라며 “반MB, 반한나라당이라는 것만으로는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 신자유주의적 실용주의와 맞설 가치를 만들어내고 이를 정치적 비전으로 구체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박동천 전북대 교수는 “보수 단체들이 자기들만이 ‘진짜 애국자’라고 하면서 나머지는 모두 빨갱이로 몰아붙이는 습성과 무슨 진보단체에서 자기들만 진짜 진보라고 하면서 나머지는 전부 잡탕이라고 매도하는 습성은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한 교조적 결벽증이라는 점에서 똑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