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으로 입법예고된 목장허가 제한조례안의 내용은 시민은 물론, 축산농가에도 전혀 도움이 될 수 없다.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때 늦은 반성과 우려수준에서 비롯된 제한조례 제정이므로 “100미터 앞에 두고, 200미터 앞에 두고”의 유행가 가사식의 형용문구 몇 자로 치장되어서는 아니 된다. 시간을 충분히 갖고 시민들의 의견을 폭 넓게 수용하여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조례안을 마련해야 한다.

졸속으로 추진하는 조례제정은 더 많은 민원과 갈등의 초래를 예고할 뿐이다. 환경오염에 따른 잦은 목장허가 민원에 시달려온 행정당국의 고충을 알지 못하는바 아니지만, 입법예고된 제한조례안은 이 눈치 저 눈치 정치적인 임시 봉합적 야합이라 지적받지 않을 수 없다. 지난 6월 5일 내혜홀광장의 ‘환경의 날 기념식’에서 연단에 오른 모든 연사들은 우리 안성의 미래가치가 환경뿐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설파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환경개선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중대한 결단과 지도력이 필요하다.

그동안 저금리의 축산시설지원자금을 일부축산농가의 증개축을 위하여 특혜적으로 퍼준다는 의혹이 있었는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남발되는 목장신설 또는 증설허가는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며, 아직도 축산시설지원자금이 남아있다면 영세한 축산농가의 오폐수시설 등 기존의 축사환경개선자금으로 전환하여 전면적으로 지원해야 마땅하다. 그래야만 소모적인 갈등을 종식시키고 축산농가도 시민도 더불어 살 수 있는 깨끗한 환경의 안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 안성에서 주로 축산업을 영위하였거나 영위하고 있는 일부 직능단체장들이 내 집 앞, 내 동네 축사허가는 결사반대하는 한편, 남의 집 앞, 타 동네 축사허가에 대하여는 강 건너 불 보듯이 허가해주라고 탄원하는 이율배반적이며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비록 일부 축산농가의 사례이긴 하겠지만, 악취 나는 축사현장은 외국인 용역이나 관리자에게 도맡기고 정작 목장주와 그 가족은 시내아파트나 쾌적한 환경지역에 마련된 전원주택에서 거주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들여다보고 있는 말 없는 다수 목장주변 시민들의 시선이 매양 곱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안성은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자족도시에서 출발하여 목장을 운영하기에 좋은 여건을 두루 갖추고 있었으므로, 원해서든 아니든 목장이 많이 생김으로서 파생되는 환경문제를 누구의 책임이라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추가적인 목장허가 남발에 따른 생산과 공급과잉은 제2, 제3구제역의 빌미가 됨은 물론, 반복적인 축산물가 폭락을 초래하여 종래는 축산농가 모두를 파멸로 내 몰리게 할 뿐이다. 그러므로 허가제한 조례의 공포와 시행을 다소 늦추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 기회에 시민과 축산농가, 허가당국 모두가 공감하여 상생할 수 있는 최적의 조례제정을 추구해야한다.

또한 장기적으로 사실상 이미 대단위 축산단지화된 지역을 도시계획적으로 축산산업단지로 지정하고 축산농가에 적정가로 분양하여 친환경적 현대시설을 갖추도록 지원함으로써, 축산농가를 축산오폐수와 악취에 대한 지속적인 민원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할 것이며, 비로소 목장허가로 인한 주민간의 반목과 갈등해결의 근본책과 축산농업의 선진화정책은 마련될 수 있다 할 것이다.

남 경우 안성생명환경연대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