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멈춰 서 있는 낡은 핵발전소를 바라보며 가슴 졸이는 사람들, 송전탑이 세워지며 공동체 생존을 위해 싸우는 할머니들, 765㎸ 신중부변전소 건립을 반대하는 우리 이웃 사람들…….
일련의 모습들은 모두 ‘전기’라는 놈 때문이다.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이놈은 덩치가 커지면 모두 부담스러워 한다. 하지만 현재는 제2의 공기(空氣)라 불리어질 정도로 생활에서 정말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남자와 여자가 얼굴 반쪽씩 차지하고 있는 아수라 백작처럼 선과 악, 좋고 싫음이 분명하지만, 함께 공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전기’다.
이놈은 잘 다뤄야 한다. 편리한 생활을 위해서는 많이 써야 하지만 멀리 해야 할 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기를 친다. 완전 사기다. 소비량이 가장 많은 서울은 한반도에서 제일 먼 곳에 세운 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를 끌어다 쓴다. 발전소에서 전선을 타고 각 가정에 들어가는 전기는 발전소에서 내보내는 전기량 중 30%도 안 된다. 70%는 전선을 타고 이동 중에 사라진다. 비상식적인 해프닝을 우리가 매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울 한복판에 원자력발전소를 지어야 한다. 자신들이 쓰는 건 자기들이 해결해야 하지 않겠는가! 똥 치우는 사람은 따로 있는가! 앞으로 더 이상 사기를 치지 말라.
전기는 사람뿐 아니라 야생동물도 싫어한다. 시베리아 툰드라지역의 순록들은 사람이 세운 송전탑을 중심으로 좌우로 나뉘어 움직인다는 얘길 들었다. 몸에 좋지 않은 것을 아는 것이다. 사람도 서서히 그 무서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삶의 터전에 그놈들이 오는 걸 싫어한다. 자기네들이 제일 많이 쓰면서 말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보자. 이건 이리저리 풀만 뜯어먹는 순록들도 알 정도로 매우 기초적인 진실이다. 많이 쓰는 것을 막아야 한다. 더 이상 발전소 짓는 것을 막아야 한다. 원자력발전소를 특히 더 막아야 한다. 일본 후쿠시마 사태를 벌써 잊으면 안 된다. 더 이상 송전탑을 못 세우게 해야 한다.
지구촌이 모두 1시간 불을 끄면 기후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하는 황당한 상상력이 2007년 호주 시드니에서 시작한 이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지구적 행사가 ‘어스 아워’(earth hour ;지구촌 불끄기 행사)다. 지난 3월 29일(매년 3월 셋째 주 토요일 8시 30분~9시 30분)도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에서는 지인들이 모여 그날을 기리며 촛불파티를 했다. 발전소가 아닌 절전소를 각 가정에 설치하자고 외치며 말이다.
더 이상 밀양에 희망버스를 보내지 말고, 그리고 희망버스를 못 탔다고 자책하지 말고, 절전소 운동에 참여하자. 안성시민들이 얼마나 절전을 해야 원자력발전소 하나를 만든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정인교(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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