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난 3월29일(토)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에서 2014 지구를 위한 한 시간 ‘어스아워’(earth hour) 행사가 있었다. ‘어스아워’ 캠페인은 매년 3월 마지막 주 토요일, 저녁 8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60분 동안 전등을 끄는 글로벌 캠페인으로, 올해 안성에서는 처음 시민들의 자발적인 캠페인으로 진행되었다. 이 캠페인은 2007년 세계자연보호기금(WWF)에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세계인의 참여와 실천을 이끌어내기 위해 시작했는데 2013년에는 세계 154개국, 7,000여 개 도시와 마을에서 참여할 정도로 급속도로 확산되어 단일 환경보호 캠페인으로는 지구촌 최대 규모의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장호균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공동대표
올해 안성에서 개최된 어스아워 행사는, 시민모임에서 ‘절전소 운동’을 시작하면서 참여하는 개인과 단체가 한 자리에 모이는 작은 축제로 기획된 것이기 때문에 안성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홍보 작업을 계획적으로 진행하지는 않았지만, 시내 몇 개 아파트 단지 입주자협의회에서 주민 방송을 기꺼이 해주고 행사 당일 참여자들이 지인들에게 문자와 카톡을 보내는 이벤트를 진행함으로써 개인적으로 같이 참여했던 안성 시민들도 일부 있었을 것이다.
시드니의 하버 브릿지, 파리의 에펠탑, 런던 시계탑,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중국의 만리장성, 로마의 콜로세움과 같은 세계적으로 랜드마크가 되는 건물들이 동시에 소등을 하는 장면을 매스컴을 통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구 동쪽 남태평양 사모아에서부터 차례로 지구 반대편까지 소등의 릴레이가 펼쳐지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장관일 뿐 아니라 지구를 한 시간이라도 쉴 수 있게 하겠다는 인류의 자발적인 의지가 하나로 모이는 순간으로서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우리나라도 2009년 어스아워 한국사무소가 설치되어 매년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2012년 전국적으로 공공건물에서만 약 412만8,000kwh의 전력 저감을 가져와 어린 소나무 62만9,640 그루의 식재 효과와 온실가스 1,749 톤의 감축 효과를 가져왔다고 공식 집계되었다. 2013년 서울시는 약 63만여 시설이 참여하여 1시간 소등으로 약 23억 원에 달하는 전력을 절감하였다고 공식 보고되기도 하였다.
올해 시민모임 어스아워 행사는 두레생협, 의료생협, 금광면 들꽃피는마을, 시민모임 운영위원회와 푸른씨앗모임, 안성시민연대 노래모임, 아름다운가게 안성점 등 ‘절전소 운동’에 참여하는 6개 단체에서 활동하는 40-50명의 시민들이 모여 8시30분부터 전등을 끄고 ‘촛불 파티’를 진행했다. 일반적인 축제와 형식과 내용이 다르지 않았다. 음식 나눔이 있고 노래와 음악 연주가 있고 친구와 동료가 있고 축제의 유쾌함과 소란스러움이 있었다.
다만 지구를 위해 전깃불을 끄고 지구촌 주민과 함께 한다는 연대 의식, 후쿠시마 핵사고 3주기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일본의 실태에 대한 짧은 동영상, 생태 위기 시대의 별 이야기, 지구의 휴식과 함께 하는 ‘평범한 파티가 주는 휴식’과 같은 특별함이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많이 소개되었지만 일본에 유후인이라는 온천 관광 도시가 있다. 토목 공사로 수장될 뻔했던 외진 산골 마을이었고 여행 블로거들의 포스팅을 봐도 아기자기하게 꾸며놓기는 했지만 특별함이 없어 보이는데 일본 여성들이 꼭 한 번 가고 싶은 곳 1위이고 매년 수백 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한마디로 ‘생활형 관광지’.
그러나 그 배경에는 ‘살기 좋은 마을이야말로 뛰어난 관광지’라는 유후인 시민들의 공감대, ‘여성 혼자 다녀도 안전한 관광지’를 목표로 하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 ‘환락가가 없는 온천’이라는 경제적 가치 포기에 대한 주민들의 합의, ‘영화관 하나 없지만 영화제가 열리는 마을’이라는 주민들의 반전 아이디어 등 ‘주민 스스로 참여하여 마을을 만들어 가는’ 평범함이 주는 평온함이 있는 도시인 것이다. 지구를 위한 한 시간 ‘어스아워’, 유후인의 주민 스스로 만들어 가는 평범한 평온함, 그리고 안성의 브랜드 가치를 연결해서 안성 시민들에게 제안한다. 올해 행사는 끝났지만 매해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 환경보호 캠페인에 안성시와 안성 시민들도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면 안성시를 새롭게 브랜딩 하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장호균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공동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