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과 서민의 금융, 안성신협을 이끌어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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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안성신용협동조합 이사장 송창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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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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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간 목장을 운영하며 두문불출했던 은일(隱逸)의 선비가 돌아왔다. 이전에 지역에서 많은 일을 맡아 심신이 고단한 세월을 보내고, 이제는 그만, 하며 손 털고 은둔에 들었던 송창호(66세), 그가 안성신협 이사장으로 컴백했다. 축하하기 위함이었을까? 이번 이사장 선출은 안성신협 역사 33년 만의 최초의 경선이었고, 그는 59.1%의 지지로 당선되었다.
| ▲ 안성신용협동조합 송창호 이사장. © 안성신문 | | 송창호 이사장의 본업은 수의사였다. 동물병원을 운영했고, 11년 간 한경대에서 수의학을 강의하기도 했다. 그저 그렇게만 살 수도 있었지만 이 사람, 지역에서 굵직굵직한 자리를 맡아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주목할 지점은 그것이 자의라기보다는 등 떠밀린 격이었다는 것. 91년에는 도의원 선거에 나섰다. 야권에서 단일후보를 만들어주었고, 당시의 여당이 너무한다 싶은 반감에 선거에 나섰던 것인데 선전했지만 낙선했다. 그러자 지역언론사의 대표이사 겸 발행인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그것은 남 좋은 일하는 격이었지만 3년을 맡아 일했다. 그때 퍼 쓴 사비가 4천여 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이후에는 안성의료생협 이사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6년을 일했고, 또 안성시민연대 초대회장을 맡아 3년 간 일하기도 했다. 마지막이 안성시장 예비후보 경선이었는데, 거기서 고배를 마시고는 이제는 손 털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자의반 타의반의 생활을 끝내겠다는 결심이었다. 그리하여 두문불출, 은둔과 칩거의 8년을 보내다 이번에 안성신협 이사장으로 복귀한 것.
지역에서 이렇게 요청이 많은 까닭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만만해서가 아니겠느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이도 있고 지역에 사람관계도 다양하니, 이 사람에게 맡기면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을까, 또 지역운동하려는 젊은이들에게 세대 간 가교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받아들여졌던 것 같아요.” 자기를 낮추고 권위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런 이유만이었을까?
얘기하다보니 이 분, 남다른 면모를 발견한다. 정말 변하기 어려운 것이 사람의 성향인데 송 이사장은 50대 중반에 ‘아프락삭스’, 새롭게 태어났다. 이전에 보수적이고 권위적이었던 성향이 젊은이들과 호흡하면서 방향을 튼 것. 온건한 진보로의 한 걸음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한 그러한 변화가 어떻게 가능했을까? 거기엔 안성의료생협에서의 6년이 있었다. 의료생협에서 시민운동을 하는 젊은 후배들의 태도에 그는 많이 놀랐다. 새로운 세대는 권위나 연배는 아랑곳없이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고 반항하기를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그 낯선 풍경을 견디느라 송 이사장은 매일매일 속앓이를 했다고 한다. 심장병이 생길 정도의 스트레스였던 것. 하지만 그는 이겨냈다. “많은 생각 속에서 여러가지를 곱씹고 또 곱씹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내가 틀린 게 많더라고요. 다른 이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는 걸, 어떤 사안이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격렬한 토론과 논쟁을 거쳐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걸, 그래야 잘못될 확률이 줄어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 이런 깨달음을 갖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가치관이 굳을 대로 굳은 중년의 나이에 그런 열린 자세를 갖는다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다. 그는 여전히 성장하는 중이었다.
그러한 변화는 모든 일상에 고스란히 반영돼, 송 이사장은 이제 민주적인 논의구조, 상향식 의사전달 체계를 가장 중시한다. 송 이사장에게 하향식 명령전달 체계란 보수도 아니고, 그저 패거리들의 짓거리일 뿐이다. “민주주의에서 다수결 원칙은 최후의 선택입니다. 충분한 토론과 논의의 과정 없이 찬반을 묻는 건 폭력적이죠. 진정한 민주주의는 합의의 정신을 실현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 이런 말은 듣기만 해도 좋다.
송 이사장은 안성의료생협 이사장이었던 6년을 거쳐 마음의 문, 귀를 열 수 있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마음을 여는 것, 그것은 누구에게라도 새로운 탄생에 비적할 만한 일일 것이다. 또 오랜 고민 끝에 자기 것으로 만들었을 권위주의에 대한 철학도 인상적이었다. “권위주의는 약자들이 쓰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얼마나 두려우면 권위를 내세울까 싶죠. 제 딸은 손자랑 노는 절 보고 다섯 살짜리라고 합니다. 하지만 전 마누라, 자식들 앞에서 까부는 것을 꺼리지 않습니다. 권위란 없는 걸 있는 척하는 거죠. 그저 포장일 뿐입니다.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 정직하게 드러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뭉글뭉글 존경심이 인다. 자신의 모자람을 인정하고,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타인의 말을 경청할 줄 아는 자세.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이 땅의 지도자들에게 요구하는 가장 큰 덕목이지 않은가?
안성신협 경선에서 이길 수 있었던 지점은 어디일까? 송 이사장은 “그동안 쉬운 길 가지 않았다는 것이 조합원들에게 신뢰를 주”었던 듯하다고 했다. 그렇다. 그는 쉬운 길을 가지 않았다. 지역의 여권으로부터 정말 달콤한 제안을 세 차례나 받았으나 물리쳤다. 개인의 안위를 도모하기 좋은 자리였다. 고사한 이유가 뭘까? “우선 성향이 다르죠. 그리고 그런 자리를 맡는다는 것은 그동안 저를 지지해주셨던 분들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권이냐, 야권이냐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에 가까웠지요.” 대중도 그런 송 이사장의 신의를 알아보았을 것이다. “저는 주변에 인적자원이 풍부한 사람입니다. 저를 제어하고 가르치고 이끌어줄 분들, 바른 생각,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이들이 많죠. 신협 이사장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조합원들이 그런 면을 좋게 평가해주셨던 듯합니다.”
임기 4년, 앞으로 송 이사장의 경영방침에 대해 들었다. 그는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역설한다. “현재 1년 만기 예금금리가 2년이나 3년 만기보다 높습니다. 이는 저금리시대로 진입한다는 뜻, 예대마진이 줄어들어 금융기관의 경영환경이 점점 어려워질 거란 뜻입니다. 그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안이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조합원의 참여가 금융기관의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는 방안이 될까? “조합원이 손님으로 남느냐, 가족이 되느냐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화려한 집이 있고 좀 허름한 내 이웃, 내 가족의 집이 있다 칩시다. 손님이라면 그저 화려한 집을 이용하겠죠, 하지만 가족이라면 다소간의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내 집을 이용할 것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조합원님들이 우리가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신협을 이용하는 것, 그것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신협은 함께 잘 살아가자는 것입니다. 조금 싼 이자일지라도 신협에 출자해 이웃을 돕고, 또 그것으로 내가 좀 어려워졌을 때는 낮은 이율로 대출받는 상생의 구조이죠. 이런 구조를 안착시키는 것이 경영의 책무라 생각합니다.”
송 이사장은 신협의 직원들 또한 그저 월급쟁이로 남는 게 아니라, 신협운동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돈 장사 하는 이가 아니라, 조합원에 대한 봉사를 목표로 하는 운동가라는 정체성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의 경영철학이 좋다. 무엇보다도 대표란 철학이 있어야 하고, 그 철학으로 우리가 가야 할 지점을 정확히 보여줄 줄 아는 이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송 이사장은 안성에 대한 철학도 남다르다. “저의 중고교 시절만 해도 안성이 평택이나 천안보다도 컸습니다. 그러나 이후 점점 안성이 오지가 되어갔지요. 이즈음에는 지정학적 위치로 다시금 안성이 길목이 되어가고 있습니다만 저는 안성이 아름다운 도시로서의 미래를 꿈꾸는 게 낫다는 생각입니다. 물질적이고 경제적인 발전은 어차피 이미 뒤떨어진 마당에 오히려 문화적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더 이익일 거라는 판단입니다.” 이런 사고는 가치를 두는 지점이 다르기에 가능하다. 그는 오늘날 성과중심주의적 사고가 만연하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송 이사장에게 옳은 방향이란 ‘가치 중심의 사고’이고, 그런 차원에서 안성의 가치란 ‘문화’와 ‘자연의 보존’이라는 것이 가져다줄 수 있는 환가불가한 아름다움이다.
안성에 무려 1만 2천 명의 조합원이 참여하고 있는 안성신협이 있다. 이즈음 협동조합이 뜨고 있지만 안성신협은 이미 33년 전에 출범한 지역금융이다. ‘안성시’라는 지역의 공동유대를 바탕으로 ‘지역민’들이 근검절약하여 목돈을 조성하고, 자금이 필요할 때 ‘지역민’에게 대출해줌으로써 어려움을 해결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끼리 서로 도와서 함께 잘 살아보자’는 뜻이다. 지난해에는 전국 950여 개 신협 가운데 유일하게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이는 경영평가에서 전국 최우수조합이라는 뜻이다.
일반은행의 주인은 반 이상이 외국자본이며, 또 부유층이다. 그런 은행이 이윤을 내면 그건 외국이나 부유층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신협의 주인은 지역민과 서민들이서 이윤이 나면 우리 지역민들, 서민들에게 돌아간다. 신협정신이 하나의 운동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타인의 주머니, 잘 사는 이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하기보다 내 지역, 내 이웃의 살림을 위한다면 신협을 이용할 일이다.
인터뷰하는데, 아, 신협의 조합원이 되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뭉글뭉글 피어오른다. 송 이사장은 설득력에 있어서 짱이다. 진정한 마음이 그런 설득력을 만들어낸다.
이즈음 자본이 난리다. 인간미라고는 없는 자본의 고삐 풀린 독주를 막는 자리에 ‘안성신협’이 있다고 해도 좋지 않을까? 서민들이 일궈낸 자본을 키우자. 남의 것 말고, 우리 것을 키우자는 이야기다. 그 길에 송창호 이사장이 믿음직스런 지도자가 되어줄 수 있을 듯하다.
황윤희 기자 9486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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