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이 쓸어갈 삶의 터전
김영호 (시사평론가 언론광장 공동대표)

가톨릭 수도권 4개 교구 사제 32명과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회원, 평신도 등 400여명이 지난달 24일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를 찾았다. 4대강 사업 중단과 팔당 유기농지 보존을 위한 생명과 평화의 미사를 올리기 위해서였다.
이곳에서 30년 동안 유기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이 졸지에 농지를 잃고 쫓겨날 신세다. 이들은 4대강 사업이 농민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는데 이명박정부가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다며 규탄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난다고 해서 두물머리라고 하는 이곳에는 강가를 따라 비닐하우스 수백동이 펼쳐져 있다. 142HA(43만여평)의 유기농 단지가 자리잡은 곳이다.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바로 이곳을 쓸어내고 위락시설과 자전거 도로를 만들겠다고 한다.
지난달 26일 100명도 안 되는 농민들이 측량을 가로막는다고 경찰병력 5개 중대 600명을 동원해 20명을 연행했다. 28일에는 경찰병력을 7개 중대 900명으로 늘려 측량을 강행했다. 피땀 흘려 가꾼 땅을 지키려고 몸부림치는 그들의 통곡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말이다.

유기농단지 농민들 몸부림
양평군 두물머리와 강 건너 남양주시 조안면 일대에 자리잡고 있는 팔당 유기농단지는 국내 유기농의 태동지로 꼽힌다. 1975년 팔당호 일대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뒤부터 채소류를 심기 시작했다. 지금은 수도권 최대의 친환경 단지가 되어 35만 도시가구에 유기농산물을 공급한다.
지자체는 이곳을 유기농업특구로 지정하고 도로포장도 해주며 유기농을 권장했다. 1995년부터는 서울시와 농협이 상수원 보호 차원에서 지원금을 주고 판로도 열어줬다. 그런데 이제는 수질오염의 주범이란 누명을 씌워 쫓아내겠다고 벼른다.
팔당 유기농은 널리 알려져 이곳에서 2011년 세계유기농대회가 개최된다. 이 대회는 3년마다 대륙을 순회하며 열리는데 아시아에서는 팔당대회가 최초이다. 대회를 주관하는 세계유기농운동연맹은 110개국, 750여개 유기농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팔당 유기농지를 갈아엎어 사라지면 이 대회는 무산될 위기에 처한다.
팔당만이 아니다. 4대강을 따라 하천둔치에서 농사 짓는 많은 농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날 처지다. 그 까닭에 지역단위로 생계대책위원회를 만들고 농민-종교단체와 연대해 4대강 사업 반대에 나설 태세다.
하천부지는 국유지다. 점용허가를 받은 농민에게는 1㎡당 3533원의 2년치 영농손실 보상금을 준다. 이 돈으로는 대체농지를 구하기는커녕 당장 생계를 꾸리기도 어려워 도시빈민으로 전락할 신세다. 그나마도 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농민은 손에 쥘 게 하나도 없다.
문제는 지역에 따라 허가를 받지 않은 농민이 훨씬 더 많다는 점이다. 성주군의 경우 점용허가면적은 1ha에 불과한데 허가받지 않은 경작지가 57ha나 된다. 또 점용허가를 받은 사람과 실경작자가 다른 경우도 많아 쌀 직불금처럼 누가 보상금을 받느냐는 문제도 제기된다.
농민들은 점용허가를 떠나서 보상금 이외에 개간비와 시설비를 달라고 요구한다. 개간비도 엄청나게 들어갔지만 시설비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들어간 곳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4대강 하천부지 전체규모는 5425만3000㎡이다. 이곳에서는 주로 감자 참외 오이 수박 토마토 파 배추 무 등 밭작물을 재배해 인근도시에 공급한다. 신선 채소류는 저장성이 낮아 공급이 10%만 달려도 가격파동이 일어난다.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채소류 값 폭등은 눈에 보듯 뻔하다. 가뭄이나 냉해가 들기라도 하면 채소류 파동이 서민가계를 강타할 것이다.

시멘트 위락시설은 자연훼손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을 파낸 준설토사 처리 또한 골치 덩어리다. 강둑 너머 농경지에 산더미처럼 쌓아 둔다고 한다. 인근 농지 9324ha를 빌어 휴경비를 주며 2년간 파낸 토사 5.57억㎥(루베)를 쌓는다는 계획이다. 높이 15m로 쌓아도 학교 운동장(100×100m)규모 3000개는 필요하다고 한다. 문제는 퇴적물에서 풍기는 악취가 집단민원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인근농지는 중금속으로 인해 심각한 토양오염을 앓게 될 것이다.
강에 보(洑)를 만들어 물을 가두면 썩는다. 고인 물이 썩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이 거대한 생태계 파괴가 눈에 선하다. 4대강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농지, 숱한 농민의 삶의 터전을 뒤엎고 만들 시멘트 덩어리 체육-위락시설은 그 자체가 자연훼손이다. 4대강 살리기가 아니라 4대강 죽이기가 된다는 것이 많은 국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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