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전례 없는 일…교단 공식입장 재확인, 적극적인 저지활동 의지

한국 천주교를 이끌어가고 있는 주교들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직접 행동에 나섰다.

한국천주교를 대표하는 강우일 주교회의 의장(제주교구장) 등 주교들은 14일 오후 경기 양평군 양수리성당에서 ‘4대강 사업 중단과 팔당 유기농지 보존 촉구를 위한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했다.


주교회의 의장과 주교단이 정부의 특정 정책에 반대하며 직접 현장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주교회의 관계자는 “주교들의 현장 미사는 4대강 사업 중지라는 천주교의 공식입장을 재확인하고, 앞으로 사업 저지를 위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것”이라며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천주교 사제들과 신자들에게도 큰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미사에는 강 주교회의 의장,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인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전 수원교구장) 등과 사제·신도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강우일 주교는 강론에서 “주교 개인이 아니라 주교단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에도 한국천주교 주교단은 이미 4대강 사업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다”면서 “천주교 신자들도 4대강 사업을 막고 아름다운 강산을 지키자는 데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용훈 주교는 “정부는 6·2 지방선거를 통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국민의 진솔한 목소리를 분명히 들었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멈출 수 없다는 주장은 토건만능주의적 발상이자 비민주적 궤변”이라고 밝혔다.

생명평화미사가 끝난 뒤 강 주교를 비롯한 미사 참석자들은 ‘4대강 멈춰’라는 구호가 적힌 종이 등을 들고 성당에서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까지 30여분간 순례행진을 벌였다.

천주교 연대기구인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나섰다. 천주교연대는 ‘우리는 하늘과 땅과 물의 순교자가 될 것입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이 대통령의 발언은) 거짓이며 오만”이라고 단언했다. 천주교연대는 “4대강 사업 중단을 비롯한 국정기조의 변화를 기대했지만 이 대통령은 변하지 않았다”며 “4대강 사업과 경부고속도로 사업이 어떻게 같은 사업이냐. 생명의 강을 파헤치는 죽임의 사업이 어떻게 생명 살리기 사업이냐”고 지적했다.

천주교연대는 지난 10일 경기도청 앞에서 시작한 사제 릴레이 기도회, 4대강 사업 공사 현장에서의 생명평화 미사 등을 “4대강 사업이 중단되는 날까지 계속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