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성수씨의 부인 권영숙씨는 “어젯밤 TV에 나오는 쌍용차 뉴스를 보다가 친정 엄마가 ‘니 신랑도 저리 죽었을 것 아니냐. 카메라가 찍는 데서도 저런데 안 보이는 곳에서는 오죽했겠느냐’며 함께 울었다”고 전했다.

불교단체가 연 법회 내내 유족들은 품고 있던 답답함과 한을 표출했다. 사람들의 눈은 점점 용산참사에서 멀어지고 모든 것이 멈춰서 있다는 울분이었다. “저것 보세요. 해결된 것, 변한 것이 하나도 없어요.” 유가족과 함께 있던 한 40대 남자는 수배자 3명을 잡기 위해 병원 입구에서 대기 중인 경찰들을 가리켰다.

유족들은 정부는 모르쇠라고 말했다. 대통령 사과와 진상규명 등 5개 요구안을 앞세워 대화를 하자고 했지만 여전히 어떤 대답도 없다고 했다. 최근 유가족과 재개발조합의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중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서울시에 대해서도 용산범대위 홍석만 대변인은 “직접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사인(私人)간의 문제’라는 기존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용산범대위는 지난달 20일 순천향병원의 냉동고에 있는 희생자들의 시신을 옮기는 천구의식 등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열어보려 했지만 경찰의 원천봉쇄로 수포로 돌아갔다. 유가족들이 ‘제 살 깎기’를 무릅쓰고 결정한 시신 사진 공개 작업도 종교계 등 주변의 우려로 유보된 상태다. 쌍용차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 때마다 용산참사가 들먹여지지만, 정작 200일이 지나도록 현안들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셈이다.

수배 중인 용산범대위 박래군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창비주간논평 ‘용산참사 반년의 절규’라는 기고글을 통해 “민주주의와 인권을 말한다면 이곳을 비켜갈 수 없다”며 “용산참사가 망각에 덮이지 않도록 시민들의 관심과 연대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산범대위는 7일 오후 8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불교인권위원회 등 11개 종교단체와 함께 ‘용산참사 200일, 범국민 추모제’를 용산참사 현장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김지환기자 bald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