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시대는 바야흐로 글로벌 무한경쟁의 시대다. 컴퓨터만 있으면 전 세계일을 그 자리에서 볼 수 있다. 또 오늘날 세계는 손바닥 만 한 노트북 한 대만 들고 5대양 6대륙을 누비며 자기 나라를 세일하는 현장 경영시대다.
▲ 남 경우 생명환경연대 사무처장
이에 많은 국가들과 기업들, 앞서가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도자들 스스로가 발 빠르게 움직여 군살을 제거하며 초경량 소프트웨어 전략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 중앙부처나 광역자치단체를 방문해보면 시대변화의 욕구에 따른 개혁과 제도개선의 추세를 읽어낼 수 있다.
이미 지방자치시대, 시대변화에 맞추어 군사정부시절의 국·과장실이 폐쇄되고 전 직원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에 책상하나, 컴퓨터 한 대가 고작이고 크기는 한두평 남짓하다. 업무태도 또한 구시대의 권위와 오만은 찾아볼 수가 없다. 예전 같은 밀실이라곤 찾아보기가 어렵다. 위로부터의 개혁이며 격세지감이다.
이에 비하여 우리 안성시의 각 면장실은 시대를 역행해 가고 있다. 집무실 크기로만 봐도 보통 10평정도의 규모에 실무용 사무집기와는 거리가 먼 안락한 고급소파와 장식들로 도배되어 있다. 이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예산도 만만치 않게 소요될 것으로 짐작된다. 과거 덕망과 지혜를 겸비한 지역유지가 면장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면장은 그 야말로 지역의 어른이며 지도자로서, 존경을 받지 못하면 자리를 유지 할 수가 없었다.
그러므로 지역주민들도 면장을 정신적지주로 예우하며 집무실도 그에 걸 맞는 규모와 크기로 예우함을 당연시하였다. 한편 군사정부시절 면장실은 주로 정권에 이용할 요량으로 집무실을 크고 넓게 하여 권위적분위기를 조장하며 밀실행정의 산실이 되었다.
경위야 어떻거나 간에 언젠가 우리나라가 민주화 되던 초창기에 면장실이 언론과 민원의 집중포화를 맞고 축소 개방된 역사가 있었다. 그런데, 명실공히 지방자치 10년이 도과하고 있는 글로벌경쟁 민주자치시대의 면장실이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으나 슬금슬금 구시대의 아방궁처럼 밀실행정의 산실로 변질되고 말았다. 일부 안일한 면장만이 그러려니 하지만, 작금의 면장실은 몇몇 지역브로커들의 밀실민원창구 또는 면장과 친분이 있는 특정인들의 대화방으로 전락하여 부정부패의 산실이 되고 말았다.
이 시대의 면장은 일반직공무원 사무관(5급)이다. 시·군청의 과장과 동급이다. 5급 공무원이면 누구나 올 수 있는 실무형의 직책일 뿐, 예우 받고 거드름피우라는 자리가 결코 아니다. 젊은이가 고등고시를 합격하여 처음 임명되면 5급사무관으로 보임된다. 젊었을 때 현장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며 배우라는 직책이다.
오늘날 상급행정기관으로 갈수록 사무관들은 실제로 그렇게 최 일선의 실무자로 가장 역동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사무관은 물론이거니와 서기관 심지어 부이사관까지도 일반직원들 틈 속에 책상하나 컴퓨터 한대, 고작해야 민원용 회의테이블 또는 소파 2개정도다. 이에 비하면 지체 높으신 우리네 면장실은 조금 과장하자면 고대광실이 따로 없다.
우리네 면장실은 하루 한·두시간 결재하고 안락한 소파에 비스듬 기대어 앉아 신문이나 보며, 지인들과 노닥거리는 장소로 전락하여 이를 본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함은 물론,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혹 필자의 견해가 오해와 편견이라 비판 받을 수도 있겠지만, 유독 최 말단 행정기관 면장실만이 개방개혁의 뒷전에서 구시대로 역주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면장실을 한 번쯤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라도 면장집무실의 벽을 헐어 내고 개방해야 한다. 비좁은 공간에서 업무를 보는 직원들의 근무환경도 개선할 겸, 주민과 면장이 함께 호흡하며 활용하는 살아 있는 공간으로 전환해야 한다. 면사무소에 방문하는 시민이면 누구나 항시 땀 흘려 일하는 면장님의 모습을 직접 대하여 보고 싶은 것이다.
직원을 거쳐 사전면담하고 만나 뵐 수 있는 지체 높으신 면장님을 원치 않는다. 면장실은 주민 모두의 면장실일 뿐, 지역유지 몇몇이나 친분 있는 특정인들의 밀실 대화방이 결코 아니다. 우리 안성시는 고대광실 면장실 같은 비효율과 낭비의 온상을 걷어 내어 개방할 때에 비로소 시민과 함께하는 진정한 자치시대가 구현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