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원상씨 올해 스무 살인 조원상씨는 지적장애인이지만, 낮엔 학교(한길학교 전공과)에서 공부를 하고, 저녁엔 이 디딤 카페에서 일을 하는 청년이다. 이 일이 너무 재밌다고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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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뭘 드릴까요"

지난 8일 카페에 들어서자 한 청년이 씩씩하게 인사를 하고 주문을 받는다. 손님의 주문이 끝나면 일사분란하게 해당 커피를 함께 만든다. 아이스커피라면 얼음도 준비한다. 다 만들어지고 나면 인사를 한다. "맛있게 드십시오". 이렇게 인사하는 사람은 조원상(20)씨다.

여느 카페와 다를 게 없는 인테리어와 풍경이 있는 '디딤 카페(안성 GS수퍼 주차장)'.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었다. 우선 인사의 주인공 원상씨는 지적장애인이다. 이 카페엔 원상씨와 더불어 지적장애인이 한 명 더 근무한다. 비장애인 2명, 장애인 2명, 도합 4명이 직원으로 일한다. 

원상 씨는 낮엔 학교(한길학교 전공과. 일종의 전문대학교 역할)에서 공부를, 밤엔 카페 일을 한다. '주경야독'이 아니라 '주독야경'이 된 셈이다. 주독야경도 원상씨가 스스로 선택한 길이다.

▲ 디딤카페의 정신 디딤 카페는 장애인 자립을 위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들어가는 카페이다. 디딤 사회적 협동조합에서 조합 사업으로 이어가는 곳이며, 이걸 통해서 앞으로 장애인 공동작업장, 장애인 농촌테마농장, 장애인 캠프장 등을 이룰 것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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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공동모금회('사회복지법인 한길'을 통해서)로부터 1억7천만 원을 지원받아 이 카페가 시작되었다. 여기서 잠깐. 이게 시작됐다면 시작한 주최는 누구일까. 그들이 바로 '디딤 사회적협동조합'사람들이다. 여기엔 10명(장애아 부모 6명, 사회복지사 3명, 후원자 1명)이 함께 뜻을 모았다. 우선 '디딤 카페'와 '디딤 하우스'를 운영하기 위해서다.

'디딤 카페'야 말 그대로 장애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사업이다. 그렇다면 '디딤 하우스'는 무얼까. 그렇다. 장애인 하우스다. 공도 1곳, 아양동 3곳. 현재는 각 하우스(아파트나 원룸 형식)에 한명의 청년이 살고 있다. 이들은 지적장애인이지만, 홀로서기를 시도한 청년들이다.

장애인 그룹홈은 사회복지사가 장애인들을 돌보는 형태이고, 장애인 체험홈은 일정기간 장애인들이 자립 체험을 하는 곳이다. 그에 비해 디딤 하우스(장애인 자립 하우스)는 분명 획기적인 시도다.

장애청년이 아파트 등에서 혼자 살아가는 시스템이다. 말하자면 독립가구가 되는 거다. 월세는 조합에서 부담해주고, 나머지 생활비(공과금, 아파트 관리비 등)는 본인이 부담한다. 이들에겐 자립체험이 아니라 일상이 된 셈이다.

▲ 디딤 사회적 협동조합 사람들 이들은 올해 1월에 창립총회를 가졌고, 그 열매로 디딤하우스(장애인 자립형 하우스)와 디딤카페(장애인자립형 카페)가 생겼다. 앞으로 이걸 통해서 수익을 창출해 다양한 꿈을 이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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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조합원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그들의 집을 돌아보긴 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시집 간 딸의 집을 돌아보는 친정엄마'의 수준이다. 엄마가 돌아본다 해도 책임은 본인이 지는 거니까. 

"'엄마들이 자신이 없을 때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 때는 사전에 나의 동의를 구하고 내가 있을 때 오셨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친구를 보면서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

이 말을 하는 송부연(디딤 사회적협동조합 간사이자 사회복지법인 한길 사업팀장)씨는 요즘 일이 그렇게 신난단다. 장애청년들이 변해가는 모습이 눈에 보이니까 그렇단다. "친구들이 자신의 것이 생기자, 자신들의 프라이버시가 생긴 것 같다"며 '자립현상'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친구들이 의식주가 해결되고 자유가 생기니 상위욕구가 발동하는 거 같다. 한 친구는 자신이 직장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것을 조치해달라고 했다. 또 다른 친구는 자신의 아버지의 유골을 찾아 인사하고 싶다고 했다. 그 친구는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다는 거다."

▲ 사회적 협동조합 엄마들 이들에게 변화가 생겼다면, 이젠' 내 아이 , 남의 아이'를 구분하지 않는 다는 것. 그래야 '내 아이'도 컬 수 있다는 걸 그들은 이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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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장애청년들끼리는 '호형호제'하면서 서로를 챙기고 돕는다. 이는 자립을 넘어 상생을 도모하는 삶이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말이다. 여기서 '홀로 선 사람만이 제대로 나눌 수도 있다'는 삶의 진실을 만나게 된다.

이렇게 협동조합 사람들은 함께 꿈을 꾸고 있다. 디딤 카페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서 앞으로 카페가 자립하는 것은 물론이고, 장애인 공동작업장과 장애인 농촌테마체험장, 장애인 캠프장  등을 구상하고 있다.

이일을 시작하니 장애청년들의 부모들도 생각이 달라졌다. 지금은 비록 자기 자신의 아이가 여기에 참여할 자리가 부족하지만, 여기에 함께 해서 여기를 키우면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게다. 평소 '내 아이'가 우선 이었던 그들이 이젠 '우리 아이'를 챙기는 모습으로 발전한 게다.

함께 꾸는 꿈은 언제 꾸어도 즐겁고 힘이 난다. 혼자 꾸면 '꿈'이지만, 함께 꾸면 '삶'이 된다. 농촌도시 안성에서 시작 된 이 새로운 실험이 좋은 모델이 될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