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권용일 |
|
|
| 제목 |
<현장 스케치> 하림 익산공장 현장에서 듣는다 |
|
|
|
| [현장스케치] 하림 익산공장 현장에서 듣는다 |
|
| 지하수 고갈에 악취, 오ㆍ폐수 문제까지 |
|
|
|
|
<script src="http://ade.realclick.co.kr/inswave/inswave.js?mid=assm&pos=top&width=580&height=80" type=text/javascript charset=euc-kr></script>
|
| ▲전북 익산시에 소재한 (주)하림 육가공 공장 전경. © 안성신문 | |
10월 30일과 31일, 이틀에 걸쳐 전북 익산시 망성면에서 운영 중인 ㈜하림 육가공 공장을 다녀왔다. 안성제4산업단지 내 ㈜하림의 유치 여부가 지역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여러 우려가 나오고 있어 현지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였다. 토요일 저녁나절 도착한 이유로 업체 관계자를 만날 수는 없었으나 공장에서 교대근무를 마치고 나오는 노동자들을 볼 수 있었고, 다음날엔 인근지역 주민들의 인터뷰가 가능했다.
1990년 도계장을 시작으로 98년 육가공 공장을 허가받아 운영 중인 ㈜하림 익산공장의 부지면적은 약 8만 2,500여㎡(2만 5천 평)로, 1일 30여만 수의 도계를 처리하고 있는 규모. 근로자는 약 2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 부문에 머무르지 않고 가공과 유통 등 삼장통합을 이루면서 이른바 ‘애그리비즈니스’(Agribusiness) 모델을 구축해온 ㈜하림의 본사이다.
부지면적이나 고용창출 효과 등을 비교하면 업체가 안성에 신축하고자 하는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업체는 1일 닭뿐만 아니라 오리, 돼지, 소 등 4대 축종 16만여 마리를 도축, 가공하는 축산물종합가공센터를 안성제4산업단지 9만여㎡(2만 7,500평) 부지에 건립, 고용창출은 2,500여 명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업체가 안성에 계획코자 하는 센터는 설비시설 측면에서나 물 공급 및 오ㆍ폐수 처리 등에서 익산과 동일조건이 아님을 밝혀둔다.
지역 내 고용창출 효과 글쎄?
익산공장 앞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약 2천여 명이 종사하고 있지만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생산직 직원은 40대 이상의 주부들이 많다고 했다. 10여 년 근무하고 있다는 40대의 한 주부는 “애들 교육비 때문에 일을 하고는 있지만 2교대인 데다 3D업종에 속해 이직률 또한 높은 편”이라면서, “익산 내에서 공급되는 인력보다는 인근 타지에서 오는 사람이 많고 외국인 노동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노동조건을 묻는 질문에 또 다른 노동자는 “근무영역에 따라 환경이 다르긴 하지만 가공라인은 온도차이가 심해 힘들어 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인근마을의 한 주민은 “지역인을 우선 고용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노령인구가 많은 농촌지역에서 그 힘든 일을 누가 할 수 있겠느냐?”면서, “외지에서 살다가 일자리 때문에 두세 가구가 이사를 오거나 주부들 몇이 나가는 것 말고는 큰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업체나 안성시가 최대 기대효과로 제시하는 것 중의 하나는 지역에 2만 5천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데 있다. 그런데 안성 역시 익산과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아 지역 내 고용창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림에 종사하기 위해 타 지역에서 다수의 세대가 안성으로 전입할 것이라는 기대가 희박하고, 농촌이라는 지역의 특성상 일부 토지 등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이나 업체의 노동환경 등을 감안하면 그리 많은 구직자가 몰릴 것으로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노동인력은 대부분 인근의 타 지역이나 외국인 노동자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더 크다는 해석이 가능할 수 있겠다. 이는 산술적으로 몇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느냐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하수 고갈에 닭 냄새를 보약으로 여기며 살아”
주민들이 제일 심각하게 제기한 것은 물 문제였다. 이들은 그동안 마을의 공동우물이 철철 넘칠 정도로 물 걱정은 전혀 하지 않고 살았는데 하림이 가동되면서 지하수가 마르기 시작했단다. 이에 주민들은 대책마련을 요구했고, 결국 업체는 마을에 상수도 인입공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이들은 전했다.
| ▲공장 앞 인근마을 50여 가구가 그동안 이용해왔다는 마을 공동우물이다. 주민들은 여름철이면 흘러넘칠 정도였던 이 우물이 공장이 가동되면서 지하수가 말랐다고 전했다. © 안성신문 | |
60대의 한 어르신(여)은 “물 걱정이라고는 없이 살았는데 공장이 문을 연 후 여름철인데 공동우물이 바닥을 보일 정도였어. 그래서 급한 대로 일부 세대는 자체적으로 지하수를 파서 썼고, 나중에는 업체가 마을에 상수도를 들여놔줬다”고 말했다.
악취에 대한 의견도 이어졌다. 또 다른 어르신(남)은 “지금은 많이 나아진 거야. 처음에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어. 민원이 이어지니까 업체가 냄새를 태우는 시설인가 뭔가를 설치하면서 이 정도가 된 거지”라면서, “우리는 닭 냄새를 보약으로 여기며 산다”고 했다. 50대의 한 주부도 “서풍이 불면 비릿한 냄새에 속이 울렁거려 밥을 먹을 수조차 없을 지경이었다”면서, “노인들이 많은 외진 곳이라 그나마 저항이 심하지 않을 뿐이지 도심에서 가까운 곳이었다면 지역이 뒤집혀도 몇 번은 뒤집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폐수가 최종 처리돼 방류되고 있는 현장.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 안성신문 | |
| ▲폐수 최종 방류구의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 안성신문 | |
| ▲최종 처리된 폐수가 지천과 합류되는 지점이다. 방류구에서 바로 흘러나오는 아래쪽 물과 위쪽의 물색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 안성신문 | |
사실 공장이 가동되지 않은 일요일에는 악취가 그리 심하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토요일에는 공장이 입지해 있는 마을을 들어서는 입구부터 후각이 자극되었다. 더욱이 1일 2천㎥의 폐수가 처리된 후 최종 하천으로 방류되고 있는 현장에 다다르자 특유의 시큼한 냄새는 절정을 이뤘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지천과 합류되는 물의 빛깔은 선명히 검은색을 나타냈다.
“낮밤 없이 지나다니는 운송차량 피해도 주민 몫”
1일 30여만 수가 처리되는 공장에는 120여 대의 운송차량이 드나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1대당 약 3천 수가 운송되는 것인데, 공장 입구에는 닭털의 잔재들이 그대로 남아 있기도 했다. 가공공장 바로 앞에는 방혈(bleeding)에 앞서 농장으로부터 이송돼온 생계들의 안정상태를 만들기 위해 운반차량이 머무는 계류장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주민은 “원래 교통량이 많지 않은 도로였는데, 낮밤을 가리지 않고 하루 공장으로 운송되는 차량만도 엄청나 소음에 냄새까지 이중 삼중의 피해를 주민들이 입고 있다”고 말했다.
| ▲공장 입구로 들어서는 도로에 운송차량에서 흩날렸을 닭털의 잔재를 확인할 수 있다. © 안성신문 | |
| ▲가공공장 앞쪽으로 설치된 계류장 모습이다. © 안성신문 | |
안성의 축산인들이 제일 우려하고 있는 전염병의 위험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2006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익산의 AI 발생은 지역에 적잖은 후유증을 남겼다. 2006년 함열에서 전국 최초로 AI가 발생했고, 이듬해에도 용동과 여산에서 다시 발생하면서 설상가상으로 사료값까지 폭등해 익산의 많은 양계농가가 진퇴양난에 빠지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 전북도는 익산을 집중 관리지역으로 분류해 AI 예찰 및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도 하다.
전국에서 사육되고 있는 수만 마리의 생닭이 익산공장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과 이같은 AI 발병률과의 상관관계가 밝혀진 바는 없으나, 전업 축산인들에게 증폭되는 불안의 기제가 될 수밖에 없음은 당연해 보인다. AI건 구제역이건 가축의 이동경로 등이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안성에는 가공뿐 아니라 닭과 오리를 포함한 돼지와 소 등의 도축시설까지 들어설 예정이어서 축산인들이나 시민들의 우려는 더 증폭될 수밖에 없다.
| ▲ 공장의 식수 및 도계, 육가공 공장의 공업용수로 사용되고 있는 배관. © 안성신문 | |
여기에 지역에서는 독점적인 시장 지배력을 키워가고 있는 ㈜하림이 안성을 수도권의 전초기지로 삼을 경우 육계뿐 아니라 양돈, 축산에 이르기까지 위탁농으로 전락시킬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하림이 현재 계획하고 있는 부지는 안성제4산업단지 내 9만여㎡로, 이는 1단계 사업지구 81만 1,064㎡의 10% 수준에 불과해 업체의 입주가 확정될 경우 이후 산단의 분양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혹여 분양이 된다 해도 더 악조건의 기업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업체의 안성 안착을 둘러싼 현안은 지역미래의 환경과 경제 등 시민의 직접적인 생계를 포함한 삶의 문제이기도 해 멀리 내다보고 현명하게 판단할 사안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박상순 기자 3651939@hanmail.net
| | |
|
 |
총: 486건 [7/25 page]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