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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보라 경기도의회 의원 |
[기고] 세월호사건이 일어나고 벌써 계절이 두 번 바뀌어가고 있다.
아직도 시신도 찾지 못하고 팽목항에 남아 있는 실종자 가족들이 있는데,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로 우리는 벌써 4.16. 그날을 잊고는 않는지 모르겠다.
분명 4.16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은 달라질 거라고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했다. 그런데 뭐가 달라졌는가?
수학여행 어디로 갈지 설문조사를 한 후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제주도로 2학년생 모두가 수학여행을 간다며, 소수 의견을 낸 학생들을 설득 하더니, 갑자기 단체 수학여행을 자제하라는 지침에 따라 무박 4일로 어디로 가야하는지 갈팡질팡하는 하영이의 수학여행 준비를 보면서 세월호를 해결해가는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세월호 유가족 중 수사권과 기소권을 포함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40여일을 단식했던 김영오씨에 대한 말들이 많다. “자식에게 소홀했던 사람이 이제 와서 뭘 노리고?” 주로 이런 이야기다. 김영오씨가 그동안 가족에게 소홀했다고 하더라도 난 이렇게 생각한다. ‘평소에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이유로 잘 못해준 부모는 아파하고 분노해서도 안 되는 걸까? 오히려 자식에게 못해준 게 많아서 미안한 마음에 더 절실히 이것만이라도 해주고 싶은 건 아닐까?’
지난 넉 달 동안 검찰과 경찰은 세월호 관련 의혹들을 제대로 밝힌 게 거의 없다. 이는 유가족과 시민사회계의 주장이 타당함을 보여주는 증좌들이다. 한국갤럽이 3일(7.29-31)간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하여 국민 53%가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줘야 한다”는 의견을 보여, 24%의 “수사권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뿐만 아니라, 검찰과 경찰이 발표한 수사결과에 대해 66%가 “신뢰하지 않는다”며 불신이 보였다. 국가기관에 대한 이런 불신은 과거 11차례의 특검이 제대로 된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했다는 것과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특검에 대한 불신 또한 작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다. 요컨대, 유가족들의 주장은 그들만의 의견이 아니라 국민 다수가 함께 하는 주장인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은 유가족들에 대한 보상도 아니고 유가족의 한풀이를 위한 법이 아니다. 우리나라를 바로 세우고 미래세대에게 어른들과 나라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주기위한 법이다. 세월호 사건이후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어른들 말 잘 들으면 죽는다”는 말들이 우수갯소리처럼 오가고, 실제 기성세대와 나라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다.
그래서 김영오씨 개인의 성품과 가족사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대신 앞장서 온 김영오씨에게 감사하고 그분이 혼자 욕먹지 않도록 이제는 우리가 앞장서야 된다.
여당과 세월호 특별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세월호에 묶여 민생이 뒷전이 되고 있다” 왜 세월호와 민생이 분리된다고 이야기할까? 세월호 특별법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데 말이다. 자식을 잃어 슬퍼하는 유가족들을 파렴치한 인간으로 몰아가면서까지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과연 세월호 사건이 유병언 개인과 청해진 회사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몇이나 될까? 새누리당은 얼마 전 언론을 통해 대통령, 청화대, 새누리당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함임을 드러냈다. 뭘 숨기고 싶어서 그럴까? 하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 미국은 9.11테러사건이후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에 대한 수사는 물론 국가기밀문서 제공 등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수립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였다.
잘 먹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잘 먹는 것은 잘 살기 위해서다.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어떻게 잘 먹을 수 있을까? ‘민생’을 핑계 삼아 세월호 특별법을 왜곡하고 막무가내로 버티기하는 새누리당과 박근혜대통령이야 말로 ‘민생’을 저버린 것이다.
김보라 경기도의회 의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