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잘못 사용하고 있는 우리말이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단연 1위는 ‘다른 것을 틀린 것’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그 사람들은 우리하고 틀려’ ‘요즘 애들은 우리하고 틀려서 시끄러운 음악을 좋아해’ ‘그 때하고 지금은 상황이 너무 틀려’ 등... 모두 ‘틀리다’를 ‘다르다’로 바꿔야 할 말들이다.
▲ 강병권 안성시민연대 공동대표
왜 사람들은 ‘다른 것’을 ‘틀린 것’이라고 말할까? 단순히 습관적으로 잘못 쓰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나와 다른 것, 내 생각과 다른 것은 틀린 것 혹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내 생각과 ‘다른 것’을 ‘틀린 것’이라 규정하면서 빚어진 역사적인 비극은 너무나 많고 또 처참하다. 히틀러는 독일에 대한 선민의식과 유대인에 대한 혐오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600만 명에 이르는 유대인을 학살하였고, 히틀러를 그렇게도 혐오하고 비난했던 ‘자유와 평화의 나라’ 미국은 나라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자기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인디언 원주민들을 마치 짐승을 사냥하듯이 약 2천만 명을 학살하였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이 땅에 천주교가 들어오는 과정에서 유교적 가치관과 기존의 신분질서를 깨뜨린다는 이유로 약 2만 명이 온갖 고문을 받고 처형되었으며, 6.25 전쟁 당시 어쩔 수 없이 부역에 동원된 사람들이 보도연맹으로 낙인찍혀 민간인 20만 명이 학살당했다.
그 뿐이겠는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여성, 장애인, 외국인에 대한 차별 의식과 혈연, 지연, 학연에 얽매인 각종 사회 현상들도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나와 다른 것은 곧 틀린 것, 잘못된 것이다’라는 생각을 강요하고, 이를 이용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왜 ‘나와 다른 것’을 ‘틀렸다’고 규정짓고 ‘나와 다른 것’과 공존하기를 거부하는 것일까?
지금 우리 사회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큰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8종류의 검정 교과서 대부분이 좌편향 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지정한 ‘하나의 역사 교과서’만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유수의 출판사들이 국내 최고의 석학들을 집필진으로 하여 만들고, 또 정부에서 공인한 역사 교과서를 모두 좌편향이라 규정짓는 것도 문제지만, 국가가 국민들에게 하나의 생각만 강요하고 ‘다른 것’을 모두 ‘틀린 것’이라 규정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대한민국은 과연 민주국가인가?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이 과거에 그렇게 비판해왔던 획일적이고 강요된 역사관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다양한 가치와 창의적인 사고를 받아들이고 서로 차이를 인정하면서 서로 공존 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갈 것인지……. 이제 우리가 선택해야 합니다.
강병권 안성시민연대 공동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