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77 번
게시물 |
|
|
|
| 글제목
: '빵꾸똥꾸', 그리고 방기곡경(旁岐曲逕) |
|
| 작성자
: 대자보 |
작성일
: 2009-12-28 |
|
|
[김주언의 언론레이더] MB는 민주주의 후퇴, 인권침해 비판 받아들여야
김주언
이명박 대통령은 언제나 ‘법치’를 강조한다. 정해진 규율에 따라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대로’를 외치면서도 자신은 법을 무시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4대강 사업이다. 예산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도 정해진 절차를 무시하고 벌써 공사에 들어갔다. 반대여론 쯤은 법이 아니기 때문에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법은 국민이 지켜야 하는 것이지, 대통령은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생각은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을 뿐이지 그대로 법이라고 여기는 것일까.
이명박 정부의 ‘법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례는 이밖에도 너무 많다.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온갖 무리수를 두어가며 쫓아냈던 정연주 전 KBS사장과 김정헌 전 문화예술위원장은 법원에서 해고무효 판결을 받았다.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다 쫓겨난 YTN 노조원 6명도 복직판결을 받았다. 법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이명박 정부의 행태에 대해 법원에서 법대로 하지 않았다고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 이명박 대통령의 일방통행을 꼬집은 만평. © <교수신문> (일러스트 이재열)
이명박 정부 2년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이러한 생각이 드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방기곡경(旁岐曲逕)'을 선정한 것을 보더라도 그렇다. ‘샛길과 굽은 길’을 뜻하는 '방기곡경'은 일을 정당하고 순탄하게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조선 중기 율곡 이이가 ‘동호문답’에서 소인배는 “제왕의 귀를 막아 제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방기곡경’의 행태를 자행한다”고 말한 데서 나온 말이다. 한마디로 ‘법대로’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부의 ‘방기곡경’, 즉 불법행위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교사들이 시국선언했다고 해직하는 교육과학기술부나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표적수사 등은 방기곡경의 행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게다가 합법을 불법으로 몰고 간 철도노조 파업이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다 공권력에 의해 죽음으로 내몰린 용산참사, 그리고 '도심 테러리스트‘로 규정돼 중형을 받은 용산 철거민 등을 보면 이명박 정부의 법치주의가 얼마나 허망한 지 잘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의 법치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일 뿐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고나 할까. 올해 내내 정치권을 달구었던 미디어법 파동을 보더라도 그렇다. 민주당의 권한쟁의심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권한침해는 인정했지만 미디어법의 무효신청은 기각했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대리투표는 했지만 미디어법은 유효하다’고 보도했다. 누리꾼들은 ‘대리시험은 쳤지만 합격은 유효하다’고 비아냥댔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미디어법을 무효로 해달라는 결정을 기각했을 뿐”이라며 “국회의 자율적인 시정에 맡기는 게 옳다”고 말했다. 야당과 언론단체들도 헌재가 국회에서 재논의하도록 권고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국회에서 재논의하자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절차상 위법성이 확인된 미디어법은 국회에서 해결하도록 권고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아예 위법한 미디어법에 따라 신문사에 종합편성채널을 허용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론다양성을 침해한다며 반대여론이 우세한 미디어법의 시행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언론재단과 신문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을 한데 모아 언론진흥재단을 구성하는 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정해진 법 절차는 깡그리 무시해도 된다는 배짱이다.
▲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보건복지부와 노동부, 여성부, 국가보훈처로부터 새해 업무보고를 받고, 이른바 '친 서민정책' 등을 강조했다. ©청와대
이명박 정부는 법으로 규정돼 이미 공사가 진행중인 세종시도 아예 무시해버린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행정부처를 지역에 옮겨 세종시를 조성한다는 법을 깡그리 무시하고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인다. 여야가 합의해 국회에서 법으로 제정했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시행하지 않으려고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기본권은 안중에 없다. 용산참사는 1년이 다 되도록 눈길도 주지 않는다. 천주교에서 매일 저녁 미사를 봉행하며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이 대통령은 오불관언이다. 생존권을 주장하는 철거민을 테러작전으로 사망케 한 데 대해 공권력의 남용을 경계하는 유엔 권고마저 철저히 무시한다. 법치를 앞세우는 이 대통령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루저. 빵꾸똥꾸. 생지옥. 거짓말투성이. 부자천국 서민지옥. 쪽박' 이 대통령이 당선 축하 파티를 한 날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 민중생존권 쟁취, 반전평화실현 이명박 정부 2년 심판 전국민중대회'는 이 대통령 집권 2년을 이같이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인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내년에 치러질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를 의미한다. ‘더 이상 정치할 생각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면 내년 이후엔 극심한 레임덕에 빠질지도 모른다. 법치의 대상인 국민은 현명하기 때문이다.
|
|
 |
|
|
총: 493건 [20/25 page]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