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성시민연대 ::::::::::::

▲ 안성시가 지난 19일, 시립중앙도서관 다목적홀에서 하수요금 인상과 관련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주민들 대다수는 시의 불통행정을 지적하며 단계적 인상을 주장했다. © 안성신문

“죄송하다는 말뿐, 홍보도 제대로 안하고 주민 30여명 모아놓고 무슨 설명회를 하겠다는 것인가.” “대체 불통행정은 언제 끝낼 것이냐.” “하수요금을 423% 인상한다? 시민들 간 떨어진다. 우황청심환부터 멱여달라.” 하수요금 인상과 관련한 ‘주민설명회’ 자리에서 나온 시민들의 반응이다.

하수요금 75% 현실화를 추진하는 안성시가 지난 19일, 시립중앙도서관 다목적홀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그동안 행정사무감사, 개정조례안 입법예고 과정 등에서 확인된 부정적 여론이 재차 확인됐다. 지난 9년 간 한 푼의 요금도 올리지 않다가 한꺼번에 4배 이상 인상하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로, 현실적인 단계적 인상이 타당하다는 게 이날 참석한 시민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진찬 부시장은 일부 인상폭의 조정에 대해서는 열어두겠다면서도 소폭의 인상률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즉 단계적 인상을 고려한다 해도 100%에서 200%, 300%로 찔끔찔끔 올리는 것은 시 재정여건상 힘들다는 얘기다. 결국 개정조례안을 최종 심의·결정할 시의회에 공이 넘어가겠지만 여론상 인상률이 낮춰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단계적 인상 고려하더라도 찔끔찔끔은 안 돼

이날 발표된 안성시 자료에 따르면 지역의 하수도보급률은 25.6%(2013년 1월 기준)에서 76.5%, 하수관거보급률은 47.1%에서 83.8%로 높아졌다. 이같은 상승률은 올해 들어 민간투자(BTL, BTO)로 진행된 하수사업이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일죽·죽산·삼죽·원곡면 일원의 BTL(임대형 민자사업) 사업에는 총 1,402억 3,900만원이, 안성·공도·원곡 등지의 BTO(수익형 민간투자사업) 사업에는 총 549억 6,900만원이 각각 투입됐다. 이로 인해 안성시는 앞으로 20년 동안 시설사업을 한 민간업체에 매년 임대료와 운영비 명목으로 186억 300만원(BTL 61억 5,100만원, BTO 124억 5,2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안성시의 하수사용료 현실화율은 16.1%. 톤당 처리원가는 1,780원으로 타 지역에서 비해 비교적 높으면서 그동안 평균단가 287원/톤이 적용돼왔다. 다른 지역보다 처리원가가 높은 것은 도시형 밀집구조가 아닌 농촌형 지역이어서 하수관로 연장길이가 길기 때문이란다. 이에 기초해 올해의 안성시 하수도공기업 특별회계 운영현황을 살펴보면 423억 6,600만원의 사업예산 중 자체수입 39억 5,400만원(9.3%)을 제외하고 나머지 384억 1,200만원 중 316억 1,400만원은 국·도비 등에서, 67억 9,800만원은 안성시 일반회계에서 가져왔다.

아울러 시는 앞으로 재정사업과 민간투자사업 상환 등을 포함한 하수사업소 운영에는 연간 226억 1,70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때문에 자체수입 외에 매년 약 180억원을 일반회계에서 전출해와야 하는 상황으로, 누적적자 상승과 시 재정여건, 그리고 하수처리구역 내 주민들의 원인자 부담원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사용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지난달 말 안전행정부가 요금 현실화율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원하겠다는 방안을 통보한 데다 한강수계관리기금 지원 축소도 요금인상 추진의 근거가 됐다.

▲ 이진찬 부시장은 "단계적 인상 등 여러가지를 고려하고 있지만 100%에서 200%, 300%로 올리는 소폭의 인상률 적용은 어렵다"고 밝혔다. © 안성신문

“시민이 체감하는 생활공감 행정 펼쳐달라”

그러나 시가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하겠다고 내놓은 인상률은 너무 당혹스럽다는 게 주민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이날 질의응답 시간에 공도읍의 한 시민은 “공동주택 주민의 경우, 관리비 부담이 크다. 하수요금 인상에는 공감하지만 1~2년 전부터라도 점차적으로 올렸더라면 충격이 덜했을 것”이라며, “소폭의 단계적 인상 검토”를 요구했다. 아양동의 시민도 “시 재정상 어려움이 있다는 건 알겠지만 지난 9년 간 올리지 않다가 한꺼번에 423%를 인상하겠다는 것은 시민으로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이진찬 부시장은 “2~3년 전부터 요금을 올렸다면 안성시나 시민이나 부담이 덜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정부가 그동안 공공요금 억제정책을 펴와 달리 방안을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또 “(재정적으로) 이미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 시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로 1인당 처리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지만 인구가 20만명 정도로 증가하면 요금은 크게 낮아질 것”이라며, “후세에 물려줄 환경과 지역발전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의미를 두고 널리 이해해줄 것”을 부탁했다. 강선환 하수사업소장은 “민원 등을 통해 요금인상에는 동의하나 75%의 현실화율이 과도하다는 주민들의 의견을 많이 들었다”며, “타 지자체의 인상폭과 주민들의 의견을 참고해 의회에 자료를 제출, 큰 부담 없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조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공도읍의 또 다른 시민은 “죄송하다는 말뿐이다. 인근지역 평택과 비교해 안성은 주민세나 상·하수도 요금이 모두 높다. 서민들이 어떻게 살 수 있겠느냐”며, “더욱이 시민부터 납득시켜야 할 시가 홈페이지에조차 주민설명회 일정을 알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금광면 홍익아파트의 주민도 “지금의 423% 인상안은 시민 단 한 사람의 동의도 받지 못할 것이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간 떨어질 일이다. 우황청심환이라도 먹여달라”며, “시가 갑이요, 시민이 을이 되는 상황에서 가슴만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박재균 전 시의원은 “시가 하수요금 인상만으로 적자를 해결하려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지하수 이용세대 등 요금누락 현황에 대한 점검과 운영비 절감요소를 찾고, 하수처리구역 경계지의 공급조건도 살펴 가동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 “공공시설인 만큼 시가 재정의 일부 보존책을 강구해 인상폭을 완화해야 한다”면서, “통합기금에서 차입하는 등의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진찬 부시장은 “통합관리기금도 시에서 차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괴는 방식 이상의 것이 될 수 없다”며, “타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또 “형평성 등을 고려해 지하수 사용세대에 요금을 부과하는 것도 대세에는 영향을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강선환 소장은 “처리구역 외지역에 있으면서 관로 경계에 위치하는 세대는 매우 많다”며, “하지만 이들 가구는 하수기본계획 변경 시 포함시켜 처리량을 다시 산출한 뒤에나 편입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자리를 같이 한 김지수 의원은 “그동안의 안성시 소통부재로 인한 시민들의 불만이 일거에 폭발되고 있다”면서, “2005년부터 민간투자사업을 준비하며 상환 및 자금 적립계획도 없이 밀어붙여온 행정기관의 무책임성”을 질타했다. 그는 또 “하수요금의 100% 원인자 부담은 현실적이지 않다. 인프라 확충과 공공서비스 측면에서도 일부 일반회계의 보존은 가능한 일”이라며, “주민의견을 적극 반영해 무리 없이 추진되도록 가교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상순 기자 365193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