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시정을 이끌어가시는 황은성 시장님께.
저희들은 안성시 미양면에서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농민들입니다.
저희들은 최근에 안성시에서 ‘하림 도축․가공시설’을 안성시 미양면 제4산업단지부지에 유치하려고 한다는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감에 빠져있습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경기 포천․연천지역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김포․강화지역을 비롯하여 충북 충주와 충남 청양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중부권을 강타하면서 축산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고, 최근에는 충남 예산지역에서 발생한 AI(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또 다시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습니다.
다행히 안성지역은 안성시를 비롯하여 안성축협, 축산단체가 합심하여 시 외곽 이동 통제와 적극적인 소독 활동으로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구제역이 발생했던 경기 북부지역이나 김포․강화지역의 축산업은 재기하기 힘들 정도의 심각한 피해를 입고 아직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안성지역은 전국에서 축산업이 가장 발달해 있고, 그 규모도 수도권의 식량 배후기지라고 할 정도로 거의 모든 축종이 전업화되어 있는 상황이라 안성지역에서 또 다시 구제역이나 AI(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은 질병이 발생한다면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안성시 관내에는 약 9만 5천 두에 이르는 소와 약 22만 5천두에 이르는 돼지 그리고 300만 수가 넘는 닭을 사육하고 있고, 도축장 검토 예정지인 미양면은 관내 최대의 가축 사육지로서 도축장과 관련하여 질병이 발생․전파된다면 그 여파는 순식간에 안성시 전체로 퍼져나갈 것입니다.
물론 하림 도축장을 유치하면 대기업 유치라는 대외적인 실적과 일부 고용 창출 효과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안성지역 축산업은 상시적으로 ‘큰 위험’에 노출되게 될 것이며, 그 위험은 많은 축산 농민들의 삶을 절망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2010년 올해 발생한 구제역의 전파 경로로 사람과 차량, 가축의 이동과 접촉에 그 원인이 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도축장은 사람과 차량, 가축이 상시적으로 집결하는 장소이며, 질병의 매개체(축분․부산물 등)가 상존하는 곳입니다. 혹자는 아직까지 도축장에서 질병이 발생한 사례가 없다고 하나, 도축장은 그 어떤 곳 보다 질병이 전파될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는 사실은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입니다.
현재 하림에서 계획하고 있는 도축 시설은 닭과 오리 약 16만수에 돼지 3천두, 소 50두 등으로 가축 출하 차량만 해도 5톤 트럭으로 하루 100대가 넘는 어마어마한 물량입니다. 이러한 차량이 날마다 안성 인근 지역으로부터 들어오게 되면, 안성 전 지역이 이동 경로가 될 것이며, 세균과 바이러스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한 군데도 없을 것입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대기업 유치라는 달콤한 유혹에 끌려 대대로 지역 경제를 지켜 온 안성지역 축산업을 위기에 빠뜨린다면 이는 씻을 수 없는 오판이 될 것입니다.
안성을 사랑하시는 황은성 시장님!
대기업 유치도 좋고 고용 창출도 좋지만, 안성지역에서 뿌리를 내리고 지역 사회를 지켜온 1만여 축산가족의 염원을 부디 뿌리치지 마시고 보다 경쟁력 있는 새로운 산업을 유치하는 데 힘을 쏟아 주시길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2010년 10월 26일
하림 도축․가공시설 유치를 반대하는 안성지역대책위원회
(대표: 최 덕희 / 연락처: 011-329-7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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