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맷돌에 손잡이가 없을 때 “어처구니없다”고 한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안성시 도로행정에서 벌어지고 있다.
▲ 권용일 안성시민연대 공동대표
전임시장에 이어 황은성시장도 안성시내 주요도로 전선지중화와 함께 보행로를 개선하여 걷고 싶은 도로를 만들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중앙로를 비롯해 장기로(봉산로터리 - 내혜홀광장), 남파로(한주아파트 - 농심사거리)에 이어 이번에는 안성맞춤로(안성대교 - 금산로터리) 공사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이해하기 힘든 것은 같은 성격의 공사를 마케팅과, 교통정책과, 건설과 등 서로 다른 부서에서 추진하고 이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면 중앙로 1차구간은 수많은 하자가 발생했으나 적극대응하지 못해 차도와 인도 모두 3년 만에 누더기가 되고 말았고, 버스승강장을 각을 주어 시공하여 버스가 진입하기 힘들게 만든 것은 3년간 사업 전, 후에 수차례 지적을 해도 개선되지 않았으며, 장기로는 상인의견을 반영하여 가로수를 모두 없애버리는 것으로 추친 하던 중 반대여론에 부딪혀 또다시 추가예산을 세워 모둠 소나무화단을 만드는 등 갈팡질팡하고 말았다. 이는 부서 간 소통과 책임성은 물론 시민여론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행정사례다.
게다가 4월부터 추진되는 안성맞춤로 사업의 경우 79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선지중화와 함께 보행로개선사업을 추진을 하면서 단 한번 개최하는 공청회를 안성시청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하지도 않은 채, 직접 이해당사자인 상인에게 만 통보하고, 가로수식재와 관련한 주민설문조사도 주변 상인만을 대상으로 시행했다고 한다.
그 결과 “가로수 식재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상인이 36명, “불필요하다” 52명, “잘 모르겠다” 21명으로 나와 상인들이 가로수 식재를 반대함으로 가로수를 모두 없애겠다고 공청회에서 발표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교통정책과가 장기로 사업을 하면서 벌인 가로수 해프닝을 건설과에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상인들이 간판을 가릴 수 있는 가로수를 반대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이처럼 반대가 예상되는 특정계층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는 객관성을 갖기 어렵다.
보행로 개선사업은 안성시민 또는 도로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의 공공시설로서 공공의 이익에 맞추어 사업을 시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특정인들을 위한 안성시의 행정에 대해 “어처구니없다”라는 말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그러니 백성초등학교 앞 보행로의 경우 학원 앞 구간을 이해당사자의 민원을 이유로 차도와 같게 낮게 시공하여 학원차량 전용불법주정차구간으로 만든 것은 아마도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안성맞춤로 전선지중화와 보행로 개선사업은 당연히 상인들 의견을 물어야한다고 본다. 그러나 주변 상인들의 의견만 반영하여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일이다. 더구나 전선지중화로 가로수를 아름답고 역사성 있게 가꿀 좋은 여건을 만들면서 가로수를 모두 없앤다는 것은 아무리 곱씹어 봐도 당위성을 찾기 어렵다. 오히려 가로수로 인해 영업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수종이나 위치선정을 고민하고 설득한다면 상인들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가로수 하나 없는 삭막한 길은 시민들도 외면하게 된다. 그러면 오히려 상인들도 손해다.
있던 가로수마저 없애가며 시행한 보행로 개선사업이 성공한 사례는 없다. 시행착오와 사업실패는 곧 세금낭비와 함께 상인들 영업 손실, 보행자 불편 등으로 이어져 결국 시민모두가 피해자가 된다는 사실을 안성시는 직시하고 부디 멀리 내다보는 행정을 펼치기를 바란다.
권용일 안성시민연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