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시 하수도시설 발전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지난 2일 시청 상황실에서 첫 회의를 가졌다. 안성시가 하수도요금 인상요인 중 하나였던 민간투자사업(BTO·BTL)과 관련, 협약서 분석을 통한 원가절감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아들이며 4자 협의체가 만들어진 것인데, 일단 앞으로의 회의를 원칙적으로 비공개에 붙이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시민들에게는 내가 내는 하수도요금이 어떻게 산정된 것인지 알 권리가 있다. 특히 3배 정도 오른 요금이 매겨지는 데 하수시설 민간투자사업이 주효했다면 협약내용을 투명하게 밝히고 시민들로부터 다시 검증을 받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협의회에서는 앞으로의 논의과정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필요하다면 일부 공개범위를 내부에서 결정해 보도자료 형식으로 알리겠단다.

민간사업자 측은 한술 더 떠 협약서 공개 자체에 소극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협의회 구성 및 유지 근거이유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태도다. 한 관계자는 자료공개에 대해 “법무팀 자체 검토 결과 불가하다는 입장”을, 또 다른 관계자는 “이사회와 주주총회 모두 금융권이 장악하고 있는 데다 이후 배임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사업은 운영하고 있지만 업체에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이 없어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에 장영근 부시장은 “비밀유지 조항은 영업상 손해 우려 때문인데 실시협약에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대상에는 주무관청이 인정하는 관계기관이 포함돼 있다”면서, “금융권 동의와 관련 없이 공개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업체의 입장을 고려한 탓인지 “다음부터는 논의를 위한 기초자료로서 협약서를 갖고 회의를 진행”하되, “효율적인 협의진행을 위해 회의는 비공개”에 붙이는 게 좋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회계사는 “협약서는 일반시민도 볼 수 있는 것”이라며, “시는 정보공개 청구가 있으면 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불구하고 이날 협의회 위원들은 더 이상 이 부분의 논의를 진척시키지 않고 업무수행 과정에서 취득한 관련정보 중 내부 결정을 거치지 않은 사항을 외부로 유출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했다.

아울러 민간사업자 측의 참여범위도 논의가 이뤄졌는데, 장 부시장은 “협의회의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위원교체가 필요하다”며, “실질적인 권한행사가 가능한 대표이사의 참석”을 요구했다. 민간업체 측에서는 “재무모델 검토가 이뤄져야 하는데 협의회 내부에서 즉시답변과 의견제출이 있으려면 회계사의 동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로써 이번 첫 회의에서는 사실상 협의회 구성을 제안하는 단계의 논의가 진행된 셈으로, 이후 민간사업자 측에서 재협상을 전제로 한 이번 논의기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협의회는 이날 민간투자사업 협약서를 의원들만 내부적으로 열람할 것과 월 1회 정기회의 개최 등을 결정했다. 
    

부시장 “협의회 목표는 하나, 시민부담 줄이자”

협의회는 앞으로 민간투자사업 협약서 내용의 적정성과 타당성을 분석, 안성시 하수도사업특별회계의 재정부담 완화 및 운영비 절감방안 등을 논의하게 된다. 재협상을 이끌어낼 때까지 운영될 예정으로, 하지만 “협의회에서 구체적인 하수요금 조정논의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부시장의 설명이다. 시민부담을 줄이는 요금인하는 협약조정 이후 단계에서나 검토할 수 있는 문제로, 협의회 논의구조에서는 재협약을 이끌어내는 데서 선을 긋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안성시민은 3월에 하수도요금 인상분이 적용된 첫 고지서를 받았다. 가정용(월 20톤 미만)을 기준으로 하면 톤당 220원에서 610원으로 뛰었다. 현 조례상 내년부터 2018년까지는 매년 20%씩 더 오른다. 전국적으로도 이례적인 인상률을 보인 데는 하수시설 민간투자사업이 영향을 미쳤다.

먼저 민간투자사업(BTL)이다. 2008년에 시작돼 지난해 3월 준공한 이 사업을 통해 시는 공도·보개·금광·서운·미양·대덕·양성·원곡·안성1동·안성2동·안성3동 일원의 하수처리장 3개소, 하수관거 339㎞, 8650가구의 배수설비 등을 완료했다. 총 1402억3900만원(국비 775억7600만원, 지방비 216억800만원, 민간 330억4천만원, 원인자 80억1500만원)이 투입됐고, 시행자인 푸른안성지키미㈜는 2034년까지 20년 동안 시설 관리운영권을 갖고 투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다음으로는 푸른안성주식회사의 임대형민자사업(BTL)이다. 2011년~2013년, 사업방식을 달리해 일죽면과 죽산면, 삼죽면 일부, 원곡면 일원의 히수관거 81.867㎞와 3070가구의 배수설비 공사가 진행됐다. 549억6900만원의 민간자본이 투입됐는데 역시 2033년까지 안성시는 임대료와 운영비를 보존해줘야 한다. 단 임대료의 70%는 정부가 지원한다.

시는 앞으로 20년간 매년 150억여원씩의 빚을 갚아야 할 처지. 시는 그동안 이를 요금인상의 한 근거로 제시했었다. 그리고 시의회와 시민사회에서 물폭탄 제기와 함께 완충작용 필요성이 대두됐고, 이번에 운영비 절감방안 마련 등을 위한 협약서 검토라는 첫 단추가 꿰어진 셈이다. 하지만 민간사업자 측은 그렇다 치더라도 회의 자체를 비공개에 붙이겠다고 한 협의회 결정에 시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숭인동의 권모 씨는 “협의회는 시의회와 시민사회의 문제의식이 표출돼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구성된 것인데, 협의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야 하는 건 마땅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삼죽면의 이모 씨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며, “협의회 구성에 소비자를 대표할 수 있는 사회단체 등을 배제한 것부터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편 현재 협의회에는 안성시 장영근 부시장, 강선환 안전도시국장, 안기천 하수사업소장과 안성시의회 황진택 부의장, 이영찬 산업건설위원장, 그리고 하수민간투자사업(BTO·BTL) 시행자 측 각 1인과 전문회계사 1인이 참여하고 있다.

박상순 기자 365193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