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말 현재 안성시 등록차량은 8만8017대. 1세대당 자동차 보유대수는 1.19대이다. 2013년 말 7만3938세대에서 7만4262세대가 돼 324세대(0.4%)가 증가했지만, 자동차는 8만3723대에서 8만8017대로 4294대(5.1%)가 늘었다. 차량 증가속도가 인구나 세대수 증가속도를 훨씬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계산대로라면 세대당 1대 이상의 주차공간을 확보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으니 주차전쟁이 있을 수밖에 없다. 거리마다 넘쳐나는 건 차량뿐이 아니다. 이면도로마다 화분에 물통, 폐타이어 등 적치물도 늘비하다. 내 차를 세워야겠으니 침범하지 말라는 영역표시다. 하지만 너도나도 앞 다툰 이런 행위 때문에 보행자와 차량 통행 불편이 뒤따르고, 도시미관도 저해하는 게 현실이다.

안성시내 중심가는 차 2대가 겨우 교차할 수 있는 6m 안쪽의 도로가 대부분이다. 사실상 편도 1차선에 노상주차장 정도가 설계될 법한 협소한 도로인 것이다. 때문에 안성시는 시내 이면도로 재정비 계획을 세우고 대천동과 동본동, 연지동, 영동, 숭인동, 구포동 일원의 구역을 일방통행로로 지정, 일부 교통체계를 개선했다. 하지만 계획대상에 포함됐던 연산치과-구포동성당 구간은 상충되는 민원 때문에 결국 손을 대지 못했다.

주택과 상가가 밀집한 시내권을 돌아봤다. 시가 자진철거를 유도하는 계도활동을 펼치고 있다지만 문제는 여전해 보였다. 심지어 통학로로 이용되는 도로마저 수많은 노상적치물이 방치돼 안전을 위협하고 있었다. ‘도로법’에서는 누구든 정당한 사유 없이 도로를 파손하거나 도로에 장애물을 쌓아놓는 행위, 그리고 도로의 구조나 교통에 지장을 주는 행위 등을 금하고 있다. ‘안성시 도로 무단 점용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 징수 조례’에는 불법적인 노상적치물을 내놓는 사람에게 2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는 규정도 있다.

그렇다면 행정력은 얼마나 미치고 있는 걸까? 올해 시는 공도 만정리 일원에서 1건의 계도 조치를 취하고, 구포동 일원 등에서 7건의 적치물을 강제 수거했다. 과태료를 부과한 것은 지난해 단 1건에 불과하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인력” 문제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사실상 신고접수나 민원 등에 따른 기본적인 대처 수준이다. 보행자 안전과 원활한 차량통행, 도시미관 등을 위한 체계적인 정비계획을 갖고 능동적인 행정을 펼쳤다고 볼 수 없다.
 

▲ 통학로로 이용되는 도로에도 어김 없이 불법 적치물이 늘비하다.       © 안성신문

 
상대적으로 다른 도시보다 불법 노상적치물 문제가 계속해서 많이 빚어지는 데는 시민의식도 문제다. 생계 등의 이유로, 혹은 불편을 줄이기 위해 내 가게, 내 집 앞의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공의 도로라는 점을 인식하고, 그 기능을 회복시키는 일에 협조하는 것이 성숙한 태도다. 보행권 확보와 원활한 교통통행 확보를 위한 시민의식 전환이 절실한 때다.

안성시 역시 의지를 갖고 나서야 한다. 보다 적극적인 계도활동을 펼치고, 상습적인 불법 행위자에 대해서는 관련법에 따른 행정조치를 통해 강제해야 한다. 아울러 거주지 중심의 차량교행이 가능한 구간부터 주차공간을 설정해 일방통행로를 확대하고, 시범적으로라도 타 지역에서 시행 중인 거주자 우선주차제 등의 도입을 검토할 수 있겠다. 새로운 도로를 뚫는 일 못지않게 부족한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보행로마저 점령당하는 도로체계를 개선하는 일에 관심을 가질 일이다.

시 관계자는 “현장 조치에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자발적인 계획을 세워 이행하기에는 행정력의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달 중 인근 시군 벤치마킹을 예정하고 있다”며, “이후 관련부서 협의를 통해 종합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고, 효율적인 조직인력 편제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상순 기자 365193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