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성시민연대 ::::::::::::

▲ 노곡저수지 오른쪽으로 접한 산지가 산단 개발 예정부지다. © 안성신문

생태마을을 얘기하면서도 산 하나 걷어내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게 우리 사회다. 지역발전을 내세운 개발사업에 마을 마을이 고혈을 빨리며 신음하고 있다. “지금 이대로 살고 싶다”는 주민들의 호소에 이 사회는 참으로 냉담할 뿐이다.

양성면 노곡리 산17-1번지 일원에 노곡일반산업단지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예정부지는 노곡저수지를 동남쪽으로 접하고 있는 7만3492㎡의 작은 산이다. 경기종합건설㈜은 이 산을 밀어내고 산업단지를 조성해 전기장비 제조업 등의 분야에서 7개 업체를 입주시킬 계획이다. 2013년 12월에 경기도 지방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았고, 지난해 4월 조치계획을 제출하면서 사실상 행정절차는 마무리된 상태. 현재는 안성시장의 지정고시만 남겨두고 있다.

▲ 마을 대책위 위원들은 24일, 황은성 시장을 만나 산단 지정고시의 일단 보류를 요구했다. © 안성신문

그리고 2011년 산단승인 신청이 있은 뒤 지금까지 염티마을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수많은 의혹과 문제를 제기하며 싸워왔다. 지난 24일, 황은성 시장을 만난 주민들은 ▲경기도의 조건부 승인에 대한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고, ▲최근 공문서 위·변조 혐의로 공무원 K를 형사고소한 점 등을 들어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승인고시를 보류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 ▲노곡산단은 공영개발도, 민간 실수요자 개발도 아닌 부동산 투기를 조장할 수 있는 종합건설회사가 추진하는 것으로, 편법 또는 특혜 시비의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무엇보다 ▲염티마을을 환경공해의 무덤으로 몰아넣는 산단을 마을의 유일한 입구인 작은 산 하나를 깎아 조성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위치 변경을 재차 촉구했다.

이어 27일에는 염티마을 회관에서 간담회도 열렸는데, 주민들은 “지금의 예정부지에 추진하는 산단조성은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변전소에 골프장, 석재공장 등의 피해를 고스란히 안고 온 마을에 유일하게 남은 서쪽 산을 없애고 산단을 조성하겠다는 것은 생존권의 문제”라는 주장이다. 또 “환경피해를 주는 업종의 입주를 제한하고 오염 무배출 시스템을 운영·관리한다는데 실수요자 개발도 아닌 상황에서 이후 빚어지는 문제나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올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안성시는 “관련법과 시행령에 따라 시행자 지정요건을 충족해 진행되는 사업으로 특혜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주민들의 민원도 민원이지만 법적 하자가 없는 이상 민간사업자의 승인신청을 반려할 명분도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안성시의 지정고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은 이후 공사 중지 가처분신청 등을 예고, 기나긴 소송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역발전은 지역을 가장 잘 알고 이해하는 주민들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자본의 힘이건 권력의 힘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될 때는 한 마을공동체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그만큼 행정행위는 주민의견 수렴과정에서부터 진중해야 한다. 특히 산단조성은 그 목적에 부합되게 실수요자 중심으로 가야 한다. 편법 양도 등을 통한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이용되는 일이 없는지 철저히 살피고, 이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도 시의 중요한 몫이다.

박상순 기자 365193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