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희 기자

 
프롤로그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김익중 교수는 탈핵 전도사다. 지난 2년 반 동안 600여 번의 외부강의를 했다. 2,3일에 한 번꼴로 강의를 한 셈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국에서 강의요청이 쇄도했고 요청이 있다면 열 명이 있는 자리든, 수백 명이 있는 자리든, 해외든 가리지 않고 갔다. 그런 김익중 교수가 지난 10일, 안성의료생협에서 개최한 생협학교에서 강의를 진행했다.
 
김익중 교수는 2009년 경주환경운동연합을 통해 반핵운동에 입문했다. 이전에 그도 핵에 관해서는 그저 일반인이었지만 경주 방사능폐기물처리장 건설의 실상을 확인하면서 탈핵운동에 뛰어들었다. 지난 6월 30일 경주방폐장은 완공됐다. 10만 드럼의 중저준위 방사능폐기물을 저장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방폐장의 안전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절대 안전하지 않다, 분명히 방사능이 새게 돼 있다, 20~30년 내에, 그것도 다 샐 것이다. 게다가 정부도 방사능 샐 거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가 전하는 가공할 진실은 이게 다가 아니다. 그날의 강의를 아래에 요약 정리했다.
 
사용 후 핵폐기물 처리 “아무도 몰라”
 
인류는 원전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의 처리방법을 알지 못한다. 어느 나라도 아직 고준위핵폐기물처리장을 건설하지 못했다. 원전에서 사용한 우라늄은 이후에도 최소 10만 년을 누출되지 않게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50년쯤 갈 방폐장을 건설할 능력밖에 없다. 그래서 50년에 하나씩 지으면 2천 개 지어야 10만 년 보관이 가능하다. 한반도에 2천 개의 고준위방폐장이 지어져야 하는 것이다. 남한땅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비율로 따지면 안성에도 방폐장이 들어오지 않겠는가? 과연 이게 후세대들에게 할 짓인가? 원전은 앞으로 100년 내에 사라진다. 하지만 핵폐기물은 남아 있다. 10만 년 보관하는 동안 사고가 나지 않을까? 나는 방폐장에서의 방사능 누출사고가 예약돼 있다고 생각한다. 최소 100년에 한 번 사고 난다 해도 1천 번의 사고가 예약되어 있는 셈이다. 이는 결국 남한이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될 것이라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일본국토의 70% 고농도 오염지역
 
2011년 3월 12일, 후쿠시마 원전폭발 사고 영상을 멍한 표정으로 수백 번 봤다. 보면서 결국 ‘일본은 이제 망했구나’라고 생각했다. 히로시마와 나카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우라늄은 10㎏이었다. 그러나 이번 원전사고로 노출된 우라늄은 그의 1만 배다. 후쿠시마 원전은 현재 어떤 상태인가? 원자로 내에 있던 핵연료가 녹아(멜트다운) 원전의 콘크리트 바닥을 녹이고 또 그 아래 암반을 녹이며 주르륵 밑으로 새는 중이다(멜트스루). 지금 핵연료가 땅 아래 어디까지 녹아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고 후 3년이 지났어도 원전 아래가 어떻게 됐는지 사진 한 장 없다. 현장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정부가 동토 차수벽을 세운다고 하는데, 그것은 아래로 흐르는 것은 막지 못한다. 우리는 살아생전에 후쿠시마 사고수습을 볼 수 없을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에서 손상된 핵연료의 양은 체르노빌의 7배에 달한다. 여기 일본 오염지도가 있다. 세계적 권위의 미국 과학잡지 PNAS에 실린 이 오염지도를 보면 도쿄를 포함한 일본국토의 70%가 고농도 오염지역에 속한다. 일본사람들은 이 내용을 모른다. 정부가 제시하는 오염지도만 믿기 때문이다. 일본정부는 놀랍게도 1만Bq/㎏(베크렐: 토양 1㎏에 포함된 세슘137의 양)은 표시하면서 9천 Bq는 표시하지 않는다. 남한은 일본영토의 50% 정도의 넓이다. 이는 남한에서 후쿠시마와 같은 중대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우리나라 전체가 고농도 오염지역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대지의 오염은 최소 300년은 갈 것이다. 국토의 70%가 고농도 오염지역이라는 것은 밥상의 70%가 오염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건강한 아이 낳고 키우는 것 가능하겠는가? 게다가 방사능은 어린 아이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앞서 일본 의사단체에서 강의요청이 들어온 적 있다. 나는 거기서 ‘이민 가시라’고 말했다. ‘대대손손 피폭될 것’이라고 했다. 무척 놀라는 반응을 보였는데, 조만간 또 일본에 강의요청이 있어 간다. 나는 이번에도 똑같이 말할 것이다. 오늘 밤 집으로 돌아가서 이것만 하시라. 세계지도 펼쳐놓고 이 땅의 원전에서 중대사고가 나면 어디로 이민 갈 지 그것만 정해놓으시라.
 
오염된 태평양, 수산물 먹어도 되는가?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흘러들고 있다.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태평양을 한 바퀴 도는데 5년쯤 걸린다고 한다. 미국 서쪽연안에 닿았던 방사능 오염수는 적도를 돌아서 다시 일본 쪽으로 오고 있다. 우리나라 근해 수산물에서는 그래서인지 아직 세슘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농림수산식품부에 일본산 농수산물 방사능검사 결과를 요청했었다. 2013년 1월부터 6월 사이에 일본으로부터 수입되는 수산물의 90%가 냉동고등어, 냉장명태, 대구였다. 또한 이들 수산물에서는 꾸준히 세슘이 검출되고 있었다. 특히 냉장명태(생태)는 현재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대부분이 일본산, 특히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힌 것으로 판단된다. 생태 드실 때 한 번쯤 생각해보시라. 또 고등어는 국내산도 있고 일본산도 있지만 수입량이 많아 방사능에 오염됐을 확률이 높다고 판단된다.
 
우리나라 원전 중대사고 날 확률 27%!
 
쓰리마일(미국), 체르노빌(소련), 후쿠시마까지, 핵발전소 중대사고의 공통점이 무엇이었는지 오래 고민했다. 어느 날 그걸 깨달았는데 그것은 원전이 많은 나라부터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이었다. 이는 다시 말해 원전사고가 확률대로 발생한다는 뜻이다. 원전은 미국이 가장 많고 구소련이 그 다음이었다. 그리고 프랑스, 일본, 한국 순이다. 또 한국은 신규원전 건설에 열을 올려 20년 내로 40개 이상의 원전을 가동하게 된다. 원전 개수로 세계 3위에 올라선다. 이는 사고 예약해놓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 게다가 원전밀집도도 세계 1위다. 2011년을 기준으로 핵발전소 반경 30㎞ 내에만 370만 명이 거주한다. 이는 사고 시 피해가 엄청나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원전사고 확률을 계산해봤다. 그동안 세계의 원전 1기당 중대사고(5등급 이상)가 발생할 확률은 1.35%였다. 그렇다면 한국의 23기 원전에서 이러한 사고가 날 확률은 27%에 달한다. 이는 대대손손 여기 살 수 없어서 이민 가야 할 확률이 27%나 된다는 뜻이다.
 
탈핵으로 가는 방법 4가지
 
사고 확률을 0%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탈핵이다. 수명연장 안하고(후쿠시마 8기의 원전 중 노후원전 4기만 폭발했다), 신규원전 안하고, 전기에너지 절약하고, 재생에너지 개발하면 된다. 현재 많은 나라가 탈핵으로 가고 있다. 세계 원전개수를 보면 지난 25년간 그대로다. 유럽은 원전 안 하는데 한국, 중국, 인도가 열심히 지어서 개수가 줄지는 않았다. 미국도 30년 동안 원전 단 하나도 새로 짓지 않았다. 결국 앞으로 세계원전 개수가 반등하는 일은 절대 없다. 선진국이 원전 안하는 이유는 뭘까? 간단하다. 비싸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원전은 절대적으로 사양산업이다. 세계적 추세로 봤을 때 2080년이면 지구 탈핵이 이뤄질 거라 판단된다.
 

 
재생에너지 한국에서 가능한가?
 
그런데 오직 한국만 원전 죽어라 한다. 세계적 사양산업인데 한국은 유행을 타지 않는다. 한국 탈핵은 가능한가? 가능하다. 그냥 남들 하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연구할 필요도 없다. 그저 커닝만 해도 된다는 얘기다. 세계 각국의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보면 한국은 1.9% 세계 꼴찌다(세계 평균 20%). 전 세계가 재생가능에너지에 투자하는데 한국만 역행한다. 우리 국민들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로 원전 위험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 하지만 대안이 있냐고 반문한다. 정부가 워낙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키워놓았기 때문이다. 바람이 안 분다, 태양광 부족하다, 전기질이 안 좋다, 비싸다 등등…….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원자력과 비교해 재생가능에너지는 저렴하며, 안전하다. 또한 미래산업이다. 전 세계가 재생가능에너지사업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 중이다.
 
공무원들에게 물었다. 우리 원전 폐쇄하려면 태양광 얼마나 해야 하느냐고…. 공무원들이 말하길 국토의 300%를 덮어야 한다고 하더라. 남한 땅을 태양광 패널로 3번 덮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조사해봤다.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국토의 단 2%만 덮으면 되는 것이었다. 날씨 좋으면 잔디밭에 나와 일광욕하는 독일이 세계에서 태양광발전 1위다. 우리나라는 날씨 좋은 날 전 국민이 선 블록 바르고 다닌다. 이런 나라에서 재생에너지 어렵다고 하면 되는가? 제발 따라만 하라는 것이다. 잘 나가는 선진국 커닝만이라도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전력 수요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탈핵 안 된다. 1995년부터 2010년까지의 1인당 전력소비량을 보면 오직 한국만 급증했다. 일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의 소비량 그래프를 보면 거의 눕다시피 했는데, 오직 한국만 사선을 그으며 치솟는다. 나는 우리의 이 그래프를 대각선으로 눕혀야 한다는 것이다.
 
위험하고 비싼 원자력산업 누가 왜 추진하는가?
 
이렇게 위험하고 비싼 원전에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매달리는가? 그건 원자력산업으로 누가 이득을 보는지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전기를 만들어 팔고 하는 데서는 큰 이득이 나지 않는다. 게다가 한국전력은 원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해야만 한다. 살펴보니 원전을 지을 때 큰 이득을 보는 세력이 있었다. 원전 하나 짓는데 3조 5천억원쯤 드는데 그 중 60%가 건설회사에 돌아간다. 우리나라 원전은 대부분 현대건설이 지었다. 현대건설 사장이 누구였던가 생각해보라.
 
후쿠시마 원전사고 처리비용은 도쿄전력이 1~2조원 부담한다. 나머지 99%는 정부가 책임진다. 사고 뒤처리를 사실상 국민의 세금으로 하는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사고가 나면 한국수력원자력은 겨우 6천억원을 부담한다. 그 다음의 천문학적 사고처리비용은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나갈 것이다.
 
에필로그 : 골리앗에 맞서는 이 사람, 김익중
 

김 교수의 카리스마 넘치는 강의는 최고였다. 그는 현재 우리 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가장 핵심으로 우회 없이 곧바로 직진한다. 거기에 대한민국의 또 다른 부끄러운 민낯이 있다. 김 교수의 강의를 듣지 못한 사람은 누구나 아쉬워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기회가 있다. 김 교수는 지난 3월 《한국탈핵》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거기에 탈핵을 위한 모든 것들이 총망라돼 있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공포물 찾으시는가? 《한국탈핵》을 강추한다. 거기 가장 공포스러운 우리의 미래가 담겨 있다.
 
김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원전마피아가 잡아갈까 염려스러워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고……. 그러니 이상의 놀라운 이야기는 모두 순도 높은 진실이다. 서울대 의학과를 졸업하고 교수로 사는 이 사람은 동시에 경주환경운동연합 연구위원장이며,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사실 교수로서 가진 자와 권력으로 기울어 일평생의 안위를 도모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골리앗의 편에 서기보다는 다윗이 되기로 했다. 거대하고 부정한 힘에 맞서는 좁은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즈음 김익중 교수 같은 사람의 존재가 너무나 소중하다. 이 땅의 지식인들이 그저 김 교수만 같았어도 우리의 역사는 상당히 다른 길을 걸어왔을 것이다.
 
그가 매일처럼 전국을 다니며 밀알을 뿌리고 있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할 것이다. 그리고 그 끝은 반드시 ‘한국탈핵’이어야 한다!
 
황윤희 기자 94867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