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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목 : 시민모임 물 포럼 ‘상수원 관리, 답은 무엇인가’

작성자 : 안성신문	작성일 : 2013-06-19

안성시 물 정책…
자급률 확보기준부터 마련하자

시민모임 물 포럼 ‘상수원 관리, 답은 무엇인가’

박상순 기자

▲ 지난 12일,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사무실에서는 환경의 날을 맞아 지역의 물 정책을 되돌아보는 포럼이 개최됐다. © 안성신문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공동대표 송숙·장호균)이 지난 12일, 환경의 날을 맞아 물 포럼을 개최했다. ‘가까운 물, 먼 물 그리고 주민-상수원 관리, 답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는 국토환경연구소 최동진 소장의 강연이 있었고, 공공재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고민이 필요한 시기임을 공유하는 시간이 됐다.

물 공급시설 과잉… 이제는 불필요한 토목사업

정부는 최근 14개의 댐 건설계획을 내놨다. 물을 물 쓰듯 하는 국민과 싼 수도요금 탓에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가 됐고, 향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물 공급시설의 추가적인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정부는 1996년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에서 국민 1인당 물 사용량이 490ℓ/일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1997년 409ℓ로 최고점을 찍은 뒤 2010년에는 333ℓ로 매년 감소추세에 있다(국토부, 2012년). 인구증가와 경제성장의 상승곡선이 꺾이고 있는 데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수돗물을 식수로 이용하는 비중이 낮아지고 절수기기의 확대보급 등이 실제 물 사용량의 절감효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도시개발 혹은 경제발전을 위해 정부가 나서 물 공급시설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할 시기가 있었다. 그렇게 확보된 공급체계망이 실제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댐과 광역상수도 사업에 대한 투자는 1980년대까지로 족하다는 의견이다. 이날 최동진 소장은 우리 사회가 “시설과잉의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이상의 시설투자는 안정적인 물 공급이나 건강한 생태계 관리 측면이 아닌 4대강 사업과 같은 불필요한 개발정책에 다름 아니며, 이같은 제도와 구조가 효율적이던 시대도 이미 끝났다는 얘기다.

안정적인 물 공급 위해선 지역 상수시설 유지해야

안성시의 물 정책은 어떨까? 유천취수장으로 인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이슈가 전면화하면서 지역에서는 가현취수장을 대체할 수 있는 수원개발 요구 등 규제완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러한 의제는 정치적 이슈로도 이용되는 양상이다.

안성시에 따르면 현재 안성시민이 하루 사용하는 생활 및 음용수는 6만 7천여 톤. 시설용량을 기준으로 한 공급체계는 광역 7만 4천 톤/일, 가현취수장 1만 900톤/일, 죽산취수장 900톤/일 등이다. 안성시가 쓰는 약 83%의 물을 광역상수도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물은 멀리서 끌어오는 만큼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다. 그런 의미에서 ‘가까운 물, 먼 물’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속성장의 길을 내달려왔던 우리나라는 대도시 중심의 공급체계를 중심으로 수자원을 개발해왔고, 개발팽창 붐은 일선 지역의 광역상수 의존율을 높였다. 2009년 강원도 태백에서는 물 전쟁이 있었다. 지방상수도로 온전히 삶을 유지하며 살아왔던 지역에 지방상수시설을 모두 폐쇄하고 광역상수도를 인입하면서 광동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물 정책이 만든 재앙이었다. 가까운 물을 소홀히 하고 먼 물에 대한 의존을 강화하는 방향의 정책이 어떤 후과를 가져오는지 경험적으로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때문에 “100% 광역에 의존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지속가능한 안정적인 물 공급을 위해서는 지역의 수자원을 우선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최동진 소장의 말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즉 마을에서, 지역에서 시민들의 직접적인 관심 속에 관리되는 물 이용방식이 현실적이고, 자연적인 순환시스템에도 역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공재 물, 비용편익만으로 접근하는 건 문제

하지만 이러한 원칙의 사회적 합의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취수장 이전 등을 둘러싸고 표면화하는 지역 내, 혹은 지역 간의 수많은 다툼이 이를 말해준다. 관련법에 따라 상수원보호구역 등의 토지이용이 규제를 받으면서 해당지역 주민들은 기본권 및 생존권 침해를 호소하고 있고, 유천취수장처럼 상·하류 간의 갈등으로 치닫기도 한다. 하지만 지역 간 합리적인 조정안이 마련되는 예는 그리 많지 않다. 혹여 해결지점이 만들어진다 해도 반대급부의 혐오시설 교환 등 정치적인 방법이 채택된다.

최동진 소장은 이러한 갈등심화의 요인 중 하나를 “보상 없는 규제”로 보았다. 때문에 ‘공익’을 이유로 재산권 침해나 지역개발 요구를 님비로 치부할 수 없고, 합리적인 보상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최 소장은 “유럽 등에서는 규제지역을 정부가 사들이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피해보상체계가 없는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유명무실한 물 이용 부담금 제도 등을 우선적으로 확대 작동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유천취수장과 관련, 현재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강변여과수’ 방법은 “기술적인 측면과 과다한 유지·관리비용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도 했다. 때문에 안성과 평택의 사례처럼 지자체 간의 물 분쟁을 해결하는 데는 “비용과 편익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다만 “전문가들의 편익분석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시민사회 안에서 갈등 합의체계를 마련하고 대안을 찾는 것이 ‘최적의 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자리에서는 경제적 편익과 보상의 문제로만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물, 공공재에 대한 시민사회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제기다. 불합리한 일방적 규제로 피해를 입는 지역에 대해서는 제도개선 등을 통해 완화해야 할 부분도 없지 않으나, 사람과 자연의 생명에 관련된 최소한의 규제장치를 온갖 이유를 붙여 ‘개발’의 관점에서만 접근한다면 자연의 물 순환 체제는 해체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다. 이에 포럼에서는 지역의 물 자급률(전체 물 사용량 가운데 자체 공급량이 차지하는 비율) 확보기준부터 수립하고, 광역과 지방상수의 공급균형을 맞추는 종합적인 안성시 물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계속될 팔당 물 값의 상승 등을 고려하면 편익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 경제성 면에서도 지역상수시설의 활용률을 높이는 게 필요하므로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안성시의 종합적인 물 관리 시스템의 안전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의 문제제기다.

한편 안성시는 이번 1회 추경에서 ‘가현취수장 변경 및 타당성 이전 조사용역’을 위한 예산 5천만 원을 확보함에 따라 7월 중 용역을 발주해 내년 초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올해 초 황은성 시장의 읍면동 연두방문에서 가현취수장 폐쇄 요구가 잇따르자 타당성 용역을 검토해왔으며, 이번의 용역에서는 대체수원 개발 및 공법 등에 대한 기초적인 조사연구가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순 기자 36519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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