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희 기자

 두원정공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두원정공 노조 이용섭 지회장이 지난 6월 말 징계해고를 당하고 현재 수석부지회장을 비롯해 3명의 집행부가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있는 상태다. 이 지회장에게는 “특근업무를 집단적으로 거부토록 지시해 경영권을 침해하고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또 집행부에게는 “회사의 불허에도 불구하고 외부인들을 사내에 숙박토록 했다”는 게 징계사유가 됐다. 두원정공의 징계해고는 처음 있는 일이다.
 

아울러 지난 5월부터 진행된 사측과 노조의 교섭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노조는 8월 25일부터 일부 노동시간 파업을 강행했고, 회사는 폐업절차를 밟아가겠다고 밝혔다. 사측은 노조에 단체협약 100여 개 조항 중 45개 항목의 수정, 3년 간의 임단협 위임을 요구안으로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때문에 회사를 정리하는 수순을 밟아가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9월 3일 열릴 이사회에 폐업안건을 상정하고 이후 주주총회에서 폐업을 논의할 계획으로, 폐업 여부는 앞으로의 추이를 보아야 할 것 같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8월 22일에는 전국금속노조 경기지부 조합원들과 두원정공노조 1,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조의 파업을 지지하고 현장탄압 분쇄를 위한 결의대회가 열렸다. 경기지부가 두원정공에서 행사를 연 것은 앞으로 경기도 내에서는 두원정공 현장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사측과 노조, 각각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회사측 입장]
 
징계에 대한 입장
- 특근이나 라인 간 인원이동을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경영권과 인사권의 침해다. 또한 불허하는 공문을 보냈음에도 외부인을 사내에 숙박시킨 것도 경영권 침해이다. 얼마 전에는 노조 집행부 6명이 테스트를 위해 외부로 나가는 출장차량의 물품을 탈취해간 바도 있다. 이에 고발조치를 취했고 현재 경찰조사가 진행 중이다.
 
폐업절차는 왜 밟는가?
- 8월 18일부터의 태업과 파업으로 8월 매출이 평상시의 50%도 되지 않는 40억 수준이다. 9월 이후는 현재의 수준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보름 동안에는 생산량이 평소의 10%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이러한 내부 사정에 수급불안을 느낀 고객사들은 이원화 발주를 확대하고 있다. 이원화는 시간이 경과할수록 급격하게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며, 게다가 한 번 이원화된 물량은 다시 가져오기 쉽지 않다. 결국 파업이 끝나도 당장 발주가 없어 생산할 일이 없는 상황까지 연출될 수 있다. 그러면 수개월 내 도산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니 경영자 입장에서는 폐업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관리자로서 배임이 될 것이다.
 
사측 요구안은 어떤 배경에서?
- 경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인사권을 포함한 단체협약 45개 조항을 수정하고, 임단협 3년 위임과 무분규 선언에 준하는 요건 정도는 충족되어야 고객사들의 수급불안을 해소해 경영안정을 꾀할 수 있다. 그러나 교섭을 진행해도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으니 방법이 없다.
 
노조는 이 모든 것이 구조조정 시도라고 하는데?
- 회사는 구조조정 의지가 전혀 없다. 사측의 요구안을 노조가 받아들이면 회사는 제3자 보증을 세워서라도 정년과 임금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해줄 수 있다. 그런데도 합의의 여지가 없으니 이제는 한계에 달했다는 생각이다. 노조는 회사에 자산이 있다고 말하지만 회생 가능성이라도 있어야 회사자산이라도 처분해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지난 6월에는 당사주식 43%를 공매했지만 6차까지 유찰되었다. 노조가 생산을 방해하고 온갖 투쟁구호가 난무하는 이런 가운데 어느 누가 투자를 하려 들겠는가? 상황이 이러니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조측 입장]
 
징계에 대해
- 사측에서 1월에 지급해야 할 연월차 수당을 경영악화를 이유로 4월까지 분할해주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는 임금을 정상지불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노조는 특근거부로 대응했다.  최근 단체협약에서 특근 진행 여부는 노조와의 협의 하에 진행하기로 했다. 노조에 특근거부권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부당해고라고 보며, 현재 지방노동위원회에 상정, 부당해고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아울러 집행부 징계는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노조는 의대생 30여명이 공장견학을 와 회사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불허돼 어쩔 수 없이 강당에서 재웠을 뿐이다.
또한 집행부가 회사 물품을 탈취했다는데 말이 되지 않는다. 오직 두원정공에서만 조립이 가능한 부품을 누군가 외부로 반출하려고 해 그 사람에게 물으니 처음엔 자신도 “왜 트럭에 그 부품이 실려 있는지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다시 공장에 갖다놓아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모르겠다, 알아서 하라”고 대답해 고스란히 원래 자리로 돌려놓을 뿐이다.
 
폐업절차 밟겠다는 회사에 대해
- 7월에 상여금 50%가 미지급되고 추석상여금도 주지 않겠다고 회사가 통보했다. 폐업절차를 밟겠다는 공언이나 이러한 임금 미지급은 위기를 조장해 갈등을 일으키고 이를 통해 구조조정을 달성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회사가 핑계로 대는 매출감소도 미리 준비된 기획이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앞서 회사는 구조조정 전문업체에 컨설팅을 의뢰했다. 그 업체가 노조에게 와서 한 말이 두원정공의 가장 큰 문제가 “회사에 경영의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했을 정도다. 컨설팅 과정에서는 노사와 업체 3자 대면의 기회도 있었는데, 거기서 사측은 금속노조 탈퇴를 추가로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3년 임단협 동결 등의 사측의 요구는 노조운동을 무력화겠다는 뜻에 다름아니다.
 
노동자의 요구는?
- 정말 경영의지를 갖고 회사를 이끌어갈 사람이 관리자로 와 투자와 경영을 정상화하라는 것이다. 최근 불량품이 대량으로 나오는 사태가 있었다. 사측이 하청업체를 관리하지 않고 단가 후려치기로 제대로 된 경영을 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에 노동자들 사이에서 정상품질을 만들자는 자발적인 운동이 일어났다. 노동자들이 나서서 불량부품이 나오면 조립하지 않고 하청업체에 불량을 보내지 말라고 제지하는 상황이었다. 이는 사측이 얼마나 경영의지가 없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원화 확대에 대한 입장
- 사측은 2001년부터 앞으로 매출액이 급감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노조를 압박해왔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두원정공은 2004년부터 쭉 1천억원대의 매출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생산량이 떨어지면 회사는 제품 단가를 인상하고 다른 물량을 가져오는 등의 방식으로 늘 일정 수준의 매출을 유지한다. 경영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상황 개선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또 사측은 이원화 확대를 문제 삼지만 이 또한 회사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해결하고 이원화된 물량을 다시 가져올 수 있다. 실제로 노조가 고객사에 확인해본 결과, 회사에 물량생산을 요청해도 사측이 노조가 파업할 거니까 안하겠다고 말한다고 한다.
 
사측 요구안 받아들일 수 없나?
- 20여년 투쟁을 통해 만들어온 협약이다. 수정을 요구하는 근본적인 의도는 회사가 맘대로 해고와 징계를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또 임단협 위임 등의 조치는 노조를 완벽히 무력화하는 것이다.
 
경영악화에 대한 입장
사측은 10년째 경영악화를 내걸고 싸움을 걸어오고 있다. 두원정공의 생산품은 대체가 어려운 품목이어서 회사가 10년 동안 경영을 손 놓고 신규투자가 전혀 없는 가운데서도 매출을 유지해왔다. 또한 두원정공은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물품을 그때그때 소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그런데도 폐업을 운운하는 것은 위기와 갈등을 조장, 결국 구조조정으로 나아가려는 의도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황윤희 기자 94867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