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순 기자

 
안성시의정비심의위원회(위원장 전영길)가 지난 26일 2차 회의를 갖고 의회 의원 1인당 연간 월정수당 잠정액을 2,500만원으로 정하고 시민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는 현재 받고 있는 월정수당 2,079만원보다 421만원(20.3%) 높고, 안전행정부가 자치단체별 인구 및 재정력지수 등을 기준으로 산정해 제시한 표준액 2,297만원보다 203만원(8.8%) 높은 액수다.
 
2012년부터 의원들은 의정활동비 1,320만원을 더해 총 3,399만원을 받고 있으며, 이번에 심의위원회의 잠정결정액을 적용한다면 지금보다 421만원(12.4%)이 많은 3,820만원을 받게 된다. 아울러 심의위원회는 이날 2016년부터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까지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을 매년 100% 반영해 의정비를 인상하기로 했다.
 
내년도 의정비 인상 여부는 시민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해 10월 말께 최종 확정된다.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에서 CATI 방식(면접원이 직접 질문을 읽어주고 결과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읍면동 19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이날 의정비심의위원회는 여론조사 시 사용될 월정수당 잠정액과 조사방법을 정하고, 구체적인 설문항 마련은 위원장에 일임했다.
 
“의정비 인상 공감하나 명분이 명확치 않다”
 
의정비심의위원회 2차 회의에서는 위원 모두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으나 명분이 명확치 않다는 의견이 다수 제출되며 설전이 벌어졌다. 지금 안성시의회 의원들이 받고 있는 의정비가 경기도 31개 시·군 중 29위를 나타내고 2012년부터 동결돼 절대액에서는 낮지만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보면 인상근거가 불명확하다는 것이었다.
 
이규천(두원공과대) 위원은 “(안성시) 재정지수는 경기도 바닥이고 의정활동을 평가할 만한 근거도 없다. 더욱이 시민들에게는 의원이 봉사직이라는 기본 베이스가 깔려 있어 여러 복합적 요소가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성빈(안성시민연대) 위원은 “유급제가 시행된 시작점부터 의정비가 낮게 책정돼 현실화할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시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성과와 실적을 우선적으로 평가하는 게 필요하지만 6대 의회가 개원한 지 3개월밖에 안 돼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관련법의 개정으로 이번에 결정되는 의정비는 다음 선거 때까지 4년 동안 적용될 텐데 앞으로 4년 간 의원들이 잘할 거라는 전제 속에 사기진작을 위해 독려를 결정해야 되는 것이냐”고도 했다. “시민과의 고통분담 차원에서 의회가 2년 연속 동결을 결정했는데 지금 역시 근본적으로 경제상황이 나아지지 않았고, 의정활동을 비교 평가할 수 있는 자료도 없이 경기도 29위 등의 단순지표를 갖고 인상을 추진한다면 시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박재균(전 시의원) 위원은 “의정비가 급여 성격의 비용이라지만 지금의 수준은 선거비용 쓴 것을 4년 간 분할 보존해주는 격”이라며, “의원들이 봉사와 희생을 전제해 출마와 동시에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4년 간의 활동경비는 자비를 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의원들이 보통 6~7천만원의 선거비용을 쓰는데 선관위로부터 보존받는 금액은 2~3천만원으로, 4천만원 정도가 마이너스”라며, “결국 의원들은 4년 간 8천만원을 받는 것으로, 정상적인 의정활동이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안행부의) 한도액이 있다 하더라도 타 시·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상황에서는 형평성에 맞춰 대우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의욕을 고취시키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 위원은 또 “6대 시의원들의 성과가 없다고 하나 심의위원회가 성과급을 결정하는 게 아니므로 시의원들의 최소한의 활동비를 논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이에 강길복(변호사) 위원은 “인상이 검토되는 월정수당은 직무활동에 지급되는 비용으로, 생계를 책임지는 범위가 아니다. 그렇다면 지역이 넓어 유류비가 많이 든다거나 하는 상식적으로 드러나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의원들이 각 행사장을 모두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다음 선거 당선을 위한 것이라면 개인적인 범위일 수도 있다”고 맞섰다. 김영향(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위원은 “시의원들이 생계를 위해 선거에 출마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점진적으로 의정비를 올리는 데는 동의하지만 이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과 자료는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옥(안성시 여성단체협의회) 위원은 “훌륭한 주인이 뛰어난 머슴을 만들 듯 모험이 될 수 있지만 적정 수준의 인상을 통해 열심히 일할 계기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박광열(바르게살기운동 안성시협의회) 위원 역시 “위기 시 투자가 필요할 수도 있다”며, “안성발전을 위해 과감한 판단도 필요해보인다”고 했다. 유지성(전 시의원) 위원은 “안성시의원들은 의정활동 범위가 넓어 배로 힘들다. 쥐꼬리만큼의 의정비를 받으면서 좋은 소리도 듣지 못한다”며, “직업 제한도 있어 한계가 있는 만큼 생활안정을 확보하는 측면에서도 어느 정도의 급여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김주철(안성시 이통장협의회) 위원은 “인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고, 새로 당선된 의원들의 성과 판단도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재정자립도와 예산규모 등을 고려해 의정비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표결 끝에 시민 여론조사 기준액 2,500만원 결정
 
시민 여론조사에 활용될 구체적인 기준액을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대해서도 위원들 간 충돌이 빚어져 결국에는 투표에 붙여 안을 결정했다. 3명의 위원은 안행부 표준액을 기준으로 상·하한선을 묻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었으나 나머지 위원들은 안행부 표준액보다 8.8% 많은 2,500만원이 기준액으로 타당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성빈 위원은 “매년 자연인상분을 감안하면 (2,500만원이라는) 기준액이 높을 수 있다”며, “현실화 방안을 찾는 게 필요하지만 20위권에 있는 안성시 재정력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이 작년부터 하향세에 접어들어 지난 2분기 월 평균 277만원이고, 최저임금도 올라가고 있지만 OECD 회원국 평균 수준보다 크게 낮은 상황”으로, 인상폭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박재균 위원은 “안행부 표준액과 경기도 내 인구 50만명 미만의 지자체 평균액, 2010년부터 17%의 공무원 월급 인상률 등을 감안”, 월정수당 잠정액을 2,500만원으로 제시했다. “지금의 안성시 규모 등에 비춰서도 타당”할 뿐더러 “기준액을 너무 낮춰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공무원 급여 인상률이나 안행부의 표준액을 반영하지 못한 채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강길복·이성빈·김영향 위원은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예측해 제시안을 만드는 건 설득력이 없”고, “마치 여론을 물으면서 간을 보듯 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영길 위원장은 “결정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수결 결정은 문제가 있다”며, 한 차례 정회를 거쳐 의견을 조율하고자 했으나 조정안 마련에 실패해 표결에 붙였고, 심의위원회는 6대 3으로 박 위원이 제시한 2,500만원의 월정수당 인상액을 갖고 시민의견을 묻기로 했다. 위원회는 오는 10월 17일,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의정비 인상 여부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위원회는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해 안행부 월정수당 표준액의 ±20% 범위 안에서 조정액을 결정하게 되며, 의정활동비를 포함해 상한액은 4,076만 4천원, 하한액은 3,157만 6천원이다.
 
박상순 기자 365193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