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순 기자

 
복합교육문화센터 부지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건립추진위원들이 편파적인 평가점수를 매기는 등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는 문제제기가 나왔다. 2년여에 걸쳐 수많은 논란 속에 지금의 현수동 부지가 최종 선정돼 건립사업이 추진 중이지만, 부지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쳤던 건립추진위원회의 평가점수표가 공개되긴 이번이 처음이다.
 
건립추진위원들의 평가점수표가 공개된 것은 지난 15일 열린 시의회 임시회 1차 본회의장에서다. 이기영 시의원은 이날 시정질의에 나서 그간의 부지선정 과정에 대한 의혹을 낱낱이 파헤치며 객관성과 적정성을 담보하지 못한 채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2년 건립추진위원회는 현지답사 등 2차례의 회의를 진행한 끝에 최종 도기동 여성회관 인근을 낙점했다. 31명의 위원 중 26명이 참석해 여성회관 인근 17명, 아양지구 인근 9명의 투표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위원별 항목 평가에서 2명이 아양지구 인근에 일괄 0점을 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연히 이들은 여성회관 인근에 항목별 기준의 최고점을 줘 100점 만점으로 처리했다. 6개 평가항목은 ‘교통편리 접근성’(15점), ‘도보 접근성’(15점), ‘주거지역과 적절한 거리 확보’(15점), ‘유사 문화시설 접근성’(15점), ‘주변 자연과의 조화’(20점), ‘재난으로부터 안전성’(20점) 등이었다. 이를 두고 이기영 의원은 “추진위원 중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 없지 않고서야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점수”라며,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이 포함된 위원회의 위치선정은 근본적으로 무효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도적으로 점수가 낮은 분포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기영 의원은 시민회관 건립추진위원회 구성 전 진행됐던 타당성 용역결과 등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시내권역을 중심으로 5곳의 후보지가 검토·분석된 타당성 용역에서는 도기동 여성회관 인근과 아양지구 인근의 평가점수가 동점을 받았다. 하지만 용역사는 접근성과 주거지역과의 일정거리 확보 등에 각기 다른 가중치를 부여해 1점을 더 높게 받은 여성회관 인근을 최적지로 평가했다. 당시 타당성 용역보고회에서도 가중치 부여방식은 논란이 됐었다. 특히 ‘접근성’ 항목에서 두 곳 모두 ‘양호’(2점)로 평가하고, ‘재난으로부터의 안전성’ 역시 똑같이 ‘보통’(1점) 점수를 매긴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고, 항목별 서로 다른 가중치를 적용하면서 “여성회관으로 (결정)하기 위해 퍼즐을 맞추었다는 조작이 의심”된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그리고 이로부터 3개월여 만에 발표된 안성시민 여론조사 결과는 타당성 용역결과를 뒤집었다. 시민들은 도기동 여성회관 인근보다 아양택지지구 인근이 더 타당하다는 것이었고, 선호도 조사에서 옥산동은 43.6%를 얻은 반면 도기동은 30.1%에 그쳤다. 가사동 터미널 인근은 26.3%였다. 이처럼 상이한 결과를 보이자 안성시는 건립추진위를 구성해 부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추진위는 여성회관 인근으로 범위만 정했을 뿐 구체적인 부지 결정을 다시 집행부에 일임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시는 또다시 기술적인 판단에 맡기겠다며 최종 부지결정과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발주했고, 용역사는 여성회관 인근 5곳의 후보지를 압축해 지금의 현수동 부지가 적합하다는 결과를 내놓게 된 것이다.
 
이기영 의원은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위치선정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시정질의를 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이 많았다”며, 하지만 “기본을 지키지 않을 때 늘 새로운 문제가 양산되듯 잘못을 알고도 이를 묵인해준다면 나쁜 선례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대형사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성의 발전과 미래에 대한 구상”이라며, “안성맞춤랜드와 터미널 등을 반면교사로 삼지 못하고 조작이 의심되는 비상식적인 일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시정질의에 대한 집행부 답변은 오는 24일 2차 본회의에서 진행된다.
 
박상순 기자 365193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