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희 기자

가을의 한가운데, 올해도 어김없이 안성맞춤남사당바우덕이 축제가 열렸다. 안성맞춤랜드에서 닷새 동안 개최된 이번 축제는 어떠했나? 공휴일에 주말이 잇달았던 3일에서 5일까지 랜드로 향하는 길목에는 긴 차량 정체가 이어졌다. 보개면사무소 부터 막힐 정도였다. 또 축제장은 연휴기간 동안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3천 석에 달하는 메인공연장이 관객으로 꽉 찼고, 축제장에 입점한 한 음식점은 패장도 전에 음식이 떨어지기도 했다.
 
52만명 축제장 방문, 농특산물 15억여원 판매
 
안성시는 10월 1일부터 닷새 동안 진행된 이번 축제에 누적 관람객 52만 4천여명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농특산물 판매액은 15억 6천만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축제와 비교했을 때 관람객은 14만여명, 농산물 판매액은 3억 6천만원 증가한 수준이다. 관람객 수는 추정치이지만 어쨌든 수치상으로 지난해보다 좀 더 흥행했음을 알 수 있다. 안성시는 2012년 세계민속축전을 통한 입소문과 입장료 무료화가 흥행성공의 요인인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안성맞춤남사당바우덕이 축제는 ‘경기도 10대 축제’에 선정되기도 했다.
 

축제의 구성은 무척이나 다채로웠다. 상설공연으로 세계민속공연, 전래인형극, 게릴라콘서트 등이 있었고, 특별공연으로 태평무와 향당무, 시민이 직접 참여해 만드는 시민예술무대가 있었다. 시민예술무대에는 생활무용, 밴드, 비보이, 국악 등의 다양한 공연이 올려졌다. 또 한국폴리텍대학의 패션쇼도 있었으며, 여기에 안성 옛 장터를 재현한 공간에 축산 및 농경 체험, 다문화체험 등 40개의 체험부스가 마련돼 가족 단위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매일 저녁에는 재즈공연, 국악콘서트, 7090콘서트 등이 열렸다. 여기에 오정해, 해바라기, 송소희, 장윤정 등의 굵직한 연예인이 출연해 사람을 불러 모았으며, 아울러 사계절썰매장, 바우덕이 캠핑장, 천문과학관 등의 시설까지 축제구성에 보태졌다. 한마디로 더할 수 없이 많은 프로그램이 관객을 맞았던 것이다.
 
이러한 다채로움은 관객유치에 많은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양한 계층과 연령층에게 갖가지 것들로 어필, 만족도를 높인 것으로 판단된다. 게다가 날씨가 좋았고 공휴일이 끼여 있었으며 그동안 쌓인 축제운영의 노하우가 더해져 축제는 비교적 그럴 듯하게 진행됐다. 안성시는 이번 축제에 국비 4천만원을 포함, 총 11억 8천만원의 예산을 투자했다. 이 가운데 경쟁입찰에서 선정된 대행사가 집행한 액수는 7억 5천만원이다. 먹거리부스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50~100만원의 입점료를 냈고, 안성장터에 입점한 음식점은 1천만원이 넘는 금액을 써 낙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성시는 지난해의 경험을 빌어 투자예산 대비 수배에 달하는 경제파급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10억원의 예산을 투자한 지난해, 안성시는 198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어쨌든 축제는 흥행한 것이 맞다. 관람객의 연령층이 젊어지고 있는 것도 그 증거로 보인다. 축제에는 노년층보다 오히려 중장년층,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았다.
 

관람객의 축제 만족도도 비교적 높았다. 두 자녀와 남편과 함께 축제장을 찾은 한 안성시민은 “3년째 축제에 오고 있는데 매년 축제의 내실이 기해지고 구성이 다채로워진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3시간째 축제장에 머물고 있다는 그 4인 가족은 점심값 등으로 약 3만여원을 지출했다고 했다. 또 용인에서 왔다는 한 여성은 대학동아리 공연과 월드퍼레이드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3명의 지인과 함께 축제장을 방문한 그녀는 아울러 “음식이 괜찮다”며, “먹거리부스를 돌아다니면서 조금씩 맛보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안성시는 평가분석 결과가 나와 봐야 하겠지만 축제에 찾는 외지인의 비율이 50% 이상일 것으로 전망했다.
 
축제의 진일보 위해 주제 심화하려는 노력 있어야
 
하지만 이쯤에서 만족하긴 이르다. 축제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서 심도 있는 고민을 주고받을 때다. 사실 이번에 더할 수 없이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축제의 흥행에 기여했지만, 이것은 주제의 심화보다는 부수적인 장치의 확장에 가까웠다. 다채롭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축제의 정체성이 흐릿해진다는 이야기와도 같은 것이다. 사실 세계민속공연에, 온갖 다종의 공연에, 수많은 체험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축제는 말 그대로 종합선물세트 같았다. ‘전통문화예술’이라는 주제의 측면에서 발전된 부분은 찾아볼 수 없었기에 매년 같은 공연이라 식상하다는 일부의 평가도 나오는 것이다.
 

남사당공연을 축제의 주제로 가져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축제의 한 단계 진일보를 위해서 다채로움을 유지하면서도 ‘전통문화예술’이라는 기조를 놓치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또 먹고 마시고 그저 ‘관람’하는 일견 소비적이고 수동적인 축제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도 ‘관객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수천 년 흘러온 우리의 풍물놀이는 무대가 따로 없고 관객의 참여가 자유롭다는 절대적인 장점을 가진다. 사물은 누구나 잠깐 배워도 연주가 가능하고 풍물놀이의 무대에는 관객의 난입이 자유롭다. 그런 장점을 살리는 것이 남사당바우덕이 축제를 더 오랜 세월 흥행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전통놀이대회, 난장, 강강술래, 놋다리밟기 같은 식으로 관객의 참여공간을 만들고 그를 큰 규모로 재현한다면 소비성 축제나 수동적인 관람을 뛰어넘을 수 있는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전통체험이라는 특성을 더욱 살려 관객이 그저 먹고 마시고 보고만 가는 게 아니라, 직접 전통을 손으로 만지고 누리고 가는 축제로서의 방향을 심화시키면 좋을 듯하다.
 

어쨌든 축제의 질적 도약과 감동을 주는 축제이기 위해 상상력이 필요할 때다. 음식점에서는 일회용품의 사용이 빈번히 눈에 띄었고 누군가 그것을 지적했다.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그 큰 축제를 어떻게 진행하느냐 반문할 것이 아니라,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도 수십만 관람객이 오는 축제를 유치할 수 있다고 상상할 수 있어야 축제의 진일보가 가능할 것이다. 전국에서 맨 먼저 일회용품 없는 축제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도전이 되지 않겠는가? 또한 우리 민족의 전통예술을 주제로 잡았다면 아무리 변화가 조심스럽고 어려운 전통일지라도 현대적인 감각과 고정 틀을 넘어선 새로움을 가미할 수 있어야 마찬가지로 진일보의 문이 열릴 것이다.
 

축제를 보면서 이즈음의 사람들에게 모여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번 남사당바우덕이 축제는 그러한 면에서 작은 위로를 전한 듯하다. 하지만 반복이나 정체가 아니도록 계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경기도 10대 축제에 속했으면 이제 전국 10대 축제에 속하기 위해 애쓸 일이다.
 
황윤희 기자 94867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