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순 기자

안성시가 공문을 통해 토지매입 의사를 전달하고도 약속을 지키지 않아 주민피해만 키우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나왔다.
 
김지수 의원이 지난 8일, 시의회 정례회 본회의장에서 자유발언에 나서 2012년 9월, 세계민속축전을 앞두고 집행위원장인 황은성 시장 명의로 안성맞춤랜드 입구의 한 목장주에게 보낸 공문을 공개했다. ‘축전을 추진함에 있어 사육하고 있는 가축들이 피해가 있을 것으로 사료되며, 향후에도 행사장을 방문하는 차량 인파 등으로 가축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사료되므로 농장에 대해 우리 시에서 매입의사가 있음을 알려드리오니 축전행사 진행에 적극 협조해달라’는 내용이다. 아울러 이 공문에는 매입 예상기간이 ‘2012년 10월부터 2013년까지’ 될 것이라고 친절히 안내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안성맞춤랜드 입구 ‘이월목장’ 문제는 지난 5대 시의회에서도 2차례에 걸쳐 지적이 있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목장주 한모 씨는 화성에서 가축을 사육하다 2003년 가족과 함께 안성에 터를 잡았다. 하지만 5년여 평온하게 지냈던 한 씨의 목장생활은 2008년부터 심란해지기 시작했다. 안성맞춤랜드가 착공된 시점부터다. 발파와 터파기 진동 충격 등으로 목장지대 침하가 시작됐고, 결국 한 씨는 사비 9천여만원을 들여 옹벽을 설치했다. 이미 천장과 기둥 등에 균열이 발생한 상황이었고, 옹벽을 설치한 뒤 지금까지도 지반 침하는 계속되고 있다.
 
랜드 공사는 사육 중이던 육우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2006년~2007년에는 1·2등급 출현율이 70%를 넘어서는 수준이었지만 랜드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8년 5월에는 16.4%로 현격히 떨어지는 등 연평균 20~30% 이상 하향세를 이어갔다. 랜드 공사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2011년~2013년의 1·2등급 출현율은 2007년 대비 30~40% 이상 떨어져 2012년에는 절반 수준인 37%를 나타냈다. 각종 축제가 개최되며 소음 및 진동 등으로 소들의 사료섭취가 줄고 도태와 지연 출하 등 등급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 것이다. 지난 6년 간 이로 인한 피해규모는 약 2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김지수 의원은 피해산정 근거로 수의사와 사료공급처 등의 진단서 및 사실확인서를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시는 2012년 세계민속축전을 앞두고 공문을 통해 농장 매입의사를 전달했으며, 목장주는 매입 예상기간까지 안내해준 행정기관을 믿고 같은 해 10월부터 1년여 동안 소의 입식을 중단했다. 토지가 매매되면 이전을 해야 하니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으리라. 하지만 농장은 그대로이고, 2012년 마지막으로 입식한 소는 올 7월 모두 출하된 상태.
 
김 의원은 이런 내용을 전하면서, 해당농장은 “파산 직전의 상태로 생계조차 어려운 처지에 내몰린 상황”이라며, 안성시가 “시민에게 토지를 매입하겠다고 거짓으로 달래놓고 축제가 끝난 후 나 몰라라 기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보개면 스테이트월셔골프장의 경우도 “시공업체가 착공 때부터 공사 진행 단계마다 3차례의 피해조사를 실시했다”며, 하물며 “시가 직접 시행한 공사에 대해 시민의 피해를 원천적으로 외면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공사 시행자로서, 안성맞춤랜드 관리자로서, 그리고 시민의 삶을 보듬는 행정기관으로서 안성시는 시민과의 약속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책임성 있게 직접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사무감사가 시작된 첫날인 10일, 안성시는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김형관 정책기획담당관은 “2013년 감정평가를 의뢰해 11억 9,500만원의 평가액이 나왔고 목장 측과 부시장과의 면담도 진행했으나 목장 측이 가격을 받아들일 수 없고, 그간의 피해보상과 이전에 따른 비용을 포함해 20억원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목장부지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률에 따라 구체적인 공익사업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대상사업 발굴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면서, “작년 농업기술센터에서 해당부지를 사들여 농기계임대사업장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했지만 아직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지수 의원은 “시와 민원인 간의 보상액 차이를 떠나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며, “공문에는 안성시와 신뢰할 수 있는 감평기관, 민원인이 사전 협의절차를 밟겠다는 내용이 있지만 시는 감평 등의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민원인을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안정열 의원도 “시간이 지연될수록 시는 더 많은 보상액을 지급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서, “축산 전문인 등의 의견을 취합해 적극적인 조정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순 기자 365193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