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재정법’을 개정해 지방보조금으로 민간단체의 운영비를 지원할 수 없도록 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규정이 돼버렸다. 안전행정부가 법조문의 해석을 둘러싸고 민간단체의 강력한 항의가 빗발치자 한 발 물러서 관련 중앙부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예산을 편성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부처는 앞으로 운영비의 계속 지원을 명문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개정된 지방재정법에는 ‘지방보조금은 법령에 명시적 근거가 있는 경우 외에는 운영비로 교부할 수 없다’고 규정됐다. 지금까지는 자치단체가 지방보조금 기준 등을 조례로 정해 자율적으로 운영해왔으나 앞으로는 개선된 관련법령 및 규정에 따르도록 한 것이다. 즉 상위법령에 지원근거가 없는 민간단체의 운영비는 더 이상 지원할 수 없도록 한 것으로, 안행부는 “자치단체가 사회단체 등의 지원요구를 거절하기 쉽지 않아 보조금 지원규모가 계속 늘고 있고, 사업대상 선정 및 운영상에서도 적잖은 문제점이 지적”돼 취한 조치라고 설명한 바 있다.
 
시에 따르면 안성의 경우, 개정된 법률에 근거해 운영비를 지원할 수 있는 민간단체는 안성시새마을회, 바르게살기운동 안성시협의회, 한국자유총연맹 안성시지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안성시협의회, 안성시사회복지협의회, 대한노인회 안성시지회, 안성문화원 등 7개 단체다. 이외의 안성시체육회, 한국예총안성시지부를 비롯한 각종 장애인단체 등은 운영비 지원근거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하지만 (사)안성모범운전자회를 제외한 모든 단체가 중앙 관계부처의 유권해석으로 내년도에 운영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지원근거가 모호한 단체들에 대해서는 일부 부처가 운영비를 계속 받을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검토 중”이라고 시 관계자는 전했다. 안행부가 지방보조금 집행에 형평성을 기하고 선심성 예산편성을 막겠다며 칼을 뽑아들었다가 혼란만 부추긴 채 꼬리를 내린 형국이다.
 
심의위, 안성모범운전자회 사업비 증액 결정
 
이에 안성시는 운영비와 사업비를 분류해 각 단체로부터 보조금 지원신청을 접수, 지난 22일 보조금 지원 심의위원회를 열어 내년도 예산배정을 결정했다. 2015년 지원규모는 43개 단체에 총 7억 1,090만원이다. 이는 올해 45개 단체 7억 1,610만원의 지원규모와 비슷하며, 각 사회단체가 신청한 9억 3,756만원의 75.8%가 반영된 결과다. 내년도 안성시 사회단체 보조금 지원총액 상한액은 7억 2,900만원이었다.
 
2015년 사회단체 보조금 배정 결정액은 안성시새마을회가 7,500만원으로 가장 많고,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안성시지회 4,340만원, 바르게살기운동 안성시협의회 4,200만원, 안성시사회복지협의회·안성문화원·안성시체육회 각 3,200만원, 한국예총 안성시지부 2,860만원, 대한노인회 안성시지회 2천만원 등의 순이다. 운영비를 지원받지 못하게 된 안성모범운전자회는 사업비 750만원을 증액한 1,750만원이 배정됐다. 시 관계자는 “지원근거와 관련부처의 유권해석도 없어 운영비가 전액 삭감된 모범운전자회는 각종 교통 도우미 활동 시 회원들의 안전표시복 착용을 위해 심의위원회에서 일부 사업비 증액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번 심의위에서 배정한 단체별 보조금은 오는 11월 말 시작되는 시의회 정례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한편 안성시는 상위법 개정에 따라 ‘사회단체보조금 지원조례 폐지 조례안’과 ‘지방보조금 관리 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주민의견을 수렴 중이다. 제정 조례안에는 앞으로 모든 사회단체 보조금(민간경상보조, 민간행사보조, 사회복지보조, 민간자본보조)의 예산편성과 운영 및 성과평가 등의 심의를 위한 ‘지방보조금심의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박상순 기자 365193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