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등 8명, 관급공사 건설업자와
20억원 토지계약 후 제3자에게 또 매각?
안성시의 관급공사를 위주로 공사를 하는 건설업체 대표가 관급공사를 많이 수주할 목적으로 안성시 공무원들에게 수십억원의 뇌물을 부동산을 매입하는 방법으로 제공했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건설업체 대표는 안성의 건설업체 가운데서도 관급공사를 가장 많이 하고 있는 건설업체로 공사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공무원들의 부동산을 매입하는 형식으로 뇌물을 제공해 더 많은 관급공사를 통해 이익을 보려고 사전에 모의를 하고, 법망을 피해가기 위해 미양면 구례리 89-1번지 일원의 토지(20억8,200만원. 3,884평)를 매매한다는 방법으로 뇌물을 제공한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관련기사 3면)
따라서 지금까지 건설업자들이 공사를 대가로 공사수주에 영향력을 미치는 공무원들을 접대하고, 선물을 주고, 금품을 주는 것을 뛰어 넘어 토지 매매 계약서 등의 법망을 피해 나가는 방법을 마련한 후 뇌물을 제공하는 신종 뇌물수수 방법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또 건설업자가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하기 위해 토지 매매계약서를 체결했다고 밝힌 구례리 89-1번지 일원 토지 이외에도 토지 등을 이용한 수법을 통해 건설업자와 공무원들의 뇌물수수 수법이 추가로 더 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어 현재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이번 사건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도 토지 매매 계약서 작성으로 뇌물을 제공했다고 밝힌 건설업자 A씨는 “공무원들이 다른 땅에도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이번 사건과 관련된 공무원들도 “건설업자 A씨가 다른 공무원들과도 부동산 투자를 한 것을 알고 있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자 A씨는 지난 달 20일 이 같은 내용을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에 진정서를 제출했으며, 본지에 진정서와 ▶미양면 구례리 89-1번지 일원의 땅의 매매계약서 2부(20억8,200만원) ▶A씨가 공무원에게 돈을 건넨 통장의 지불내역 ▶관련 공무원들로부터 매매 계약 대가로 받은 공사 수주 내역 등을 가져왔다.
그리고 건설업자 A씨는 그동안 공무원들과 건설업자간의 접대와 뇌물수수, 그리고 공사수주 방법 등에 대해 소상히 털어 놨으며, 본인도 이번 토지 매매 계약서를 통한 뇌물수수 이외에도 그동안 공무원들에게 접대와 차용증을 쓰는 방법 등을 이용해 뇌물을 주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번에 토지 매매 계약서를 체결한 공무원들에게도 그동안 공사 수주의 대가로 접대 등을 했으며, 토지 매매 계약을 전후해 관련 공무원들을 통해 10여건의 공사를 수주했다고 밝혀 일부 대가가 오갔음을 인정했다.
미양면 구례리 토지는 다수의 공무원(6명)들이 함께 투자한 토지이고, 금액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관급 공사 수주가 기대돼 나중에 문제가 되더라도 법망을 확실하게 피해나갈 수 있는 토지 매매 계약서를 통한 뇌물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법망을 빠져나가는 방법으로 그동안은 차용증을 작성하는 방법이 많이 사용됐지만 법정에서 인정되지 않는 사례가 많아 더 확실한 방법인 토지 매매 계약서를 통해 공무원들에게 이익을 보장해 주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법망 피하는 편법 차용증보다
더 확실한 것이 매매 계약서
이에 본지가 건설업자 A씨의 진정서와 관련자들을 취재한 결과 그동안 건설업계와 공무원들 사이의 관행으로 알려졌던, 술접대, 뇌물수수, 차용증을 작성하는 형식의 뇌물수수 단계를 뛰어 넘어 토지라는 물건을 ‘미등기 전매’라는 형식으로 건설업자 A씨가 공무원 그룹(공무원 6명)에게 수십억원의 뇌물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건설업자 A씨는 주변시세 보다 높은 가격인 3,884평의 부지를 20억8,200만원에 계약했으며, 중도금까지 지급했지만 토지를 제3자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본인의 소유권을 지키기 위한 민사소송 등을 취하지 않았고, 이외에도 제3자에게 매각이 되는 과정에서 건설업자 A씨는 미양면 구례리 89-1번지 인근의 구거부지 점용허가를 받은 비용 1억4,000만원, 창고 건축 비용 등 토목공사 비용 8억원, 양도세 대납 3억388만원, 담보 대출을 받은 이자 8,000만원 등과 각종 세금과 부동산 매매 수수료 등 15억원 정도를 본인이 부담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미양면 구례리 89-1번지 일원 토지는 제3자에게 18억900만원에 매각이 됐지만, 이 매각대금이 어떻게 오갔는지에 대해서도 건설업자 A씨와 공원들의 말이 서로 달라 전체적으로 서로 오고간 금액이 총 얼마인지에 대해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미양면 구례리 89-1번지 일원 토지에 대해 불거져 나오고 있는 금액은 1차로 건설업자 A씨가 토지 매매 계약서상의 금액 20억8,200만원이다.
건설업자 A씨 본인이 부담했다고 밝힌 15억원을 합하면 35억원이 넘는다. 또 제3자에게 매각하면서 공무원들에게 직접 건너간 돈도 있는 것으로 확인돼 제3자에게 매각한 18억900만원까지 합하면 53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건설업자 A씨가 본지에 제공한 통장 내역에 따르면 공무원들에게 건넨 돈은 13억원 정도에 불과하며, 공무원들은 16억원 정도를 받았다고 밝히고 있어 이번 토지 매매 계약서를 이용한 방법으로 도대체 얼마의 돈이 어떻게 오고 갔는지 오리무중이다.
도대체 얼마의 돈이 오갔는지 ‘오리무중’
A씨에 따르면 “토지 매매 계약서는 이후 혹시라도 공무원과 건설업자 사이에 금전이 오가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 (서로 협의해)형식상 매매계약서를 작성한 것이지 진짜 계약서는 아니었다”면서 “토지를 매각하기 위해 주변 구거부지 점용허가 비용 1억4,000만원을 본인에게 부담시켰으며, 창고 허가를 받은 토지에 토목 및 건축 착공을 하지 않으면 허가가 취소된다며 건축을 강요해 8억원, 양도세 대납을 강요해 (공무원들이)2억여원, 대출이자 8,000여만원 등 15억원의 돈을 손해 보았다. 그런데도 공무원들이 계약서를 근거로 계속 돈을 달라고 해서 진정서를 접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공무원들은 나하고 거래 이외에도 다른 땅에도 투자를 해서 재미를 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 A씨는 지난 1월 28일 이러한 내용의 진정서를 안성시에도 제출했지만 “증거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부동산매매는 당사자 간의 합의 하에 이루어진 계약으로 주장하고 있어 조사에 어려움이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자 A씨가 안성시에 추가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담당 공무원이 거부했다고 밝혀 ‘제식구(공무원) 감싸기’ 조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러나 해당 공무원들은 건설업자 A씨와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먼저 부동산개발업 면허를 가지고 있는 건설업자 A씨가 접근해 땅을 팔아 주겠다고 했으며, 토지를 제3자에게 매각하고도 아직까지 잔금을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공무원들은 “A씨의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거짓이다. A씨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고도 아직까지 잔금을 주지 않고 있다. 우리가 피해자다. 공무원들끼리 돈을 모아 2003년 부동산을 5억8,000만원에 매입하고, 개발행위 허가 등을 받기 위해 그동안 8억원 정도 들어갔다. A씨가 먼저 부동산개발업면허를 가지고 있으면 양도세가 면제된다고 하여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면서 “우리도 이 땅을 대출받아 매입했는데 아직까지 잔금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그동안 돈도 조금씩 15차례에 나눠줘 아직까지 대출금도 갚지 못했다. 우리가 공무원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검찰로 넘기겠다며 협박하고 있다. 더 이상은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어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관련기사 3면)
황형규 편집국장 mirhwang7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