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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안성신문 |
작성일
: 2013-10-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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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참여예산제는 시행 초기부터 적잖은 문제를 드러내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위원회 구성부터 운영체계 및 방식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시행 첫 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시는 3년째를 맞는 지금까지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해명 아닌 해명을 내놓고 있다. 물론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제도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시행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구체적인 실행과정의 변화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참여예산은 민관 협치가 아닌 관(官) 중심으로 쏠려 있다. 참여예산위원회 구성절차나 운영계획 수립기한 등의 문제는 관련조례와 규칙의 개정을 통해 일부 보완책이 마련됐으니 접어두고,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먼저 참여예산의 범위와 위원회의 권한 문제다. 우리 시의 경우 위원회는 지난 3년 동안 황은성 시장이 연두방문을 통해 수렴한 제안사업을 중심으로, 현장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도 없이 집행부 제안설명만 듣고 인형 뽑기를 하듯 우선순위를 찍는 일을 해왔다. 올해의 경우에는 참여예산제 운영계획을 심의하면서 최소한 검토사업을 대상으로 현장방문을 하겠다고 의결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또 지난 23일 열린 주민참여예산위원회 회의에서 위원장인 이진찬 부시장은 일부 위원들이 우선순위 결정방식에 문제를 제기하자 “위원들의 의견은 참고만 하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시민제안사업을 검토해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이 위원회의 중심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위원회가 의견을 주면 집행부가 예산범위 안에서 알아서 반영하겠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변별성을 위해 어려운 시험문제를 출제해놓고 알아서 점수 줄 테니 성의만 표시하라는 교사와 같다.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우선적으로 참여예산의 범위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 우선순위 사업은 어떠한 원칙을 갖고 절차를 밟아 결정할 것인지 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
둘째, 심의대상 사업의 90% 정도가 시설비라는 점이다. 도로정비와 농로포장, 용·배수로 설치 등이 대부분으로, 이는 굳이 참여예산이 아니더라도 행정에서 지원해야 할 공적 영역의 사업들이다. 시가 읍면동별 기초현황 자료를 갖고 중장기적인 지역균형발전계획을 마련, 연차별 지표달성 목표를 설정해 추진해야 할 과제들로 보여진다. 그런 의미에서 주민참여예산에 가치를 담는 일은 중요하다. 그동안 예산배분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온 여성과 빈곤층, 장애인, 청소년 등이 지역 단위에서 혹은 자신이 처한 삶의 현장에서 시급한 의제를 발굴해 제 목소리를 내도록 하고, 이를 토대로 참여예산은 운영돼야 한다. 시를 포함해 위원회 내부에서 운영체계에 대한 진지한 모색이 필요한 지점이다.
안성시가 세금을 제대로 걷고 제대로 쓰게 만드는 일은 시민사회의 몫이다. 감시의 역할을 넘어 이젠 시민 여러분의 손에 돈을 쥐어주고 어떠한 가치를 담아 배분할 것인지 묻고 있다. 줄줄 새는 세금을 제대로 주워 담는 일, 내 삶과 우리 마을의 실질적인 변화를 일궈 풀뿌리 지방자치 성숙을 도모하는 일, 이 모두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에 달려 있다.
안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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